"불에 탄 시체입니다." - pageg 10
그렇게 말한 순간 등을 움찔하며 반응을 하는 남자.
만약 내가 탐정 사무소 직원이고, 눈앞의 남자가 탐정 사무소장이라면 전혀 이상하지 않겠지만...!
그렇다, 여기는 배달 전문점입니다.
그것도 조금..., 아니 꽤 특이하고 어쩐지 아주 수상쩍인 '고스트 레스토랑', 배달만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입니다.
앱에는 다양한 이름이 마치 개별 가게인 것처럼 실려 있지만, 실제로는 전부 같은 조리장에서 음식을 만드는 곳이고
나는 주문을 받고 이 수상한 가게를 방문하게 되었는데
배달 나갈 음식을 받고 떠나려는 나에게 평범해 보이는 USB 메모리를 내밀며
-보수는 현금으로 1만 엔.
-물론 수령증을 받아서 여기로 돌아오는 게 조건이지만.
-덧붙여 이 이야기는 절대로 남에게 발설하지 말도록.
-만약 발설하면……
몹시 수상쩍었지만, 하루하루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배달에 여념이 없었던 나는 이 제안을 받아들게 되었고
그렇게 이 가게의 단골 배달기사가 되어 '사건'에 끼어들게 되었습니다.
화재 현장에서 발견된 의문의 인물, 손가락 두 개가 없는 교통사고 사체, 혼자 사는 여자의 자취방을 습격하곤 되려 "함정에 빠졌어"라고 말한 남자, 빈집에 계속 쌓이는 택배와 괴상한 배달품들......
셰프는 배달기사가 가져온 정보만으로
"그럼 시식회를 시작할까."
차갑고, 나무에 뻥 뚫린 구멍같이 '공허' 한 눈으로 경고하는 셰프.
그의 눈동자 저편에 보이는 사건의 진상은...?!
신선했다고 할까...?!
비대면 시대의 일상의 소재로 시작된 사건들은 지금의 우리 현실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고
그런 소소한 재미와 공감이 더 몰입하며 읽어 내려가게끔 해 주었습니다.
무엇보다 이 소설의 묘미는
"무슨무슨 일의 진상은? 무슨무슨 일의 진실은? 그게 '사실'이라는 확증은 영원히 얻을 수 없을 텐데도 필사적으로 찾아다니지.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진상이니 진실을 찾아낸 것처럼 굴어. 범인이 자백했다? 거기에 거짓이 섞여 있지 않다고 어떻게 단언하지? 꼼짝 못 할 증거? 그걸 뒤집을 만한 물증이 어딘가에 잠들어 있지 않다고 어떻게 단언하지?" - page 402
절대 불가능은 없다며...
그렇게 탐정 아닌 탐정으로 셰프를 내세웠고,
그는
사장의 지적대로 이것이 진상이라는 보장은 없고, 다른 가능성이 완전히 부정된 건 아니다. 그래도 이야기의 앞뒤는 맞는다. 그럴리가 있느냐고 코웃음을 칠 수 없는 '진실미'가 이 가설에는 존재한다. - page 334 ~ 335
"난 '진실' 따위는 단 한 번도 말한 적 없어. 이 '가게'에서 제공하는 건 어디까지나 고객이 원하는 '맛', 요컨대 '해석'에 지나지 않아." - page 398
단순히 주문자가 원하는 '진상'을, 욕구가 충족돼서 덥석 매달린 '해석'을 내미는 것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게 진실인지 아닌지는 문제가 아니었던...
그래서 이 소설을 통해 그동안 내가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했던 것도 역시나
그렇다. 그들 모두 한결같이 원한다. '진실'을...... '진실'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해석'을. 그리고 그 해석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고 싶어 한다. 그 허기는 채워져야 할까, 아니면 굶어 죽게 놔둬야 할까. 나 자신이 '채워진 쪽'에 해당하는 지금도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채움으로써 심적으로 편안함을 얻는다면 괜찮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결국은 속임수에 불과하지 않나 싶기도 하다. - page 405
진실을 찾는 과정에서 오는 긴장감에서, 해석으로부터의 짜릿함에, 절대적이라는 믿음으로 다소 편협적인 시선으로 바라본 것은 아니었는지 반성하게도 되었습니다.
이 작가분...!
은근 매력적이었는데...
지금부터 작가님의 작품을 찾아 읽어보며 미스터리의 또 다른 매력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