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지만 긴 호흡을 요구했던 이야기들.
은유와 상징으로 그동안 지나쳤던 주변을, 감정을 되돌아보게 해 주었던 이야기들.
글은 끝이 났지만 그 후의 이야기는 독자의 몫이었던...
그렇게 곧, 그 밤이 또 오고 있었습니다.
첫 이야기 <규동의 기도>를 마주했을 때...
솔직히 형언할 수 없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 뭐지......
그날 신이 규동의 기도를 들었다. - page 7
이 문장으로 시작된 이야기.
새벽 세 시 반, 신의 유일한 이름으로, 네 개의 음절만으로, 삼 차까지 이어진 회식 후 돌아오는 길, 하늘을 올려다보며 소리 낸 기도는
"신이시여, 행복하게 해 주소서."
이 '행복'의 기준을 알고자 신의 사자가 규동에게 찾아갔지만 돌아온 건...
'아무개 환자, 채혈 거부, 횡설수설. 칠 층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요망'
마음속으로 한 번은, 아니 기도로도 외쳐보았을 말.
하지만 정작 자신이 바라는 행복이 무엇인지 모르기에 그 공허함에 대하여, 씁쓸함에 대하여 웃프게 일러주었던 이 이야기...
그리고 마지막 <같이 가자 해놓고>...
같이 가자 해놓고. 한날한시에 손 꼭 잡고 눈길 한 번 맞춰보고 고개 한 번 끄덕이고 그러고 가자 해놓고. 무조건 나 다음에 간다 해놓고. 나 가는 길에 꽃도 뿌리고 향도 피우고 나한테 못 해준 것, 잘못한 것 다 갚지는 못 해도 꽃도 뿌리고 향도 피우고 그거라도 해놓고 간다 해놓고. 그렇게 말해놓고. 그럴 줄 알았어요. 결국 이렇게 되고 말았네요. 맨날 말만. 당신 귀에 인이 박이도록 했던 말, 내가 수없이 내뱉었던 그 말, 맨날 말만 하고 바뀌는 게 없다는 그 말을 내가 또 하고 있어요. 거기서 기다려요.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말고. 나 지금 가니까. 가서 또 말할 테니까. 말만 하는 당신이라고. - page 220 ~ 221
사별의 아픔이, 그리움이 담담히 써 내려간 고백 속에서 깊은 울림을 주었던 이야기.
언젠가... 나도...
삶의 무게가... 괜스레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삶의 편린들이 그려졌던 이야기들은 결국 우리의 삶을 의미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자는 우리에게 묻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건져내야 할 것이 지난 사랑의 각인뿐인가? - page 73
저도
지난 시절의 나에게,
그리고 현재의 나에게,
앞으로의 나에게 묻고 또 묻게 되었습니다.
내가 건져내야 할 것은... 무엇이었을까... 무엇일까... 무엇이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