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앙! 아포! 으앙! 아파. 으앙, 아야! 으앙!"
"자, 자, 뚝. 우리 귀여운 짝꿍이 이렇게 겁쟁이처럼 울면 안 되지? 아빠가 도시락 가방에서 기름 꺼내다 발라주고 손수건으로 감싸줄게. 그럼 괜찮을 거야. 자, 이제 그만 뚝 하자. 그렇게 계속 울면 우리 말, 다트가 놀라서 도망가버릴지도 몰라." - page 13
세상에 태어난 지 아직 세 돌도 지나지 않은 꼬맹이 '시빌라'의 최초의 기억.
어머니는 천둥벌거숭이 말괄량이가 될까봐 걱정할 때면
"그냥 놔둡시다. 어차피 크면 여자들 삶을 구속하는 터무니없는 관습대로 살아야 할 테니 지금 어릴 때만이라도 구속하지 말고 키웁시다."
라며 다정하고 너그러운 아버지이자 기사도 정신이 넘치는 남편, 훌륭히 손님을 접대할 줄 아는 집주인으로 야망과 신사다움을 고루 갖춘 분이었는데...
아홉 살 무렵, 아버지는 브루가브롱과 빈빈 같은 외진 지역에서 재능을 묵히는 건 낭비라 생각하고 더 넓은 기회의 땅에서 능력을 펼쳐보고자 이사를 가게 됩니다.
이사하게 된 포섬 걸리는 평범하고, 밋밋하고, 단조롭기 짝이 없었고
아버지의 야심찬 '가축 거래'라는 이름의 도박 같은 직업은 파산 직전까지 가게 되고 더 이상은 브루가브롱의 딕 멜빈은 없었습니다.
술독에 빠져 더럽고 초라한 몰골로 매너라곤 찾아볼 수 없게 되었고 가장이었지만 더 이상 가족을 돌보지 않은...
그럼에도 남편을 기다리고 있을 엄마와 엄마 배 속의 아기를 떠올리며 그녀는...
내 가슴속 깊은 곳에서는 어떤 낯선 영혼이 자라고 있었다. 그건 너무 커서 감출 수도 없었고, 너무 무거워서 짊어지기도 힘든 존재였다. 섬뜩할 만큼 외롭고, 나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었다. 마치 지지대 없는 덩굴식물이 땅바닥을 기어다니며 발버둥치는 것처럼 긁히고 찢기면서도 매달려 올라갈 무언가를 찾으려 굶주린 채 헤매는 영혼과 같았다. 누군가가 손을 잡아 이끌어줘야만 하는데, 그럴 존재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래서 내 마음은 제멋대로 자라나, 끝내 쓰디쓴 맛을 내기 시작했다. - page 35
점점 가난과 곤궁에 빠지게 되고 결국 할머니 집으로 가게 된 시빌라.
그곳에서 어머니의 초상화를 보며 느끼던 감정은 그 시대의, 아니 지금도 그렇겠지만 주어진 삶의 테두리 안에서 순응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마냥 지나칠 수 없었던 대목이었습니다.
내 마음속에 지금 포섬 걸리에 사는 한 남자와 여자가 떠올랐다. 남자의 눈은 흐리고 행색은 추레했으며, 아버지이자 시민으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삶을 살고 있었다. 여자는 손이 거칠고 표정은 신경질적이었으며, 끝없는 집안일 그리고 계속되는 가난과의 싸움에 지쳐 있었다. 그 둘이 과연 이 사진 속 인물들과 같은 사람들이란 말인가?
나는 부모님이 증명한 인생을 내 눈으로 보며 자랐다. 그런 내가 어찌 더 나은 결과를 기대할 권리가 있을까? 나는 눈을 감고 내 미래에 있을 가능성과 확률을 떠올리며 몸서리를 쳤다. 그런 삶을 위해 어머니는 젊음과 자유를 내어준 것이었다. 바로 이런 결과를 위해, 여자에게 주어진 가장 위대한 자산을 희생한 것이다. - page 84
집에 홀로 남아 고생하고 있을 가엾은 어머니 생각에,
아버지의 잘못은 잊히고 어릴 적 베풀어준 아버지의 인내심이 떠오르며
왜 그들에게서 사랑을 받지 못하는 것에 대해 속상해하던 시빌라에게 이모가 건넨 위로는 이제부터 그녀가 보다 주체적으로 살아갈 힘을 주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