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저자가 책을 통해 변신하게 된 순간들의 기록이자 그가 사랑하는 작가들에 대한 헌사였습니다.
『바베트의 만찬』에서 천재 요리사의 손을 들여다보면서 자유와 예술의 진정한 의미를 발견한 순간을
『모비 딕』을 다시 읽으면서 감탄할 줄 아는 인간으로 변모하게 된 순간을
제프 다이어의 『그러나 아름다운』을 읽으면서 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때 어떻게 현실을 다시 재구성할 수 있는지 깨달은 순간을
칼비노의 작품을 읽고 현실의 무거움에 짓눌리지 않고 가볍게 앞으로 나아가는 법을 배운 순간을
잘 들리지 않는 사람들의 친구가 되려고 『호라이즌』을 쓴 베리 로페즈를 따라 "서로를 위한 이야기꾼"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한 순간을...
책을 덮고 난 뒤 삶 속으로 문장들을 불러와 '나'를 완성해가고 있었습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
그 의미를 또다시 일러주었던 정혜윤 작가.
우리는 읽는다. 외롭고 괴롭기에. 우리는 읽는다. 도움이 필요하기에. 우리는 읽는다. 희망이 필요하기에. 우리는 읽는다. 길을 찾길 원하므로. 읽기는 마음속에 아름다움이 피어나는 일이다. 우리는 가슴에 아름다움이 있는 채로 살아낼 수 있다. 독자인 우리의 삶은 어디에 있는가? 읽은 책 너머, 쓰인 책 너머, 아직 읽히지 않은, 쓰이지 않은 우리의 삶이 있다. - page 179 ~ 180
무엇보다 이 책이 더 의미가 있었던 건 제목처럼 '삶'에 더 의미를 주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리곤 또다시 전작의 『슬픈 세상의 기쁜 말』의 연장선과도 같이 느껴졌었는데...
결국 이야기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되고
따스한 안부를 주고 힘을 주었으며
그 모습으로 세상에 참여하면 작은 변화를 만들어내는 기적을...!
그렇기에 책을 읽고 자신을 대면하고 돌아보고 자신의 진실을 발견하고 그 발견을 뜻깊은 일로 여기고 삶과 연결시켜야 했습니다.
허먼 멜빌의 『모비 딕』
읽을 땐 방대한 양에, 특히나 고래학에 관한 이야기는 조금 당황하게 되었었는데...
생명이 신비롭다는 생각이 어찌나 강력하게 가슴에 박혔던지 나는 이제 얼핏 본 낯선 사람의 피로에 절은 등판, 축 늘어진 어깨, 실망에 익숙해져가는 얼굴, 문 닫힌 가게, 언제나 약간씩 잘못되는 우리들의 이야기에 슬픈 자매애를 느낀다. 나는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이 삶을 견디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충만히 '누리기'를 바라게 되었다. - page 56
나는 사랑하는 것을 보면서, 사랑하는 것을 지키면서 힘을 내는 법을 배웠다. 지금은 한 가지를 더 배우고 있다. 워즈워스의 표현을 빌리면 나는 "우리가 아는 모든 것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하는 학생이다. 사랑에 빠지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공기 속에 있게 되고 이 사랑은 세상을 다르게 보게 만든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나에게 일어난 일이 나로 이 일이었다. 나는 이제 고래를 만나기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 page 57
다시 고래를 만나러 가야겠습니다.
그리고 저자를 통해 알게 된 제프 다이어의 『그러나 아름다운』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의 문제를 늘 이야기와 연결시킨다. 좋아하는 이야기를 아는 것은 내가 무엇에 영향을 받는지 알고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아름다운'은 내 마음의 가장 깊은 곳을 건드린다. 나는 이렇게 이야기에 건드려지는 부분을 '존재의 핵심'이라고 부른다. 이 존재의 핵심에 있는 것이 우리를 우리 자신으로 만든다. 마음이 운명과 관계를 맺게 만든다. '그러나 아름다운'은 나를 변하게 할 힘이 있다. 나를 사랑이 넘치는 사람으로 변신시킨다. 나는 슬픈 사람의 아름다운 자아를 사랑한다. 아무리 가슴 아픈 일이 생겨도 아름다움은 여전할 수 있다. 이것이 인간의 가장 빛나는 부분이다.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 page 90 ~ 91
슬픔. 그것은 누구에게나 있다(시몬 베유의 표현을 빌리면 "햇빛처럼 모든 사람에게 관여"하는 슬픔). '그러나 아름다운' 이야기를 좋아하는 나는 슬픔, 아름다움, 운명, 이 셋이 본질적으로 삶에 중요한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이야기에 아름다움을 집어넣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찾을 수 있는 아름다움은 다 찾아야 하고 붙잡을 수 있는 아름다움은 다 붙잡아야 한다. 나는 슬픔에 아름다움이 섞여 개개인의 운명이 만들어지는 것을 커다란 애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많은 날, 많은 순간 마음이 짠하다.
알베르 카뮈의 말이 생각난다. "펜을 바다에 담가 부드럽게 만들고 싶습니다." '그러나 아름다운'은 그런 펜으로밖에 쓸 수 없다. 나에게도 이 한 번뿐인 삶에서 나를 실현할 방법은 '그러나 아름다운'뿐이다. - page 100 ~ 101
그러나 아름답다는 말이...
가슴 시리도록 아름답게 울리고 또 울렸습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선뜻 책을 덮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아직 갈피를 잡지 못해서...
덮게 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되었을 때 나의 모습을 상상하며 우선 책 속에 소개되었던 책들을 하나둘 찾아 읽어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