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석 전집 2 다시 읽는 우리 문학 2
이효석 지음 / 가람기획 / 2025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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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저에게는 「메밀꽃 필 무렵」 작품밖에는 모르지만...

1930년대 한국 문단에서 가장 섬세하고 감각적인 문체로 평가받는 작가 '이효석'

문뜩 이 책이 소개되었을 때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였을까......

아직도 그 영문은 모르겠지만......


한국문학사의 큰 별들이 남기고 간 대표 문학 작품을 작가별로 만나볼 수 있는 '다시 읽는 우리 문학' 시리즈.

두 번째 주인공이 이효석 작가라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의 문학 세계를 아우르는 단편 70여 편을 두 권으로 나누어 엮었다고 하는데...

1권에서는 사회와 인간의 관계, 도시적 감수성, 새로운 문학적 실험을 보여주는 작품들로 구성되었고

이번 2권에서는 순수와 서정의 세계가 정점에 이른 시기의 걸작들을 담았다고 하였습니다.

그의 문학 매력 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시처럼 흐르고, 정서로 남는 산문

서정의 빛으로 완성된 이효석 문학의 정수


이효석 전집 2

책에는 「메밀꽃 필 무렵」을 비롯해 「성찬」, 「개살구」, 「해바라기」, 「황제」, 「여수」 등 감각과 정서, 언어와 형식이 완숙한 경지에 도달한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었습니다.

특히 「황제」는 말년의 나폴레옹을 회고 형식으로 그려낸 장중한 1인칭 소설로,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이효석의 색다른 서사 실험을 보여주는 작품이라 하였습니다.


그동안 제가 이효석 작가님에 대해서는 '향토 작가'로 기억되었었는데...

이번을 계기로 그의 다면적인 작품들을 알게 되었고

무엇보다 그가 지닌 문학적 감수성에 크게 매료되었습니다.


역시나 포문을 열어주었던 「메밀꽃 필 무렵」을 다시 읽으니 감회가 새로웠고 아련히 그려진 이들의 이야기에, 그 여운에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었는데...


길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듯이 들리며, 콩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붉은 대궁이 향기같이 애잔하고 나귀들의 걸음도 시원하다. 길이 좁은 까닭에 세 사람은 나귀를 타고 외줄로 늘어섰다. 방울 소리가 시원스럽게 딸랑딸랑 메밀밭께로 흘러간다. - page 14 ~ 15


달빛 아래 메밀꽃 밭, 그리고 회상...

열린 결말이기에 더 긴 여운을 선사하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그리고 「가을과 산양」 작품도 좋았는데...


'사랑이란 무엇인가?'

스스로 물을 때,

'외롭고, 적적하고, 얄궂은 것.' 

7년 동안에 얻은 결론이 이것이었다. 여러 해 동안 적어 온 사랑의 일기가 홀로 애태우고 슬퍼한 피투성이의 기록이었다. 준보는 언제나 하늘 위에 있는 별이다. - page 179


7년간 준보를 짝사랑했던 '애라'.

하지만 친구 옥경이와 준보는 결혼을 하게 되고...


"...... 운명이라는 것 생각해 보신 적 있습니까? 슬픈 것, 기쁜 것, 어쩌는 수 없는 운명이라는 것......"

"운명을 생각할 때 진저리가 나구 울음이 나요."

"...... 거역하고 겨뤄 봐도 할 수 없는 것. 고지식이 항복할 수밖에 없는 것."

"결국 그렇게 돌리구 그렇게 생각할 수밖엔 없겠죠. 슬픈 일이긴 하나......" - page 183


스산한 가을, 애라의 이야기가 그려지는데...


7년 동안의 사랑의 일기(지금에는 벌써 쓸모없는 운명의 일기) 그 두터운 일곱 권의 일기장을 모조리 찢어서 염소의 뱃속에 장사 지내기 시작했던 것이다. 흰 염소는 애잔한 목소리로 새침하게 울면서 주인의 운명을-슬픈 역사를 싫어하지 않고 꾸역꾸역 먹는다. -  page 186


사랑이란 감정이...

이토록 그리우면서도 애잔할 수 있을까......

그야말로 시대를 초월한 언어의 감각을 그의 문장을 통해 여실히 느낄 수 있었던 대목이었습니다.


풀잎」 작품도 이야기해 보자면...

이 작품의 준보는 작가 이효석으로 보아도 무방하다고 하였습니다.

실제 작품을 쓰던 무렵 이효석은 아내를 잃은 지 얼마 되지 않았었고,

작품 속 준보가 그랬던 것처럼 이효석도 아내를 잃은 후 새집으로 이사를 하기도 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더 와닿았는지도 모르겠지만...


문학가인 준보와 음악을 공부하는 옥실.

세상의 비판적 시선에도 불구하고


"자네두 문학을 한다는 사람이 생각이 왜 그리두 범용하구 옹색한가. 사랑엔 인물 차별과 지경이 없다는 걸 실물로 교육할 수 있다면 얼마나 더 인간적인 교육이 될 수 있다는 건 생각해 보지 못하나? 한 사람의 인물에 대한 소문과 진실이 얼마나 다르다는 것, 사람은 누구나 일반이라는 것, 사랑은 자유롭다는 것, 행복은 주위 사람들의 시비에도 불구하고 당사자들의 의지로 창조할 수 있다는 것...... 이 많은 교훈을 난 말없이 다만 한 번의 행동으로써 사람에게 가르칠 수 있는 것이네. 학생들은 흔연히 이 교육을 받을 것이요, 그 인간적인 영향과 효과두 백 권의 수신서를 읽는 것보다 나으리. 자네들의 상식 이상으로 이것은 참으로 건전한 생각이라는 걸 알아 두게. 그리구 자네 내일부터 문학 그만두게나. 문학은 인간 되자구 하는 것이지 심심파적으로 숭상하는 건 아니니까." - page 446 ~ 447


맹목적인 사랑을 사랑의 진정한 가치로 여기는 준보.

사랑의 의미를 되새겨주었던 이들의 이야기 역시도 오래도록 남곤 하였습니다.


저는 단편소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호흡이 짧아 아쉬움만 남는다고 여겼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역설적으로 짧기에 더 여운이 길게 남는다는 것을,

한 문장 한 문장을 허투루 읽지 않고 곱씹으며 그 의미를 온전히 느낄 수 있다는 것을,

무엇보다 이효석의 세밀하면서도 서정적인 문체였기에 더 매료시키는 매력이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의 전집 1도 찾아 읽어보아야겠습니다.

2권과는 다른 매력을 지닌 작품들.

저의 어떤 감성을 자극할지 궁금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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