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이 드문 종로 뒷골목 낡은 상가건물
스무 평 크기의 사무실 출입문에 '(주)정수식품' 글자가 붙어 있습니다.
정수식품 사무실 안 칸막이 부스마다 위쪽에 1,2,3,4 번호가 붙어 있고 헤드셋을 낀 직원들이 앉아 있습니다.
여기 만약 보이스피싱에 하느님이 있다면 모세나 예수쯤으로 불릴 법한, 타고난 보이스피싱 천재가 있었습니다.
'이선경'
그녀는 놀라운 재능을 발휘해 대번에 실적 1위를 찍었고 이제는 능숙하게 매뉴얼을 만들고, 상담원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었는데...
하지만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한 그녀는 정수식품을 그만두고 새로운 회사를 창업하게 됩니다.
'하나리서치'
"새 매뉴얼은 총 5차로 구성했어요."
...
"선수는 하나리서치, 호구는 정수식품이에요."
...
"1차 초급, 정수식품 고객 리스트에 있던 사람들을 노린다."
"2차 중급, 정수식품에 보이스피싱을 당했던 사람들을 노린다."
"3차 고급, 정수식품 관계자 가족을 노린다. 탈탈 털 거예요."
"4차 지옥, 정수식품 금고를 턴다."
"5차 천국, 돈을 갖고 해외로 튄다." - page 93 ~ 94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가진 민 사장을 정점으로, 중국에까지 손이 뻗어 있는 국제적 보이스피싱 조직인 정수식품을 상태로 하기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인데...
과연 이선경은 사기조직에 사기를 칠, 완벽한 매뉴얼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그리고 그 매뉴얼대로 성공할 수 있을까?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돈은 나쁜 놈 돈. 먹어도 괜찮아. 나쁜 놈 돈이니까.' - page 221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그래서 더 통쾌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보이스피싱 공화국인 우리.
"김승연 고객님, 은행 대출 심사에서 떨어지셨죠?"
"금감원에서 연락드렸습니다. 이민영 씨가 보이스피싱 수거책 사건과 연루되어..."
"불법도박사이트 자금 세탁으로 최성호 씨 명의의 통장이 사용..." - page 8
심리적 속임수를 이용해 압박하고 조종하면 돈을 뜯어내는 이들.
이들로부터 당하지 않기 위해선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알지만...
속수무책 당하고만 마는...
그렇기에 또다시 다짐하며 우리 스스로 지켜야 했습니다.
모르는 번호로 온 택배·카드 발급 관련 전화에 대해 대응하지 않을 것
URL 주소가 있는 문자가 오면 절대 클릭하지 않을 것
보이스피싱 피해가 의심될 땐 즉시 신고할 것
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