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의 책
로스 게이 지음, 김목인 옮김 / 필로우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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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읽지 않아도...

이미 제목만으로도 '기쁨'을 얻은 듯한 느낌을 받았던 이 책.

어떤 기쁨들이 있을지 궁금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시집 『부끄러움 없는 감사의 목록』으로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수상한 미국의 시인이자 에세이스트 '로스 게이'

그가 전하는 '기쁨'이란 무엇일지 천천히 읽어보겠습니다.


기쁨의 책


2018년 7월의 어느 날

기쁨에 대해 생각하고 그것을 나누는 일에 즐거움과 매력을 느낀 나머지

매일 기쁨에 관한 에세이를 한 편씩 쓰면 근사하고, 심지어 유익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해

자신의 생일 8월 1일부터 시작해

초고는 빠르게 쓸 것

손으로 쓸 것

매일 기쁨에 대해 생각하고 글을 쓰면서 시간을 보내기

그렇게 매일 기쁨을 하나씩 1년 동안 쓰겠다고

나름의 규칙을 정하였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에세이를 쓰는 규율 혹은 연습이 일종의 기쁨 레이더를 만들어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슬픔이나 두려움, 고통이나 상실이 없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압도적으로 기쁨이 더 많아짐을 느끼게 되고

이제 이를 공유하고자 책으로 우리들에게 이야기를 건네고 있었습니다.


100여 편의 에세이.

친구에게 붙여 준 별명, 공항에서의 짧은 대화, 낯선 이와의 하이파이브, 정원에서 자란 식물의 생명력 등 

세심한 관찰을 통해 언어로 표현했던 기쁨들.

하지만...

마냥 기쁨만이 있지는 않았습니다.

특히 '흑인'을 향한 시선을 거침없이 서술하면서


그래서 뭐가 기쁨이냐고? 여러분이 한 흑인이 쓴 기쁨의 책을 계속 읽고 있다는 사실이다. 검은 기쁨의 책을.

공기처럼 매일. - page 217


그는 우리에게 일상에 스며든 편견과 폭력에 맞서는 가장 우아한 방식으로 기쁨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그의 이야기가 막 공감되는 건 아니었습니다.

응?

왜?

어......

그래도 그가 '기쁨'에 대하는 태도만은 배우고 싶었습니다.


책을 읽고 나서 그가 했던 말들 중


여러분이 아마란스에 더 다가가 본다면, 밝은색 꽃들(차츰 옅어지며 라벤더색으로 변하는 불그스름하고 강렬한 분홍색) 속에서 꽃들이 씨앗들에 길을 내주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될 텐데, 꽃마다(벌들은 이 사실을 안다, 꿀벌과 발레리나들, 내가 볼 수 없는 많은 벌들.) 내 어림짐작으로는 씨가 수천억 개다. 씨가 꽃마다 수천억 개란 말이다. 꽃이 100송이쯤 되니까 그 말은, 이참에 내 수학 실력을 확인하라, 씨가 수십조 개란 것이다. 그 말은, 여러분의 계산기는 잠시 치워두고, 수십조 그루의 미래 식물들, 그 각각에서 얼마나 많은 꽃, 얼마나 많은 씨(이 중 일부는 지금 내 주머니 속 종이봉투에 있으니 정말 감사한 일이다)가 나오겠느냐는 것이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기하급수적 성장의 실제 의미다. 이것이 내가 감사에 대해 탐구하는 이유다. 혹은 길가의 틈새 앞에서 표하는 감사의 의미다. - page 74 ~ 75


새삼 길을 걸을 때 고개를 숙이게 되었고 

아스팔트 사이에 피어난 작은 꽃들에 눈길이 갔었고 

미소 지으며 감사를 표하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나니 오늘 아침이, 오늘 이 하루가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이 기분.. 나누고 싶네요.


현실의 무게에 소소한 기쁨을 느끼지 못한 우리들에게 전한 기쁨들.

마치 세잎 클로버 같았던 이야기들.

덕분에 이제 맘껏 기뻐할 일만 남았었습니다.


기쁨은 어쩌면 무언가를 가리키는 우주의 거대한 손가락 같은 것일지 모른다. 아니, 기쁨은 우주의 거대한 손가락이 무언가를 가리킨 뒤, 그 무언가(그것은 십중팔구 이미 거기에 있었을 테고, 그래서 내가 인간의 손가락이 아닌 우주의 손가락의 도움을 받은 것이다)가 모습을 드러내는 것에 가까울 것이다. 오호! 아니면 우아, 저거야! - page 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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