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 12시가 되자 해결 사이트 공지란이 깜박거렸다. '오늘의 의뢰'라는 글이 올라옴과 동시에 채팅방은 활기를 띠었다. - page 7
이 '해결 사이트'는
내가 누군가의 부탁을 들어주면 다른 누구도 자신의 부탁을 들어주는 식
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단, 내가 돕는 사람과 나를 돕는 사람이 다르다는 점.
그렇게 누군가 의뢰를 하게 되면
그 의뢰를 해결해 주는 이가 등장.
의뢰가 해결되면 해결해 준 이의 의뢰가 시작되는데...!
"너, 2층에 반찬 좀 가져다드려라."
해민 모녀가 사는 집 2층에 새로운 가족이 이사 오게 됩니다.
같은 학교 남학생 '강도경'
"엄마랑 중학생 아들, 단둘이 산다더라. 아빠 이야기는 안하길래 나도 안 물어봤어. 그 집 아들이 너랑 동갑이고 학교도 같은 데로 전학 온다는 것 같더라? 네가 이것저것 좀 챙겨 주고그래라."
하지만 도경이 이곳에 오게 된 이유는 전학교에서 강제전학을 당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하고
해민도 그런 도경의 속사정이 궁금했는데...
이사와 전학...
평범했던 도경의 삶이 짧은 시간에 엉망이 되어 모든 일에 의욕이 없어졌습니다.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려고 굳이 애쓰지 않았고
누군가와 친해지려 하지도 않았지만
딱 하나, 예외가 있었으니...
바로 해민이라는,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는 아랫집 딸에게 관심이 가기 시작하였습니다.
자신과 나이도 학교도 같은 이 아이는 가족 사정마저도 비슷한 것이었습니다.
마침내 동아리 문집에서 '김해민'이라는 이름을 발견했을 때에는 그 글이 도경이를 끌어당겼고
도경도 문예동아리에 입부하게 되면서 해민과 속사정도 이야기할 만큼 친해지게 되는데...
해결 사이트에 공지들이 올라옵니다.
'중간고사에 ○○가 시험을 망치게 해 주세요.'
'짝사랑하는 여자아이 △△에 대해 알아봐 주세요.'
'자신을 도둑으로 몰았던 문구 센터 유리창 좀 깨주세요.'
등 의뢰가 올라오고 이는 일주일 내에 해결되었는데...
그러던 어느 날
오늘의 의뢰
의뢰자 : 유령신부
가림중학교 2학년 2반 김해민이라고, 이번에 학생 문예 대회에서 대상을 받았어요. 그런데 사실 걔가 쓴 글, 그거 표절이에요. 다들 아무것도 모르고 속고 있는 거라고요. 걔는 대상을 받을 만한 아이가 아니에요. 학교생활도 열심히 하지 않고 뭐든 노력을 안 해요.
...
그 글이 표절이라는 사실을 알려 주세요. 어디든 좋으니 최대한 많은 곳에 퍼트려 주세요. 교육청에도 올리고, 특히 가림 중학교 홈페이지나 학생들이 많이 들어가는 사이트에 올려 주세요.
표적이 된 해민이.
과연 누가 이 의뢰를 한 것일까?
그리고 이 의뢰는 어떻게 될까...?!
소설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현실적이었던!
익명이 보장된 채팅창에
자신의 분노를 토로하고
이에 대해 선과 악, 정의와 불법 따위는 무시된 채
의뢰를 해결한다는 것에서...
과연 이런 행위가 정당하다고 볼 수 있을까?
아이들의 본보기가 되어야 할 우리 어른들이, 이 사회부터 되돌아보며 반성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기댈 수 있는 어른이 되도록, 그런 사회가 되도록 지금부터라도 만들어야 했습니다.
소설은 학업, 교우관계, 가정환경 등 고민을 갖는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건네주었는데...
내가 어디에서 왔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다. - page 119
지금,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제의 김해민보다 오늘의 김해민이 더 마음에 든다는 거다. 더해서, 내일의 김해민이 다시 쭈글하고 못나게 굴어도 참고 기다려줄 마음이 있다는 거고. 그거면 됐다. - page 256
그러니 아이답게, 또래답게 마음껏 펼치면서 살아가길
그리고 어른들에게 기대며 살아가길
저 역시도 아이에게 바라고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