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로마는 인종적으로는 백인이고 지리적으로는 유럽이며 문화적으로는 서양이라는 통념과 어긋난다. 그런 식으로 로마를 묘사하려는 시도에도 불구하고 로마는 고대에 존재했던, 근대 서양과 유사한 무언가가 아니었다. 트로이 비문에 새겨진 리빌라의 정치적 행보는 이를 완벽하게 보여 준다. 리빌라의 지정학적 관점은 로마 그 자체가 그러했듯 좀 더 포괄적이었다. - page 81
리빌라의 사망 이후 로마 제국은 휘청거리고 쇠약해졌습니다.
3세기 후반에 제국은 결국 반으로 쪼개졌는데
서쪽 절반은 점차 수많은 독자적 왕국으로 나누어졌고
동쪽 절반은 비잔티움 제국으로 발전해 나갔습니다.
서양 문명에 대한 기존의 서사에서는 이 시기를 퇴보와 야만의 암흑기로 여기고 있는데...
서유럽이 고대 세계의 <계승자들 가운데 하나>일 뿐 유일한 계승자는 결코 아니라
그리스와 로마로부터 이어져 온 문화는 서쪽과 북쪽뿐만 아니라 동쪽과 남쪽으로도 뻗어 나갔고
그 본고장인 지중해 세계(유럽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와 아시아까지 포함한)에서도 보존되고 발전해 나갔음을
'아부 유수프 야쿱 이븐 이샤크 알킨디'로부터 알 수 있었습니다.
알킨디는 『제1철학에 관하여』에서 장 하나를 이러한 주장을 전개하는 데 할애했다. 그는 참된 지식은 문화, 언어, 인종, 종교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우주의 단일하고 조화로운 진실을 이해하길 바란다면 수 세기에 걸친 학문을 통해 지식을 쌓아 올려야 했다. <지식이 축적되는 데는 우리의 시대에 이르기까지 매 세기마다 과거를 돌아보는 과정이 필요했던 것이다.> 따라서 지식은 그리스인이나 무슬림만의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전 인류에게 속한 문화유산이었다. - page 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