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의 비밀, 그때 그 사람 명화의, 그때 그 사람
성수영 지음 / 한경arte / 2025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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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명화의 탄생, 그때 그 사람》, 《명화의 발견, 그때 그 사람》에 이은 후속작

제 책장에도 있는 이 책들.

또다시 우리 앞에 나타나다니...!

독자로써 기쁜 마음 감출 수 없었습니다.

이번엔 어떤 명화로,

어떤 화가의 이야기가 펼쳐질지...

기대만큼 실망 없는 이 책.

또다시 명화 속으로 빠져들어봅니다.

자연과 추상 사이, 모성과 여성 사이, 빛과 어둠 사이...

파란만장한 인생을 그림으로 승화시킨

보석 같은 화가들의 찬란한 인생과 명화 이야기

명화의 비밀, 그때 그 사람

빛나는 재능 덕분에 살아 있을 때부터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고

이들의 말과 행동을 기록한 사람들이 있었고

이들의 아름다운 작품과 혁신적인 생각들을 파헤쳤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수백 년을 넘어서도 우리 곁에 살아 숨 쉬는 듯한데...!

이번엔 '프레데릭 헨드릭 케머러'라는 사람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네덜란드에서 태어나 왕립 미술 아카데미를 나왔고, 파리에 유학하며 장레옹 제롬에게서 배운 뒤 승승장구한 그.

프랑스와 네덜란드 등 유럽 각국을 넘나들며 성공을 누렸고, 만국박람회에서 은메달을 수상하고 훈장을 받기도 했으며 19세기 영국의 가장 중요한 미술 잡지였던 <아트 저널> 평론에서

"케머러의 우아하고 섬세한 화풍은 기괴한 미술이 판치는 이 시대에서 단연 돋보이는 예술"

이라는 찬사까지 받았습니다.


하지만...

1902년 63세의 나이에 자신의 작업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습니다.

과연 그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안타깝게도 케머러에 대한 정보는 딱 여기까지였다고 합니다.

몇 가지 단편적인 정보들뿐.

그래서 이번 책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거나 베일에 가려져 있던 숨겨진 보석 같은 화가들의 뒷이야기들을 담고자 했습니다.

화석에 담긴 공룡의 치아 하나에서 거대한 공룡의 몸과 울음소리를 재구성해 내는 것만큼이나 어렵지만 말입니다.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1장에서는 '자연과 추상'을 주제로,

누구보다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행보가 돋보였던 화가들_앙리 마티스, 바실리 칸딘스키, 피에트 몬드리안

2장에서는 '여성과 모성'을 주제로,

자신만의 정체성으로 활동을 이어나간 주목할 만한 여성 화가들_마리 로랑생, 메리 카사트

모성이 키워낸 화가들_모리스 위트릴로, 제임스 휘슬러

3장에서는 '빛과 어둠'이라는 주제로,

빛과 어둠, 삶과 죽음 같은 동일한 주제를 놓고 서로 극명히 대비되는 행보를 보였던 화가들_호아킨 소로야, 페르디난트 호들러

4장에서는 '인생의 굴곡과 운명'이라는 주제로,

삶 그 자체만으로도 생전에 수많은 논쟁거리가 되었던 화가들_토머스 로렌스, 베르나르 뷔페

25인의 화가 인생과 명화 이야기가 펼쳐져 있었습니다.

이번 책이 전작보다 더 의미 있게 다가왔습니다.

그동안은 진흙 속에 있다가 조금씩 영롱한 빛을 내는 진주처럼

다시금 재조명을 받고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살아남을 수 있음에...!

그래서 저도 이 책을 읽을 때 한 사람 한 사람 이름을 되뇌며 오롯이 새기고자 하였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인상 깊었던 이들을 꼽아보자면...

누구나 예술을 누리도록 사람과 재능을 모은 숨은 공로자 '클로만 모저'

1868년 빈에서 태어난 모저.

집안 형편은 그리 넉넉한 편이 아니었지만 착한 아들이었던 모저는 아버지의 희망대로 실업학교에 입학했습니다.

하지만 모저의 마음속에는 미술에 대한 열정이 있었기에

'역시 그림 그리는 게 제일 재미있어. 나중에 미련이 남지 않으려면 미술대학 입학 원서라도 한번 넣어봐야지.'

당시 빈 최고의 명문 미술 대학인 빈 예술대학에 합격하게 되고

"정말 잘됐구나! 네가 하고 싶고, 재능이 있는 걸 해야지. 너는 어린 시절부터 말을 잘 듣는 착한 아이였지. 아빠는 너를 믿는다. 네 학비 정도는 마련해줄 수 있단다."

아버지의 축복과 함께 예술가로서의 삶을 시작하게 됩니다.

스무 살이 되던 해 아버지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서 그의 삶에 고난이 시작되었습니다.

예술대학 학비는 물론 가족의 생활비까지 벌어야 했던 모저.

그는 여러 잡지와 책에 실릴 그림을 그렸고, 황족 아이들에게 그림을 가르치는 가정교사로도 일했습니다.

주변에 사는 서민들부터 자신이 가정교사로 일하는 황족의 집까지, 다양한 계층의 삶을 보고 겪으며

'부잣집에 있는 것들은 하나같이 아름다워. 식탁과 의자부터 그릇과 식기까지. 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의 집에 있는 가구나 물건들은 거칠고 투박해. 난 그게 싫어. 유명한 화가의 명화나 멋진 대리석 조각은 없어도 가난한 사람들도 생활 속에서 예쁜 물건들을 쓰고 나름의 예술을 즐길 수 있게 하고 싶어.'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흔한 잔이나 그릇, 가구도 훌륭한 예술 작품이 될 수 있다는 '총체 예술'의 개념이 여기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화가, 그래픽 아티스트, 삽화가, 일러스트레이터로서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 재능이 뛰어난 모저는 각자의 분야에서 활약하는 빈 분리파 예술가들과 함께 '빈 분리파 스타일'을 형성하며 활약을 하지만 결혼을 계기로 격화되고 빈 분리파에서도 탈퇴하게 됩니다.

다시 자신의 예술적 첫사랑, 그림으로 돌아와 자신만의 화풍을 개척하지만 안타깝게도 3년 뒤인 1916년 후두암에 걸리게 되고 2년이 흐른 1918년 10월 18일, 5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두 번의 세계대전이 지나가며 그의 이름은 한동안 잊혔습니다.

클림트와 에곤 실레가 뒤늦게 재조명받을 때조차 모저라는 이름을 기억하는 이들은 많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여러 자료가 발견되고 당시 상황이 밝혀지면서 모저는 현대에 이르러 다시 주목받게 되었는데...

1900년을 전후로 빈의 예술계도 그런 일을 겪었습니다. 덕분에 미술사는 더욱 풍요로워졌고,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생활용품들은 빈 분리파가 없었을 때보다 더욱 아름다워졌습니다. 그리고 뒤늦게나마 사람들은 알게 됐습니다. 어떤 역사든 그 중심에는 여러 재능들을 잇고 조직하고 헌신적으로 뒷받침했던, 주목받지 못한 영웅이 있었다는 사실을요.

역사도 예술도 결국 사람과 사람이 만나 이뤄내는 것. 서양 근현대 미술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조 중 하나인 빈 분리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중심에는 많은 사람의 재능을 하나로 엮어 분리파라는 정신을 구현한 콜로만 모저가 있었습니다. 그의 삶처럼 모저의 작품 속에는 눈에 확 띄지는 않지만 은은하게 빛나는 귀한 그의 성품과 아름다움이 담겨 있습니다. - page 82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던 이들을 알아야 하는 이유를.

클로만 로저에게서 배우게 되었습니다.

죽음에서 생명으로, 삶의 저 너머를 엿본 화가 '아르놀트 뵈클린'

사랑하는 이들의 죽음을 숱하게 보았던 그에겐 무의식 깊이 '죽음'이 새겨져 있었는데...

어느 날 한 귀부인이 찾아옵니다.

몇 년 전 남편을 잃은 그녀는 곧 다른 남자와 재혼할 예정이라며

"그림을 의뢰하고 싶어요. 세상을 떠난 전 남편을 추억할 수 있는 그림을 그려주세요. 하지만 초상화는 안돼요. 새 남편이 싫어할 테니까요. 그러니 풍경화를 그려주세요. 내가 '꿈을 꿀 수 있는 그림'을요."

죽은 이를 추억하며 꿈을 꿀 수 있는 풍경화라...!

뵈클린은 곧바로 붓을 들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수의를 입은 여성과 망자를 싣고 잔잔한 물 위에 떠 있는 죽음의 섬으로 향하는 조각배

어두워 얼마나 깊고 넓은지조차 알 수 없는 섬 안의 숲

<죽음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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