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1902년 63세의 나이에 자신의 작업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습니다.
과연 그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안타깝게도 케머러에 대한 정보는 딱 여기까지였다고 합니다.
몇 가지 단편적인 정보들뿐.
그래서 이번 책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거나 베일에 가려져 있던 숨겨진 보석 같은 화가들의 뒷이야기들을 담고자 했습니다.
화석에 담긴 공룡의 치아 하나에서 거대한 공룡의 몸과 울음소리를 재구성해 내는 것만큼이나 어렵지만 말입니다.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1장에서는 '자연과 추상'을 주제로,
누구보다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행보가 돋보였던 화가들_앙리 마티스, 바실리 칸딘스키, 피에트 몬드리안 등
2장에서는 '여성과 모성'을 주제로,
자신만의 정체성으로 활동을 이어나간 주목할 만한 여성 화가들_마리 로랑생, 메리 카사트 등
모성이 키워낸 화가들_모리스 위트릴로, 제임스 휘슬러 등
3장에서는 '빛과 어둠'이라는 주제로,
빛과 어둠, 삶과 죽음 같은 동일한 주제를 놓고 서로 극명히 대비되는 행보를 보였던 화가들_호아킨 소로야, 페르디난트 호들러 등
4장에서는 '인생의 굴곡과 운명'이라는 주제로,
삶 그 자체만으로도 생전에 수많은 논쟁거리가 되었던 화가들_토머스 로렌스, 베르나르 뷔페 등
25인의 화가 인생과 명화 이야기가 펼쳐져 있었습니다.
이번 책이 전작보다 더 의미 있게 다가왔습니다.
그동안은 진흙 속에 있다가 조금씩 영롱한 빛을 내는 진주처럼
다시금 재조명을 받고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살아남을 수 있음에...!
그래서 저도 이 책을 읽을 때 한 사람 한 사람 이름을 되뇌며 오롯이 새기고자 하였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인상 깊었던 이들을 꼽아보자면...
누구나 예술을 누리도록 사람과 재능을 모은 숨은 공로자 '클로만 모저'
1868년 빈에서 태어난 모저.
집안 형편은 그리 넉넉한 편이 아니었지만 착한 아들이었던 모저는 아버지의 희망대로 실업학교에 입학했습니다.
하지만 모저의 마음속에는 미술에 대한 열정이 있었기에
'역시 그림 그리는 게 제일 재미있어. 나중에 미련이 남지 않으려면 미술대학 입학 원서라도 한번 넣어봐야지.'
당시 빈 최고의 명문 미술 대학인 빈 예술대학에 합격하게 되고
"정말 잘됐구나! 네가 하고 싶고, 재능이 있는 걸 해야지. 너는 어린 시절부터 말을 잘 듣는 착한 아이였지. 아빠는 너를 믿는다. 네 학비 정도는 마련해줄 수 있단다."
아버지의 축복과 함께 예술가로서의 삶을 시작하게 됩니다.
스무 살이 되던 해 아버지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서 그의 삶에 고난이 시작되었습니다.
예술대학 학비는 물론 가족의 생활비까지 벌어야 했던 모저.
그는 여러 잡지와 책에 실릴 그림을 그렸고, 황족 아이들에게 그림을 가르치는 가정교사로도 일했습니다.
주변에 사는 서민들부터 자신이 가정교사로 일하는 황족의 집까지, 다양한 계층의 삶을 보고 겪으며
'부잣집에 있는 것들은 하나같이 아름다워. 식탁과 의자부터 그릇과 식기까지. 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의 집에 있는 가구나 물건들은 거칠고 투박해. 난 그게 싫어. 유명한 화가의 명화나 멋진 대리석 조각은 없어도 가난한 사람들도 생활 속에서 예쁜 물건들을 쓰고 나름의 예술을 즐길 수 있게 하고 싶어.'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흔한 잔이나 그릇, 가구도 훌륭한 예술 작품이 될 수 있다는 '총체 예술'의 개념이 여기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