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말을 걸 때 - 아트 스토리텔러와 함께하는 예술 인문학 산책
이수정 지음 / 리스컴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저번달까지는...

긴팔을 입고 다녔고 이불도 두툼한 걸 덮었습니다.

그런데!

급격히 기온이 오르고 벌서 30도라니...!

몸과 마음이 지쳐버렸습니다.

그래서!

지친 저를 달래주기 위해 좋아하는 '명화'를 보면서 충전하고자 합니다.

"그림 앞에서 멈추는 순간

삶은 비로소 깊어진다"

미켈란젤로, 고야, 프리다 칼로, 샤갈, 반 고흐, 앙리 마티스...

예술가들이 지나온 시간과 공간을 따라 떠나는 여행

그림이 말을 걸 때


예술 전문 강연가이자 아트 스토리텔러인 '이수정'

그녀는 이 책을 통해

30명의 화가와 50여 점의 작품을 중심으로

미술사 속 익숙한 그림뿐 아니라,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명화들을 소개하며 독자에게

'삶을 비추는 거울로서의 예술'

을 제안하고자 하였습니다.

책은 4장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1장 '그림 속에 내가 있었다'에서는 고흐, 앵그르, 쿠르베 등을 통해 예술이 인간의 감정을 비치는 거울이 될 수 있음을

2장 '예술가의 상처, 삶을 견디는 그림들'에서는 프리다 칼로, 샤갈, 미켈란젤로 등 예술가들이 고통을 견디며 그려낸 인간적인 이야기들을

3장 '그림, 또 하나의 언어'는 라파엘전파를 비롯해 신화·문학과 얽힌 그림들을 다루며, 그림이 서사가 되는 과정을

4장 '그림 너머의 모든 것'에서는 그림의 외연을 통해 그림 밖의 예술을 조명하며

우리에게

예술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그리고 우리는 그 말에 진심으로 귀 기울여본 적이 있는가?

를 묻고 있었습니다.

이 질문을 받고 한참을 고민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그림이 말을 걸 때 귀를 기울였을까...?

그만큼 천천히, 깊게, 대화하듯이 그림을 대한 적이 있었는가...

저자는 우리에게 그림을 마주하게 된다면, 그림이 말을 건다면

말보다 더 많은 것을 담은 그 침묵의 세계에 귀 기울여보기를

예술을 통해 누군가의 삶을 상상하고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기를

그리하여 당신의 일상에도 작지만 단단한 변화가 스며들기를

그리고 언젠가, 그림 앞에서 당신 자신에게 말을 걸 수 있기를

바란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일까...

유독 제 시선이 잡는 그림이 있었습니다.

영국의 국민 화가로 추앙받는 윌리엄 터너의 <눈보라-항구를 향해 떠나는 증기선>


프랑스 인상주의가 태어나기 전, 그 기틀을 마련한 선구자.

빛과 색채, 순간의 인상을 통해 전통 회화의 한계를 넘었으며, 형태를 해체하고 감각적 본질을 표현한 그.

1842년 폭풍우를 화폭에 담기 위해 77세에 스스로 배의 돛대에 자기 자신을 묶고 바다 한가운데로 들어가는 극한의 행위를 감행해 완성한 이 작품은

단순한 풍경이 아닌 자연 앞에서 인간이 느끼는 경외와 공포, 살아 있음에 대한 실존적 자각을 담아내고 있었습니다.

'경험'이라는 진실한 감각과 그로 인한 영혼의 진동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그의 작품.

작품이 우리에게 건넨 말은

터너의 예술은 이처럼 경험의 생생한 증언이며, 삶을 걸고 완성한 숭고한 기록이다. 붓을 들고 폭풍 속으로 걸어 들어간 터너가 우리에게 속삭인다. '폭풍을 두려워하지 말고, 온몸으로 통과하라. 비로소 그때 그대의 삶 또한 한 폭의 그림이 될 수 있다.' - page 247

그리고 실제로 꼭 한 번 보고 싶었던 작품이 있었으니

안드레아 만테냐의 <죽은 그리스도에 대한 애도>



18세기 이전까지 유럽의 미술은 기독교 신앙과 깊이 맞닿아 있었습니다.

예술가들이 다룬 주제와 표현 방식은 신앙의 울림을 품고 있었고

작품들은 단순한 장식이 아닌 '믿음의 이야기'를 담은 창이었습니다.

이런 배경 속에서 '예수의 죽음'은 유럽 미술의 가장 깊고도 중요한 주제로 자리 잡았는데

전통적인 도상적 개념을 과감히 깨뜨린 안드레아 만테냐.

예수의 시신을 발끝에서 머리 방향으로 바라보는 독특한 구도로 관람자가 시신 앞에 서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로써 관람자는 단순한 외부의 관찰자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죽음을 직접 목격하는 증인이 되고

신의 죽음을 이상화하지 않고 현실적인 육체의 고통과 인간성을 강조한 이 작품.

실제로 보면 얼마나 경이로울까...!

이 작품이 우리에게 건넨 말은

500년 전, 나보다 앞서 이 세상을 살았던 한 예술가의 치열한 고민은 그의 작품 속에 생생히 숨쉬고 있다. 이 작품 앞에 선 수많은 이들의 속삭임과 감탄은 보이지 않는 실로 엮어 지금의 나와 연결되는 듯했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아우르는 거대한 시간의 흐름 속에 서 있던 나는, 예술작품이 지닌 이 경이로운 힘 앞에서 한없이 작은 존재임을 느끼며, 경외감과 겸허함을 동시에 마주했다. - page 79

덧붙여 안드레아 만테냐는 수 세기 동안 파도바의 신앙과 예술의 중심지였던 에레미타니 교회의 오베타리 예배당 벽면에 성 야고보의 일생을 담은 프레스코화를 제작했었는데...

1944년 3월 11일, 연합군이 이탈리아 북부 파도바에 300톤에 달하는 폭탄을 투하하면서 만테냐의 프레스코화가 파괴됩니다.

대부분의 파편은 가루가 되어 사라져 버리게 되었는데...

2001년, 수학자이자 데이터 과학자인 마시모 포르나시에르와 그의 연구팀이 첨단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복원 방식을 고안,

마침내 2006년, 만테냐 사후 500년이 되는 해 폭격에 사라졌던 오베타리 예배당의 프레스코화가 다시 세상 앞에 모습을 드러내게 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