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번 레인 - 제2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82
은소홀 지음, 노인경 그림 / 문학동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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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들의 환호를 불러일이킨 작품!

유례없이 강력한 지지로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


이 문구만으로도 이 작품이 어떨지 기대되는데...

그것보다 가치 도서로 뽑혔다는 그 자체부터!

저에게 먼저 의미 있게 다가왔습니다.


"정직한 육체성에 대한 깨달음, 장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 두려움을 이겨 내는 경험.

건강하고 당당한 여성 아동 주체가 탄생했다." _ 심사평


그렇지 않아도 이제 조금씩 성인이 되어가는 아이와 함께 읽으면 더 좋을 것 같은 이 소설.

그들의 반짝이는 물빛 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수영부 에이스 강나루의 뜨거운 여름


5번 레인



긴 휘슬이 울린다. 나루는 5번 스타트대에 올라섰다. 스타투부터 터치의 순간까지, 이미 셀 수 없이 머릿속으로 그려 본 장면이다. 딱 하나 다른 점이 있다면, 상상 속에서 나루의 레인은 5번이 아니었다는 것뿐이다. 나루는 양손에 힘을 주어 스타트대를 움켜잡았다.

'집중해, 강나루.' - page 9


'강나루'

열세 살, 주 종목은 자유형.

전국소년체전에서 메달을 척척 따내는, 명실상부한 한강초 수영부의 에이스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턴가 1위의 자리를 내주지 않는 초희 때문에 나루는 4번 레인에서 5번 레인으로 밀려나게 됩니다.


기록 0.1초를 단축하기 위해 학교 수영장을 100바퀴는 더 돌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매일 아침 등굣길에 폐활량을 늘리려 숨 참기를 하며

수업 시간에 꿈을 말할 때면 망설임 없이 올림픽 메달을 그린 나루에게 패배가 거듭되자

팔이 조금만 더 길었더라면 어땠을까

이루어질 수 없는 바람을 되뇌고 오랜 소꿉친구를 비롯한 가까운 사람들에게까지 상처를 입히게 되었습니다.

급기야 초희의 반짝이는 수영복을 의심하기에 이른 나루는 해서는 안 될 일을 저지르고 마는데...

과연 나루는 위기를 극복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나루가 레인 끝에 섰다. 앞으로 몇 번이고 왕복해야 할 길이 보였다. 어떤 날은 쏜살같이 지나가고 어떤 날은 영 지루할 것이다. 그래도 괜찮다. 지금 나루가 하고 싶고 이루고 싶은 것들은 전부 물속에 있었다.

나루는 힘껏 벽을 차고 앞으로 나아갔다. - page 226 ~ 227



나루에게 수영은 왜 하느냐보다는 늘 당연한 듯 물에 뛰어들어 우승을 하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래도 가끔씩 코치님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던 나루.


"나루야, 코치님은 이기고 지는 게 수영의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해."

"하지만 시합은 이기려고 하는 거잖아요. 저는 이기고 싶어요."

코치님이 얕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네 말도 맞아. 하지만 평생 이기는 시합만 하는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어. 누구나 질 때도 있는 거야. 어쩌면 어떻게 지느냐가 이기는 것보다 더 중요해."

...

"한 번쯤은 너 스스로 왜 수영을 하는지 천천히 생각해 보면 좋겠다." - page 47 ~ 48


나루의 모습을 보며 단지 어린이만 그런 것이 아님을, 나 역시도 그렇지 않은가를 되짚어보게 되었습니다.


새가 둥지에서 떠밀리며 나는 법을 익히듯, '왜' 수영을 하느냐는 질문의 끝에서 나루는 변명의 둥지를 박차고 날아오른다. 우리의 생은 결국 자신과의 사투임을, 이기는 법과 지는 법을 배우는 것이 결국은 같은 것임을, 비상할지 추락할지는 스스로 선택하기에 달렸음을 나루는 자기 몸과 마음으로 알아낸다. 그리고 순수한 열망을 향해 건강하게 나아간다. - <심사평>, page  233


나루가 선 '5번 레인'이 그랬음을.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나루는 아무리 과정이 훌륭한들 결과가 형편없다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이냐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 나루도 알았다. 결과가 좋든 나쁘든, 나루 손으로, 나루의 두 팔과 다리로 만들어야 했다. 그래야만 승리의 기쁨도, 패배의 분함도 떳떳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 page 226


책을 덮고 나니 희미하게 수영장 물 냄새가 나는 듯했습니다.

까르륵 거리다 어느 순간 자신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아이들.

앞으로 눈부시게 찬란할 그들의 앞날이 마냥 부럽기만 하였습니다.

그 부러움도 잠시 접어두고...

이 책을 제 아이에게 건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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