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나의 우리 사람 열린책들 세계문학 294
그레이엄 그린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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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67년 동안 25편 이상의 소설을 집필하며 현실 사회의 상충되는 도덕적, 정치적 문제를 탐구해온

20세기 인간의 의식과 불안을 기록한 최고의 작가이자 스릴러 소설의 대가

'그레이엄 그린'

당대에 폭발적인 대중의 인기와 문단의 찬사를 동시에 누렸다는 그를 이번에 알게 되었고

그중에서도 1958년에 발표한 이 작품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범죄와 음모를 다룬 스릴러'라는 점에서 끌리지만 무엇보다

스토리텔러로서 뛰어난 재능, 탁월한 세부 묘사와 속도감 있는 서사, 현실적인 대화에 더해

가볍고 코믹한 접근 방식과 정치 풍자는 오늘날에도 공감을 불러일으킨다는데...

과연 어떻게 이야기를 이끌어갈지 기대하며 읽어보았습니다.


쿠바 혁명 직전, 혼란스러운 도시 아바나

가짜 비밀 정보 요원의 유쾌한 활약상을 통해

냉전 시대의 정치적 혼란과 불안감을 그려 낸

풍자 소설 대가 그레이엄 그린의 대표적 스파이 스릴러


아바나의 우리 사람


쿠바 혁명 전 어수선하던 시절의 아바나.

그리고 그 속에서 17살 딸 밀리와 살아가고 있는 진공청소기 판매원 영국인 '제임스 워몰드'.

어느 날 호손이라는 자가 워몰드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우리는 연감들을 믿지 않습니다, 선생님. 정치 첩보 문제도 있습니다. 선생님의 청소기와 함께라면 선생님은 어디든 들어갈 수 있습니다.」

「제가 먼짓덩어리를 분석하길 기대하시는 겁니까?」

「농담처럼 들릴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드레퓌스 시절 프랑스 첩보의 주요 공급원은 독인 대사관의 폐지 통에서 폐지를 수거하던 청소부였습니다.」 - page 48


이 무슨 황당한 상황인가.

영국 비밀 정보부의 카리브해 요원(우리 사람)으로 일 해달라는 겁니다.

당연히 처음엔 거절을 했지만 사치스러운 딸과 살면서 돈이 궁했던 그는 결국 그 제안을 받아들이게 되면서


<뭔가 해야만 해. 신원 조회할 사람들 이름을 주고, 보조 요원을 고용해서 그쪽을 기쁘게 해야만해.> - page 90


가짜로 요원들을 만들어 내고 거짓 보고서를 제출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가 제출한 가짜 보고서는 현실 속에서 '진실'이 되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점점 더 복잡해지고


「워몰드 씨, 워몰드 씨, 애당초 이 일을 왜 시작한 겁니까?」

「당신은 그 이유를 압니다. 저는 돈이 필요했습니다.」 - page 234 ~ 235


이젠 돌이킬 수 없는 상황...


「당신의 삶은 다소 불안정하지 않습니까? 당신은 적이 아주 많아 보이더군요.」 - page 296


과연 워몰드의 가짜 스파이 행각은 발각될 것인가?

그의 마지막 행적까지 쫓아가 봅니다.


이 소설의 플롯은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의 수도 프리타운에서 영국 비밀 정보부원으로 일하던 1940년대였다고 합니다.

런던으로 돌아온 그가 이베리아반도에서 방첩 업무 부서에 배속되었는데, 그곳에서 포르투갈의 요원들이 보너스를 더 받기 위해 독일에 가짜 보고서들을 보낸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을 계기로 써 내려갔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소설은 단순히 재미를 넘어선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고...

영국이 세계에서 지니는 지위에 대한 자기 망상과 정부 부처의 무능함,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 내는 은폐물을 풍자하며 조롱하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몰입도 잘되지 않았고...

특히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인물의 캐릭터가 뚜렷한 느낌이 없어 이야기 흐름도 조금은...

아쉬움이 남았었습니다.


그럼에도 책 속에서 인상적인 이야기가 있었으니


「당신이 저보다 충직하지 않나요?」

「당신은 충직해요.」

「누구에게요?」

「밀리에게요. 저는 돈을 주는 사람이나 조직에 충직한 사람에게는 조금도 관심 없어요...... 저는 심지어 조국조차 그리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우리 핏속에는 많은 나라가 있어요, 안 그런가요? 하지만 사람은 한 명이죠. 만약 우리가 나라가 아니라 사랑에 충직하다면 세상이 엉망진창 될까요?」 - page 314


이 말은 단순히 소설 속에서 끝나지 않은 것 같아서 짙은 여운으로 남았다고 할까...!


아무튼 작가가 웃으며 즐기자고 쓴 이 책.

다시 읽을 땐 조금은 즐길 수 있을까. 

아니, 지금의 우리 사회가 더 웃기기에... 씁쓸함만이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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