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글에는 역시나 '맛'이 있었습니다.
특유의 입담이, 인문정신이, 무엇보다 50년 지기 홍세화·김민기 등을 떠나보내며 쓴 추도사에서는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세월을 뛰어넘은 우정이, 자신의 주례 선생인 리영희 선생에 대한 회고에서는 질곡 많은 현대사 속에서도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했던 지식인들의 교류가 여느 작가에게서는 느낄 수 없었기에 이번 책이 의미 있게 다가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서울의 대표적인 전통문화 거리 '인사동'
고서점, 고미술상, 화랑, 전시장, 표구점, 화방, 필방, 공방, 전통한지 가게, 전통공예품 가게가 즐비하고
전통찻집과 전통음식점들이 골목골목에 퍼져 있어
전통과 예술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그리고 드나드는 이들이 문화예술인과 높은 교양이 풍기는 중년 신사들이어서 거리엔 문기가 넘쳤던 이 거리.
하지만 지금은 오직 고미술상과 민예품 가게들이 전통거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고 찾는 이 없는 고서점들이 모두 문을 닫은 지 오래인데...
고서점 중에서도 통문관 이겸로 선생이 계실 때가 문화의 거리다웠다며 이겸로 선생에 대한 이야기를 펼쳤는데...
"내가 돌봐주던 낡은 책들이 내 노년을 이렇게 돌봐주고 있다오."
스스로 책방 주인이라고 낮추었지만 누구 못지않은 애서가였던 선생.
2015년 가을 유홍준 교수가 공개강좌를 하고 있던 어느 날
"내가 통문관 셋째요"
라며 그에게 다가온 고려대 중문학과의 이동향 명예교수는 선친 유품을 정리하다 이게 나왔다며 얇은 서첩 두 권을 그에게 건네주었는데 표지를 보니
한 권은 이광직이라는 문인이 단원 김홍도의 그림에 대하여 쓴 『단원화평』이고,
또 하나는 그림과 글씨의 기원에 관해 쓴 『서화연원』이라는 필사본이었다고 합니다.
표지 안쪽에 '수취인 유홍준'이 쓰여 있었지만 미처 보내지 못한...
훗날 아드님이 전달하면서 보낸 한문 편지가 있었는데...
모든 물건에는 주인이 있는 법인데, 이제 이 소책자가 주인에게로 돌아갑니다. 이 또한 선친의 뜻입니다. 청컨대 웃으면서 받아주시기 바랍니다.
「전 적벽부」에서의 한 구절이,
삶의 향기가 책에서 물씬 풍겨지는 듯한 이 느낌이
지금 이 책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인상적인 말이 있었는데...
그가 중국을 답사하면서 그들이 입에 붙이고 사는 표어가 있다고 하는데...
'인인유책', 즉 '사람마다 책임 있다'는 표어
이 말이 이번에 의미심장하게 와닿았습니다.
한 사람의 인생 이야기에서도 역사를 바라볼 수 있었고 문화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유홍준 '답사기'
벌써부터 이야기꾼 그의 이야기가 그리워지기 시작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