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도록 사랑받고 싶어서
김동영 지음 / arte(아르테)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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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2007년 출간한 그의 첫 책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로 당시 여행 에세이의 돌풍을 주도했던, '생선'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한 여행작가 '김동영'

그의 작품에서 묘사되는 외롭고 쓸쓸한 '떠남'의 여정은, 이 시대 청춘이라면 한 번쯤 가져야 할 표상이었습니다.

그렇기에 많은 이들이, 저 역시도 공감하며 사랑했습니다.

김동영 작가가 독자와의 만남에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있었으니...

"어떻게 그렇게 고독하고 배고픈 여행을 계속할 수 있나요?"

"어떻게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글을 쓸 수 있나요?"

"나도, 떠나 보면 나를 알게 될까요?"

17년이 지난 2024년, 이 질문들에 선명하게 답을 내놓았다고 합니다.

과연 그 답이 무엇일지...

죽도록 사랑받고 싶어서

죽음을 생각하는 이들을 위한 위로

카이로의 사막, 예루살렘의 골고다 언덕,

바라나시의 화장터, 히말라야의 고도,

도초도의 폭설에 갇힌 집에서......

당신에게 부친 편지

죽도록 사랑받고 싶어서



나는 죽을 것처럼 살아왔고, 살 것처럼 죽을 것이다. 죽음에 대해서는 무엇이든 다 의심하지 않고 믿는다. 300쪽 넘게 죽음에 대해 이

야기했지만, 나는 결국 죽지 않았다. 비겁했고, 허세스러웠고, 나는 나에게 미련이 많다. - page 11

책은 세 주제를 다루고 있었습니다.

죽음, 사랑, 시간(나이 듦)

14년 전 작가의 엄마가 호스피스 병동에서 세상을 떠나면서 작가는 죽음에 관한 사유가 시작되었고

상실의 고통이 커다란 뼈대가 되어

살아남은 사람이 삶을 사는 힘에 대한 사유로 이어졌습니다.

내가 죽고 싶은 건, 아직 당신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신이 있다는 걸 알기에 내 삶을 조금이나마 좋아했고 이 세상에 사는 걸 기대했다. 하지만 만날 때가 된 것 같은데 당신은 어디에 있는지, 우리는 함께할 운명이 아니었을까?

이미 나의 아름다운 시간은 가 버렸는데, 지금 당신을 만난다 해도 그걸 보여 주지 못한다는 것이 슬프다. 왜냐하면 지금의 나는 모래사장으로 밀려와 스스로 죽어 가는 고래 같다. 기대할 희망을 나는 찾을 수 없다.

...

이렇게 죽고 싶지 않다. 여전히 하고 싶은 일들도 많고, 은근히 기대하는 것도 많다. 하지만 세상은 자꾸 나더러 죽으라는 조용한 권유를 하고 있다. 내가 세상에 잘못한 것은 없다. 잘못이라면 내가 나에게 하고 있다.

...

내가 원하는 건, 나의 삶과 나의 존재가 이 세계에서 살 가치가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정말 이런 나일지라도, 매 순간 어딘가에서 죽어 가는 사람들을 대신해 살아가도 되는 것일까? - page 69 ~ 71

그리하여 그는 플라톤, 니체, 쇼펜하우어 등 철학자들이 죽음을 대하는 방식을 공부하고

카이로, 룩소르, 아스완, 예루살렘, 히말라야, 도초도 등지를 떠돌며 답을 찾아 헤맨 결과

비로소 우리에게 건넨 답은

다름 아닌 '사랑' 이었음에.

우리는 다양한 이유로 죽겠지만, 사랑을 모르기에 삶에 대한 애착이 없어서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지도 모른다. 사랑 없이 살아갈 철학이 인간에게 있을까? - page 319

마치 옥상의 난간에 걸쳐서 덤덤히 써 내려간 그의 이야기.

외로웠고 쓸쓸했으며 그럼에도 우리는 살아가고 있으며 언젠간 죽음을 맞이할 것이라는 당연한 전제를 일러주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 가슴에 와닿았던 책 제목...

죽도록 사랑받고 싶어서...

우리에게 편지를 부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이야기가 있었는데...

만약에 거리에서 꽁초를 줍거나 남의 집 쓰레기를 분리수거하는 나를 당신이 본다고 하더라도, 부끄러워서 모른 척 그냥 지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어요.

이런 일을 몇 시간이나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느끼는 이 어색한 기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청소라도 하고 나면 세상에 쓸모 있는 존재가 된 것 같아서 안심이 되더라고요. 나는 말이죠. 이 사회에서도 그렇고 나 스스로에게도 그렇고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 page 314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이 말이...

전업주부가 된 뒤 한참을 방황했었던 지난날이 떠오르면서 왈칵 눈물이 쏟아졌었습니다.

지금은 저 역시도 스스로 쓸모를 증명하고자 노력하지만...

사랑받기 위해 죽으려 했던, 하지만 살아 있기에 사랑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일러주었던 이 책.

그렇기에 당신은 이미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만은 꼭 기억하길...

저에게도 외쳐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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