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오피스 오늘의 젊은 작가 34
최유안 지음 / 민음사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누군가의 호텔로의 초대!

이번을 계기로 알게 되었습니다.

'백 오피스'

고객을 직접 대면하는 프론트 오피스 뒤에서 마케팅, 객실 예약, 행사 개최 등을 담당하는 호텔의 부서를 칭하는 이 단어를.

그리고 무언가를 만들어 내고 어떤 일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모든 보이지 않는 노동을 상징한다는 것을.

그 의미를 알고 나니 소설이 어떨지 짐작은 가지만...

그래도 읽어보아야겠지요?!

"저 끝에 환한 불빛은 뭔가요?"

"백 오피스예요."

완벽한 행사를 위해 움직이는 불완전한 손길

행사장 너머 백 오피스의 치열한 스펙터클

백 오피스



이혼하자. - page 9

책의 첫 문장부터 강렬합니다.

육아휴직을 끝내고 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차장에서 가장 낮은 L등급인 15년 차 호텔 퀸스턴 백 오피스 지배인 '강혜원'.

하필 오랜만에 완벽한 연회를 마치고 당장 태형그룹 건을 따내기 위해 전장에 나서야 하는 이 시기에 이혼하자는 말을 들을 줄이야...

기회를 취할 때마다 무언가를 버려야 했다. 가족에게 쏟는 물리적인 시간, 관계나 일상의 소소한 행복 같은 것. 강혜원이 그걸 버리고 싶었다는 게 아니다. 그게 중요하다는 걸 모르지 않았다. 다만 강혜원에게는 사람들이 추구하는 행복도 일종의 욕망으로 비쳤다. 관계에 대한 욕망, 행복에 대한 욕망, 사랑에 대한 욕망. 그들은 관계를 얻고 성취를 포기한 것뿐이었다. 다른 종류의 보람을 선택한 것이었다. 갈림길에 설 때마다 강혜원은 어떤 종류의 욕망이 지금 이 순간 스스로에게 더 우선하는지 선택했다. 강혜원에게도 일에 대한 성취만 중요한 건 아니었다. 육아휴직도 하고 아이와 시간도 보냈다. 다만 지금 이 시간에는 그런 욕구들이 우선순위에 있지 않다는 거다. 그게 왜 나쁜 건가. - page 134

예전엔 자신의 목소리를 냈지만 이젠 당장의 일과 성과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에너지 대기업 태형 기획실 '홍지영'.

역시나 혼자 남은 사무실에서 꼼꼼하게 입찰 공고문을 다 읽고, 날짜를 체크한 후에 품의서를 올리고 예산안에 관련해 논의가 필요한 사항을 메모해 총무과에 넘긴 뒤에서야 지친 몸을 이끌고 퇴근을 하게 됩니다.

마이스업계 작은 기획사에서 위태롭지만 능력 있는 대표와 마음에 맞는 동료들과 누구보다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느끼는 '임강이'.

몇 달 전부터 태형이 9억짜리 행사를 기획할 거라는 소문에 임강이도 이 행사를 맡고자 고군분투를 하게 됩니다.

세 사람은 이 행사를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의 것으로, 최고의 행사로 완성하고자 합니다.

각자가 대표하는 집단의 이익을 위해 날카롭게 대립하다가도 공통의 고민들에 대한 답을 서로에게서 찾아내는 그들.

과연 그 끝엔 뭐가 있을까...?!

책임의 소재를 가리는 문제는 첨예하다. 논란을 불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쉽다. 책임을 받아 든 이들을 손가락질하면 끝나는 문제니까. - page 224

거대한 행사 뒤에 숨겨진 음모를 밝혀내는 긴박한 서사.

자신과 회사의 이익을 위해 달려간 세 여성의 이야기.

개인적으로 '여성'이기에 더 공감하며 읽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역시나 이들의 모습은 안타깝기만 했습니다.

아니, 우리 모두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불나방......

-달려들어 죽으라는 건가요, 불나방처럼?

-여기서 죽을 거면 다른 데 가서도 죽고야 말겠죠. 근데 불나방은 죽으려고 불로 달려드는 게 아니에요. 해야 할 일을 하는 거죠. 가야 할 방향으로 가다 보니 불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것뿐이고요.

-결과를 알면서 계속하는 건 바보 같은 짓 아닌가요.

-바보 같은 짓이라고 말하기엔 그 불꽃이 너무 찬란하고 귀한걸요. - page 230 ~ 231

어떤 위로가 필요할까...

어차피 우리의 모습일 것이고 바뀌진 않을 것이기에...

그럼에도 이 말 한마디는 남겨볼까 합니다.

수고했어,

오늘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