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퍼 생각학교 클클문고
고정욱 지음 / 생각학교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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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이후 《까칠한 재석이》 《고정욱 삼국지》 등 꾸준한 저작 활동을 통해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안 작가 '고정욱'.

그가 이번에 새로운 장르의 소설을 선보인다고 하였습니다.

바로 '타임슬립 역사 X 성장 소설'.

솔직히 작가님의 작품을 읽어보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이 소설이 '타임슬립'이라는 점에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작가이기에 이번 기회에 만나보고 싶었기에 읽게 되었습니다.

시공간을 뛰어넘을 박창식.

어떤 이야기가 그려질지 기대해 봅니다.

"여기가 북한인 것도 모자라

지금이 일제 강점기라고?"

1928년 X 2024년

시공간을 뛰어넘은 점퍼 jumper, 박창식

열다섯, 인생을 바꿀 마법 같은 사건이 찾아오다!

점퍼



2024년 오산중학교에 다니는 중학교 3학년 '박창식'.

역사 시간.

학기 말이라 기말고사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도 부득부득 역사 교과서를 끝까지 가르치시려는 선생님은 시험에 나오지 않는 일제강점기에서 재밌는 이야기만 골라서 하는데 <아리랑> 영화처럼 민족의 얼과 문화를 꽃피운 일제강점기 예술 활동을 설명하는 선생님을 향해 창식이는 괜히 흥분하게 됩니다.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비슷한데, 왜 먹히냐고. 땅덩이가 큰 미국이나 러시아도 아니고, 일본에 먹히고 나서 맞설 힘이 없으니까 괜히 글 쓰고 영화 찍어 예술로 저항했다 그러지. 웃기지 말라 그래.' - page 25

사실 창식이는 자기 자신도 돌보지 못하는 무능력한 아버지로, 지친 몸을 이끌고 폐지를 줍는 할머니, 어린 나이라 당장 돈벌이를 할 수도, 할머니를 도울 수도 없는 상황이 답답하기만 합니다.

자연히 꿈은 뒷전이 된, 그래서 재능을 썩히지 말고 함께 미술부 활동을 하자고 손 내미는 친구를 외면하곤 합니다.

하필 주정뱅이 아빠를 보자 욱하며 집을 나와 자신의 가슴을 치며

"박창식, 꺼져버려! 이 지구에서 사라지라고!"

외친 순간 정신을 잃고 맙니다.

"창식아 일어나라! 또 늦잠이냐?"

처음 듣는 낯선 목소리.

낯선 아이가 빡빡머리를 들이밀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너, 나 알아?"

"너 박창식이잖아. 난 김소월이고."

눈 떠보니 1928년 일제강점기에 오산학교 학생이 되어버린 창식.

이곳에서 소년 김소월, 백석, 이중섭과 함께 생활하게 되는데...

환경도, 말도 다르고 무엇보다 늘 일본 순사에 감시받는 답답한 삶에서 창식이는 무사히 적응할 수 있을까?

그리고 다시 가족이 있는 현대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을까?

창식이의 두 달간의 좌충우돌 성장기가 그려지고 있었습니다.

나라를 빼앗긴 상황에서 창식이는 국민 모두 다 '무력 투쟁'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예술 활동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런 그에게 말순이는 말합니다.

"우리 조선이 지금 일본의 통치하에 살고 있잖아. 우리가 일제를 이겨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겠어? 힘이 필요해."

"하지만 우리에게는 총칼이 없잖아."

"넌 총칼 없이 사람들을 모을 방법이 뭐라고 생각해?"

"그, 글쎄."

"예술을 하면 사람들이 모여. 음악회나 시화전 같은 걸 열면 사람들이 모일 수 있잖아? 예술 활동은 대중을 교육하고 동원하는 방법이 된다고. 우리가 극장에 가거나 전시회 같은 곳에 가는 것도 마찬가지야."

"그게 뭐 어떻다는 거야?"

"너 바보 아니니? 사람이 모이면 서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고 유대감이 생기잖아?"

...

"사람들이 모이면 정보를 나누고, 거기에다가 누군가가 저항하자는 정신을 집어넣으면 바로 그런 정신이 쌓여서 힘을 가지게 되는 거야. 뿔뿔이 흩어져서 문화 활동도 없고, 예술 활동도 없다고 생각해 봐. 영원히 우리는 일본의 종노릇을 하는 것 아니겠니?" - page 99 ~ 100

문화예술의 가치와 의미.

세상을 힘과 돈의 원리로 바라보던 우리에게, 아니 저에게 따끔한 충고였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문화제를 하지만 문화제는 어느새 만세 운동으로 퍼지게 되었고 창식이도 무리에 섞여 목이 터져라 만세를 외치며 깨닫게 됩니다.

이거였다. 모두가 함께한다는 느낌. 이런 느낌으로 독립투사들이 만세 운동을 하고, 목숨 걸고 만주 벌판을 달렸던 거다. - page 177

그리고 이어졌던 영화 <아리랑>의 이야기.

'슬퍼하지 마십시오. 저는 이 삼천리강산에 태어났기 때문에 미쳤고, 사람을 죽였습니다. 저는 이제 죽으러 가지만 이것은 죽는 것이 아닙니다. 갱생하러 가는 거니까 눈물을 거두시오.'

저 역시도 이 대목에서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일제강점기의 암울했던 시기에서 국가와 민족을 위해 행동하고, 나아가 자신의 꿈을 찾아갔던 오산학교 아이들.

그들을 바라보며 지금의 나는 안일하게 살아가지 않았나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하얀 꽃잎이 아침 이슬에 젖어 슬프게 고개를 떨구고 있다. 꽃들은 햇빛을 갈망하지만, 거친 바람은 뿌리째 뽑으려 한다. 향기는 바람에 흩어져 사라지고, 그 잎사귀는 짓밟혀서 상처투성이다. 하지만 꽃의 씨앗은 언젠가 새로운 봄을 맞이할 희망을 품고 있도다.

그들의 씨앗이, 꽃이 활짝 필 수 있도록 마음에 새기며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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