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도가와 란포 기담집
에도가와 란포 지음, 김은희 옮김 / 부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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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추리소설 작가

일본 미스터리·추리소설계의 거장

그를 표현하는 수식어는 수도 없이 존재하였습니다.

바로

'에도가와 란포'.

그의 이름을 딴 '에도가와 란포 상'은 현재까지도 일본 추리소설계의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데...

저는 그의 이름을 딴 상을 받은 작품들은 읽어보았지만 막상 그의 작품은 읽어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그의 작품을 만나고자 합니다.

왜 이번이었을까...?

그의 진정한 매력은 미스터리를 가득 머금은 단편 기담에서 더 빛을 발한다고 하였기에 이 책을 선택하였습니다.

그의 손에서 탄생한 '란포 세계'

직접 경험해 보겠습니다.

이 책을 덮은 후, 당신은 섬세하고 기괴한 매혹에

몸서리치게 될 것이다!

에도가와 란포가 초대하는 서늘한 물살 속에서

한 줄기의 땀이 등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오싹함에 사로잡히다

에도가와 란포 기담집



책 속엔 1924년 발표된 <쌍생아> 부터 1931년 발표된 <메라 박사의 이상한 범죄> 까지, 에도가와 란포만의 그로테스크하고 잔혹한 상상력으로 쓰인 기담 16편이 수록되어 있었습니다.

단순히 잔혹하고 기괴한 기담을 넘어서 인간의 가장 추악하고 처절한 내면이 담겨있었던 '란포 세계'.

그래서 마냥 섬뜩한 것이 아닌 끔찍한 우리의 본모습에 치가 떨렸었습니다.

첫 이야기부터 인상적이었습니다.

일란성 쌍둥이 형을 죽이고 형 행세를 하며 계속된 살육을 벌이는 남자의 이야기인 <쌍생아>.

결코 형을 원망해서가 아닙니다. 악인으로 태어난 저는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그저 쾌락을 얻고 싶은 마음뿐이었지요. - page 13

형을 죽인 큰 죄를 지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연시하는 그.

하지만 저로서는 형제이기 때문에 도리어 죽일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선생님은 경험이 있으실지 어떨지 모르겠지만, 인간에게는 자신의 혈육을 증오하는 감정이 있습니다. 이 감정에 대해서는 소설책 같은 데서도 자주 나오는 걸 보면 오직 저 혼자만 느끼는 감정은 아닌 것 같은데, 타인에 대한 그 어떤 증오보다도 한층 더 견딜 수 없는 종류인 것 같습니다. 더욱이 저처럼 얼굴까지 완전히 똑같은 쌍둥이의 경우에는 정말이지 극도로 참을 수 없어지는 것입니다. 딱히 어떤 이유가 없더라도 그저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혈육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죽이고 싶어지는 것이지요. - page 17 ~ 18

범행에 대해 합리화시키며 '지문'을 이용한 트릭.

결국 자신임을 밝히게 된 어리석음에...

그리고 살인이나 죽음이 깃들지 않더라도 강렬했던 <인간 의자>.

여류 작가에게 한 통의 편지(?)가, 아니 원고가 왔습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제목도 이름도 없이 갑자기 '부인'이라는 호칭으로 시작되는데...

어쩐지 기묘하면서도 불길함 예감이 들었지만 그런 면이 도리어 호기심을 자극해서 읽게 됩니다.

보기 드문 아주 추악한 얼굴을 가진 그.

전 어째서 이토록 죄 많은 사람으로 태어났을까요? 왜 이렇게 추하게 생겼으면서도 가슴속으로는 남몰래 격렬한 열정을 불태우고 있는 걸까요? 괴물 같은 얼굴에다가 지지리도 가난한 직공에 지나지 않는 제 현실을 잊고 당치도 않게 달콤하고 호사스러운 온갖 '꿈'들을 그리고 있을까요? - page 88

그리곤 엽기적인 행위를 하게 되는데...

바로 의자 속에 자신이 들어가 있는 것이었습니다.

여러 가지 신기하거나 기이하거나 기분 나쁜 갖가지 경험을 했지만 결국 이렇게 글을 쓴 목적이 있었으니...

부인이 의자 속에 있는 저의 존재를 의식해 주었으면 하고 바라게 된 것이지요. 그리고 염치없는 소리지만 저를 사랑해주셨으면 하고 바랐답니다. - page 105

까악!

소름 끼친 대목.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았는데....

나머지는 직접 읽어보셔야 합니다.

그리고 충격적이었던 <애벌레>.

전쟁으로 인해 팔다리가 모두 잘린 채 마치 살덩이로 만든 팽이처럼 몸을 들썩거리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군인.

불구자가 된 자신을 보살피며 인간의 것이라고 할 수 없는 처절한 육욕에 빠져버린 아내.

그런 아내를 향해

'용서해'

라며 가타카나 석 자를 남긴 채...

참으로 이상한 일이지만 그 황급한 순간에도 도키코는, 칠흑 같은 밤에 애벌레 한 마리가 마른 나뭇가지를 기어 다니다 가지 끝에서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툭! 하니 바닥 모를 구덩이 속으로 떨어지는 광경을 마치 환영처럼 그리고 있었다. - page 313

아내에게 남긴 이 메시지.

사람답게 살 수 없는 자신의 처지와 자신을 함부로 대하는 상대를 미워하고 증오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생의 아이러니가 불쾌함이나 그로테스크한 것 이상의 감정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인간의 불온한 내면과 불안한 시대상을 촘촘하게 엮어 구축한 '란포 세계'..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짜릿하고도 진한 울림을 선사하고 있었습니다.

미스터리하고도 기괴한 기담들.

우리에게 넌지시 질문을 던지는 것 같았습니다.

당신의 내면엔 누가 있는지...

순간 소름이 끼쳤습니다.

서평단 이벤트에 참여하여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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