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홀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정훈 옮김, 이중원 감수 / 쌤앤파커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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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물리학자이자 '제2의 스티븐 호킹'이라 평가받는 '카를로 로벨리'.

그가 최신 연구를 바탕으로 '화이트홀'이라는 미지의 세계, 지속적인 불확실성에 대한 실체를 추적하였다고 합니다.

이미 현지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주요 언론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하며 극찬하였다고 하는데...

무엇보다 이 책이 끌린 건 그의 책에서만이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이랄까.

전에 그의 책 《모든 순간의 물리학》을 읽었었는데...

과학이지만 아주 쉬운 설명과 비유, 명쾌함, 문장에 깃든 아름다움까지...

여느 문학 못지않았기에 강렬한 첫인상을 남겼었고 그만큼 이번 작품 역시도 기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것은 현재 진행 중인 모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모든 여행의 시작이 그러하듯, 어디로 이어질지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그 첫 미소에, 우리가 어디서 함께 지내게 될지 물을 순 없으니... 나는 비행 계획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블랙홀의 지평선 끝에 도착해 안으로 들어가서는 바닥으로 내려갑니다. 그러고 나서는 《거울 나라의 앨리스》처럼 바닥을 통과해 다시 화이트홀로 나옵니다. 거기서 우리는 시간이 거꾸로 가면 어떻게 되는지 묻습니다. 몇 초이지만 몇 백만 년이기도 한 시간이 지난 후, 또는 이 얇은 책을 읽는 시간이 지난 후 우리는 마침내 다시 나와서 별들을 봅니다. 우리가 보던 별들입니다.

따라오시겠습니까? - page 14 ~ 15

네!

따라가려 합니다.

현실의 맨 가장자리로 떠나는 숨 막히는 여정

인간의 방정식이 작동하지 않는 그곳에선 어떤 일이 벌어질까

화이트홀



화이트홀이 무엇인지 이해하기 위해선 먼저 블랙홀이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했습니다.

빅뱅 이후 우주 공간을 떠다니던 거대한 수소 구름은 자체 중력에 이끌려 밀도가 높아지고 수축합니다.

그러면서 가열되고 발화하여 태양과 같은 별이 되는데, 별은 구성 성분인 수소를 연소시켜 헬륨으로 바꿉니다.

이 연소로 인해 발생한 열이 만들어낸 팽창력이 별의 무게와 균형을 이루어, 별이 자신의 무게로 짓이겨지는 것을 막습니다.

이런 식으로 별은 수십억 년 동안 계속 살아갑니다.

그러나...

영원한 것은 없기에...

결국 수소는 모두 소모되어 더 이상 타지 않는 헬륨과 다른 재로 변하게 됩니다.

별은 중력의 영향을 버티지 못하고 압축 붕괴하면서 '블랙홀'이라는 거대 공간을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별의 물질은 블랙홀 안으로 빨려 들어가 가라앉는데 이때 별이 지녔던 에너지는 호킹 복사로 인해 점점 사라져갑니다.

블랙홀 속 별의 물질은 호킹 복사로 에너지를 계속 소진하고 동시에 점점 더 압착되어 끊임없이 작아지면서, 블랙홀의 공간과 시간을 깔때기 모양으로 왜곡시킵니다.

많은 사람들은 이 과정이 무한히 지속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별의 물질도, 블랙홀도, 공간과 시간도 결국 모두 파괴되어 결국 사라질 것이라 생각했었습니다.

블랙홀의 종말을...

하지만 저자 카를로 로벨리는 여기가 끝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끝없이 압착되어 작아지다 사라질 것 같았던 물질은 공간과 시간의 양자적 구조에 의해 더 이상 작아질 수 없는 공간의 최소 크기에 도달하면서 압착을 멈춥니다.

별의 물질도 최소 크기에 머무는데 이를 '플랑크 별'이라 하고 플랑크 별은 양자적 특성을 지니면서 양자 터널을 통해 또 다른 세계로 양자 전이 하는데, 그 다른 세계가 바로 '화이트홀'이라 하였습니다.

만약, 블랙홀이 여정의 끝에 도달해 공처럼 튀어 올라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 이전에 지나온 길을 되돌아 간다면... 그것은 화이트홀로 변한 것입니다. - page 88

그는

우주가 빅뱅으로 시작하여 블랙홀의 종말로 마무리되는 것이 아니라,

다시 화이트홀로 환생하며 끊임없이 순환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좀 더 확장시켜

인간은 우주 안에서 비록 미미한 존재이지만 그래도 우주의 일부이므로

우리의 삶 역시 탄생과 죽음으로 일단락되는 것이 아니라,

우주처럼 어쩌면 그 너머로까지 이어져 지속될 수도 있다는 것을

그래서

공간과 시간, 블랙홀과 화이트홀을 연구하는 것은 우리가 실재와 관계를 맺는 방식 중 하나입니다. 실재는 '그것'이 아니라 '당신'입니다. 서정시인들이 달에게 말을 걸 때처럼 말입니다. 《정글북》에서는 모든 동물들이 서로를 인정하는 외침을 주고받죠.

"당신과 나, 우리는 같은 피를 나누었다."

나는 우리가 우주를 이해하고 우리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주를 항상 '당신'으로 불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사물과 하나임을 인정하는 그런 '당신'이죠. 당신과 나, 우리는 같은 피를 나눈 것입니다. - page 173 ~ 174

라며 끝나지 않은 우리의 이야기를 또다시 시작하고자 하였었습니다.

읽는 내내 황홀하였습니다.

깜깜한 우주 속에서 희미하지만 명확한 빛들 사이에서 결국 우리 모두 이어졌다는 이야기.

그 어떤 이야기보다 아름답게 다가왔습니다.

그동안 우리가 알던 '시간'의 의미가 우주 속에서 바라보니 무의미하게 느껴졌었습니다.

그리고 무언가를 연구한다는 것이 그것과 관계를 맺는 일이라는 점에서 친밀함마저 느껴졌었습니다.

그래서 더 우주가 궁금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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