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가 닿았던 모든 순간
무라야마 유카 지음, 양윤옥 옮김 / 놀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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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 미야베 미유키와 함께 일본의 3대 여성 작가로 손꼽히며 나오키상, 주오고론문예상, 시바다렌자부로상 등 유수의 문학상을 석권한 '무라야마 유카'.

저는 이번 기회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그녀를.

그리고 이 소설이 1999년 일본에서 처음 출간된 뒤 약 20년의 세월이 지난 현재, 전국 도서관에서 특정 페이지가 너덜너덜해져 뜯겨 나간 채 발견된 소설로 입소문이 나며 마침내 현지에서 재출간되었다고 합니다.

이제서야 만나다니...

아니, 이제라도 만나게 되어서 영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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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을 떠올리게 하는

아릿한 후유증을 남기는 책" _ ​독자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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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어떤 이야기가 그려질지 기대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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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원하지만 사랑은 아닌 이 관계가

어째서 우리는 이토록 간절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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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과 파격을 오가는 이야기, 불온하고 매혹적인 문장

위태롭고 불안해서 더 아름다웠던 청춘의 비망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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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닿았던 모든 순간』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아름답고 평온한 마을.

그곳엔 누구보다 격렬하게 자신의 존재로 고민하는 고등학생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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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험한 친구 녀석들은 나를 두고 파도 중독자니 세상 즐기는 법을 모르는 가엾은 연습 벌레니 하며 놀리지만, 나는 서핑에 중독된 내 모습에 불만을 품은 적이 없다. 파도를 타는 것은 내게는 한없이 자연스러운 데다가 필수 불가결한 일이다.

사람들이 모두 밥을 먹고 숨을 쉬는 것과 마찬가지로. - page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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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렁이는 파도의 리듬과 자신의 심장박동이 완전히 일치한다고 느끼는 '미쓰히데'.

늘 시시껄렁한 농담을 던지는 그를 보며 친구들은 아무 걱정 없어 보인다고 부러워하지만 사실 미쓰히데는 암으로 죽어가는 아버지 곁을 지키며 삶의 무게를 견디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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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니 다시금 은근히 화가 난다. 멍청한 놈들.

이 세상에 고민 없는 인간이 어디 있겠냐. - page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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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아버지는 연명 치료를 거부하며 아들에게 존엄사를 존중해 주기를 바라고, 미쓰히데는 그런 아버지를 보며 죽음 그 자체보다 죽음으로 가는 길에 맞닥뜨리는 과정에 낙담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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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나는 어떻게 했을까. 분명 내 손으로 껐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이미 아버지가 돌아가셨기 때문인지 모른다. 아직 숨을 쉬고 있는데 내가 정말로 그 스위치를 끌 수 있었을까. 자신 있게 그렇다고 말할 수가 없다. 내 손으로 스위치를 끄지 못한 것을 지금은 몹시 후회하고 있지만, 만일 내 손으로 꺼버렸다면 이런 후회는 하지 않았을까. 그것도 잘 모르겠다. 그때는 또 내 손으로 꺼버린 것을 후회했을지도 모른다.

생각하면 할수록 내가 한 행동이 옳았는지, 자신이 없어진다. - page 401 ~ 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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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공부든 운동이든 모든 면에서 주변 사람들의 기대에 어긋난 적이 없는 '후지사와 에리'.

다들 에리를 천성적으로 '착한 아이'이자 모범생으로 생각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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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보기가 싫다.

거울 저편에서 눈에 익숙한, 하지만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눈에 익숙해지지 않는 여자가 무례하게 이쪽을 흘끗 마주 본다. 그 여자의 얼굴을 보면 나는 마치 어금니로 은박지를 꽉 깨문 듯한 기분이 든다.

성별이 바뀐 채로 태어나 버렸다...... 그렇게 느끼기 시작한 게 언제쯤부터일까. - page 13 ~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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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누를 수 없는 욕구에 남몰래 괴로워하며 또 동성인 단짝 친구 미야코를 사랑한다고 자각한 뒤로는 친구 사이를 망칠까 봐 마음을 숨기고 힘겹게 노력하는 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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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진짜 나를 알지 못한다. 그렇다고 이제 새삼 내 입으로 모든 것을 고백할 수도 없다. 인간에게는 저마다 기대되는 역할이라는 게 있고, 나는 지금까지 너무도 능숙하게 그 역할을 해내버렸다. 이제 와서 그걸 내던진다면 나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까지 상처를 입을 것이다. 그걸 피하려면 나는 이대로 계속 사람들을 속이며 살아가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진짜로 모든 게 지겨워진다. 이따금 내 손으로 모든 걸 끝내버리고 싶을 만큼. - page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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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결국!

들끓는 욕망을 잠재울 수 없었던 에리는 파격적인 결심을 행동으로 옮기게 됩니다.

누군가에게 들킬 위험성이 적은 집에서 떨어진 도시, 요코하마에서 에리는 일을 감행하게 됩니다.

하지만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만 남고 돌아오는 길에 한 남학생과 눈이 마주치게 됩니다.

다부진 어깨, 바닷바람에 변색된 머리카락.

직접 말을 나눈 일은 없......지는 않은, 학교 안에서 유명인사인 미쓰히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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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보다시피 경망스러운 면이 있기는 하지만 겉보기만큼 입이 가볍지는 않아. 남의 일에 괜히 참견할 만큼 한가하지도 않고. 그러니까 내 말, 믿어도 돼." - page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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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장면을 들켜버린 데다 왜 그런지 이유 없이 동정까지 받고 있다고 느낀 에리는 미쓰히데에게 위험한 거래를 제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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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히데, 나하고...... 잘래?" - page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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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닷없는 거래였지만 응하게 되면서 두 사람은 곧 걷잡을 수 없는 관계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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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리고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들었다. 의외로 있을 수 없는 일이 태연히 일어나는 게 이 세상인지도 모른다고. - page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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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있을 수 없는 일이 의외로 태연히 일어나는 게 이 세상인 모양이다. 하지만 설마 이런 식으로 그 말이 증명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 page 103 ~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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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한 시기인 미쓰히데와 에리.

쉴 새 없이 휘몰아치는 파도처럼 피할 수도 없이 아픈 감정이 몰려올 때, 두 사람은 모두 처해 있는 상황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고 저항하지만 결국 고민이 주는 아픔을 받아들이고 비로소 자신을 마주하고 받아들이게 된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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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둘 다 지금까지 아무것도 속이지는 않았잖아?" 미쓰히데가 내쉰 숨이 내 이마에 눅눅하게 와 닿았다. "우리는 모든 것을 다 알면서 했어. 그렇지?"

그렇다. 분명 그건 맞는 말이다.

우리가 하는 일이 칭찬받을 만한 짓은 아니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것이 양심에 찔리는 짓이었어도 우리는 상대를 좋아한다고 믿어보려는 거짓된 시도 따위는 하지 않았다. - page 361

​

"그럼 한 가지 부탁할 게 있어."

떨떠름하게 눈을 뜨자 바로 위에 나를 내려다보는 그의 얼굴이 있었다.

"뭔데?"

여전히 코는 꽉 막힌 채였다.

"나한테...... 어때, 괜찮지?"

"뭐가?"

"나한테 허락해 줘도 괜찮지?"

"글쎄 뭘?"

"그러니까 말하자면, 너한테 다정하게 구는 거." - page 364

​

짙푸른 바다.

일렁이는 파도 속으로 점점 멀어져 가는, 작아져 간 두 개의 하귤처럼 그렇게 이들도 이내 금빛 점이 되었습니다.

​

'청춘'이기에 할 수 있었던 것...

그 시기엔 한없이 방황할 수밖에 없지만 그렇기에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지금 이 순간.

이들의 여름이 부럽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그 반짝임이 그리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여름의 끝자락에 마주하게 된 이 소설.

모든 청춘들에게 바쳐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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