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지문은 DNA를 말하지 않는다 - 유전자에는 없는 세포의 비밀
알폰소 마르티네스 아리아스 지음, 윤서연 옮김 / 드루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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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역시도 그랬습니다.

'생명과학'이라고 하면 '유전자'가 먼저 떠오릅니다.

아무래도 리차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가 있었고, 다윈이 있을 수도, 어디에서도 흔하게 접할 수 있었던 유전자.

그러니까 유전자는 우리와 아주 밀접한 곳에서 우리 생명을 이루고 유지하는 장치로 인식되어 왔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인 스페인의 생명과학자 '알폰소 마르티네스 아리아스'는 우리 생명에 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고 하였습니다.

유전자 중심의 생명관을 뒤집을 이야기.

벌써부터 설렜습니다.

우리는 정말 유전자의 산물인가?

'이기적 유전자'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세포의 과학

당신의 지문은 DNA를 말하지 않는다



우리는 유전자가 무엇이며 어떻게 관찰 가능한 특성으로 변환하는지를 대략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DNA가 풀려서 부분별로 RNA로 전사된 다음, 세포 내에서 효소로 변환되어 명령을 수행하게 됩니다.

RNA 안으로의 DNA 변환이 시작되고 끝나는 염색체 지점들도 A, G, C, T의 특정 배열로 표시됩니다.

이 구간이 바로 '유전자'입니다.

판독가, 메신저, 변환자가 수행한 변환 및 복제본에서 생겨난 단백질과 RNA로 유전자가 '의미'를 얻게 되지만 여전히 의문인 건...

DNA 내 이런 메시지들이 어떻게 생명체의 복잡한 조직과 장기로 전환되는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우리 심장이 왼쪽에 자리 잡게 된 이유를,

손가락의 개수를,

세포의 번식과 같은 부분들을 말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전해주었습니다.

유전자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게 아니며, 유전자는 그저 생명의 청사진일 뿐이라는 것을.

그리고 세포는 그러한 유전자와 상호작용하며 유전자가 만든 설계를 실행하는 건축가라는 것을.

책은 '세포'에 대해 3부로 나누어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1부에서는 유전자의 정체와 유전자가 운명의 예언자로 받아들여지게 된 과정, 세포로 넘어가서 세포와 유전자의 관계를 탐구하였습니다.

특히나 '이기적 유전자'라는 관점으로 많이 알려진 생물학적 논지에 반박하며 세포의 관점을 제시하였습니다.

세포의 눈으로 생명체를 보면 다세포 유기체 내에서 벌어지는 줄다리기를 볼 수 있다. 진핵세포는 다른 세포와 결합하고 협력하여 장기와 조직을 만들고, 이를 통해 유기체를 구성한다. 유전자의 관심사는 자신을 무한히 복제하는 것이다. 자연에 존재하는 다양성, 특히 동물계의 다양성은 세포와 유전자가 서로 다른 목적을 해결하기 위해 일종의 합의를 형성했음을 시사한다. - page 152

유전자는 자연선택의 과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유전자만으로는 지느러미가 지느러미발, 손, 발, 날개로 진화한 과정을 설명할 수 없다.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발생하면 도구 목록에 변화가 생겨 새로운 창조적 가능성이 열리지만, 어떤 새로운 도구를 보관하고 사용할지, 어떤 도구를 버릴지를 결정하는 것은 세포다. 자연선택이 일어나기 전에 세포는 자체를 위한 선택을 한다. - page 154 ~ 155

배아는 세포의 장신 정신을 보여주는 훌륭한 사례다.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배아는 부피, 형태, 기능, 시간이 결합하여 유기체라는 작품을 만드는 연속된 창발의 결과물이다. 이 과정은 유전자와 세포가 맺은 합의의 결과이며, 유기체의 발달뿐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감탄을 자아내는 다양한 형태와 기능의 근원이기도 하다. - pageg 155

2부에서는 세포와 유전자 간의 관계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세포가 배아를 만드는 데 사용하는 언어와 기법을 알아보았습니다.

배아 생성 과정에서 세포가 하는 역할과 더불어 최근에 우리의 유전체가 하나가 아닌 다수로서 세포의 수보다 많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하며 인간 한 명에게는 유전체 한 가지라는 개념을 타파하였습니다.

세포는 미리 정해진 암호를 통해서가 아니라, 배아 발생 과정에서 세포 집단 내 자체 위치를 해석하여 특정 조직이나 장기 내에서 고유릐 임무를 수행하는 능력을 통해 지금의 우리를 만든다. 이런 과정으로 인해 모든 세포가 각기 고유하며, 이런 고유성이 바로 우리 개개인의 특징을 형성한다. - page 284

3부에서는 세포의 관점에서 우리가 매년 다른 존재가 된다는 사실과 그 이유를 살펴보았습니다.

그러고는 저자는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이야기하였습니다.

우리의 구성 방식과 정체성에 관한 관점은 유전자가 생물학의 모든 세부 사항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세포의 활동에 통합되는 것이라는 개념으로 바뀌고 있다. 나는 앞으로 생물학적 체계에 관한 세포 기반의 이해가 질병을 해결하고 우리의 삶을 개선하는 데 있어 현재 유전자에 대한 것보다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리라고 본다. 이런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사례로 면역세포가 종양을 찾아 파괴하도록 훈련하는 면역 치료의 성공, 세포의 노화 방식과 노화를 되돌릴 방법을 알아내고 있는 연구를 들 수 있다. 세포의 비밀이 풀리고 그 구조와 기능이 나란히 발전하는 방식이 밝혀진다면 재생 의학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다. 아직 세포가 유전체를 사용하기 위해 결합하는 방식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경이로운 배아 유사 구조와 장기 유사체 세포의 놀라운 작용에서 그 해답이 드러나고 있다. 지금 우리는 세포의 세기에 살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렇게 될 것이다. - page 412

지속적으로 밝혀질 세포에 대해 잔뜩 기대를 갖게 되었습니다.

책의 제목으로 돌아가...

당신의 지문은 DNA를 말하지 않음을.

세포의 작품임을.

생명 현상의 키 '세포'에 대한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었던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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