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여름 - 내가 그리워한 건 여름이 아니라 여름의 나였다 아무튼 시리즈 30
김신회 지음 / 제철소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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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시리즈>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1인입니다.

다양한 주제와 그에 따른 저자의 이야기를 읽고 있노라면 공감도 하게 되고 이렇기에 좋아하는구나! 관심이 없었던 저도 어느새 관심을 가지게 되곤 합니다.

크기도 작아 부담 없이 가방에 넣어 다니면서 읽기 좋은 책.

마냥 가볍지 않아 더 좋은 책.

전부터 이 책을 읽어야지... 읽어야지... 장바구니에 넣어두고는 이제서야 결제와 함께 읽게 되었습니다.

믿고 읽는 '김신회' 작가님.

개인적으로 사계절 중 여름을 좋아하지 않지만 작가님의 '여름'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였습니다.

"내가 그리워한 건 여름이 아니라 여름의 나였다"

휴가, 수영, 낮술, 머슬 셔츠, 전 애인...

여름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들

아무튼, 여름




그녀에게는 언제든 꺼내 볼 수 있는 여름날의 추억이 있었습니다.

여름옷을 꺼내 입으며 타인의 시선에 신경 쓰는 내 몸에 대해 고민하고,

여름에 만나 사랑한 연인과 이별하면서 그동안 상대에게 맞추기 위해 잃어버린 진짜 내 모습과 마주하며,

이 책을 계약한 날 백화점 과일 코너에서 산 샤인 머스캣을 먹으며 나한테 잘해주는 일의 중요함에 대해 생각하는

좋아하는 대상에 대한 예찬에 그치지 않고 무언가를 '애호하는 마음'과 그 마음이 가능케 한 작은 변화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일, 또 그러한 변화조차 기어이 여름의 공으로 돌리고야 마는 그녀의 지극한 '여름 사랑'은 저에게도 울림을 선사하였는데...

그 시절 내가 그리워한 건 여름이 아니라 여름의 나였다. 여름만 되면 스스로를 마음에 들어 하는 나, 왠지 모르게 근사해 보이는 나, 온갖 고민과 불안 따위는 저 멀리 치워두고 그 계절만큼 반짝이고 생기 넘치는 나를 다시 만나고 싶었다. 하지만 이미 마음이 겨울인 사람은 여름 나라에서도 겨울을 산다. 손 닿는 것 모두 얼음으로 만들어버리는 <겨울왕국>의 엘사처럼, 싸늘한 마음은 뜨거운 계절조차 차갑게 만들어버린다.

그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다. 여름을 완성하는 건 계절이 아닌 마음이라는 것을. 그때 나는 그 어디서든 여름을 즐길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거다. - page 116

그녀의 위트도 엿볼 수 있었던 이야기.

수영을 배우고 싶지만 수영을 못하고, 그러면서도 결코 수영을 배우지 않는 사람들의 모임.

그 이름도 '수수수'.

언젠가 수영할 수 있게끔 서로를 응원하는 모임이 아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수영을 배우지 않게끔 서로의 발목을 잡는 모임이라니...

발상의 전환이었습니다.

저도 수영을 하고 싶지만 물이 두려운...

왠지 가입 가능하지 않을까?!

저에게 인상적이었던...

<나도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사람>

이 세상에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얼마 없을 것 같다는 허무함이 밀려들 때 그녀는 식물이 눈에 들어왔다고 하였습니다.

말 못 하는 생명이지만 물을 주고, 분갈이하고, 햇빛을 쏘여주면서 적어도 애들에게는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실감한다는 그녀.

하루하루 조금이라도 잎을 향해 가는 발걸음, 이 한 몸 건사하기 힘든 나도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존재일 수 있다는 깨달음, 춥고 지루한 어둠 속에서도 따스한 햇살을 기다리는 마음. 그런 것들이 사람을 하루 더 살게 한다는 걸 우리 집 식물들이 내게 가르쳐주고 있다. - page 92

'나는 이 세상에 필요한 존재'라는 믿음.

그 믿음이...

"내가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라는 사실, 그게 사람을 살게 하는 것 같아."

그러니 그대도, 아니 나도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니 존재 그 자체가 소중함을 스스로에게 다짐해 봅니다.

저에게 여름은 태양을 피하고 싶었어~였는데 이렇게 여름의 순간들을 마주하니 뜨겁기만 했던 햇빛이 반짝이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에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를 읽으며 여름의 찬란함을 느꼈었는데...

그 느낌이 이제 눈부심으로 저의 여름을 밝히고 있었습니다.

여름의 문턱에 마주한 요즘.

덕분에 이번 여름엔 나만의 여름을, 아니 여름의 나를 마주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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