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가게 글월
백승연(스토리플러스) 지음 / 텍스티(TXTY) / 2024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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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먼저 알아본 한국 소설!

이 타이틀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87년 전통 이탈리아 출판사 Garzanti 소설 편집장이 이렇게 평했다고 하였습니다.

"이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희망이란 늘 예기치 못한 곳에서 자라고 피어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편지가 어떻게 전 세계 사람들을 연결하고 치유할 수 있는지 상기시켜 주신 것에 대해 깊이 감사드립니다!"

그렇지 않아도 편지보다는 메시지가 익숙한 우리들에게 '편지'의 가치를 일러줄 이 소설.

저도 그 매력에 흠뻑 빠져들고자 합니다.

서로가 누구인지 알 수 없지만,

각자가 진실한 이야기를 담기에

충분한 답장이 이루어지는 곳.

편지 가게 글월이 소설로 재탄생합니다.

편지 가게 글월



"어떡하니. 네 언니가 사기를 당했다." - page 13

유치원 때부터 영리함으로 가족의 자랑이었던 언니 효민이 가족의 돈을 맡기고 사기를 당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집 안의 기둥이다 뭐다 하고 키웠으면서. 지금 봐! 엄마는 이렇게 다쳤는데, 언니는 똥만 싸지르고 도망갔잖아!" - page 15

집이 어려워지는 것을 지켜봐야 했던 효영.

설상가상으로 엄마가 다쳐 병원 신세를 지면서 영화감독이라는 꿈을 접게 되었습니다.

자기 작품에 대한 확신이 휘발되었기에...

언니도 효영의 영화도 방향을 잃어버렸던 그때.

언니의 편지가 집으로 오기 시작했습니다.

봉투에는 언제나 '효영에게'라는 글씨가 적힌 채...

짧게는 2주에 한 번, 길게는 한 달에 한 번.

언니의 편지봉투를 한 번도 열어 보지 않았지만 언니의 다섯 번째 편지를 발견했을 때, 효영은 가출을 결심합니다.

"어떡하겠어.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잖아요." - page 19

아이러니하게도 딱히 갈 곳이 없던 효영은 대학 동기 선호가 운영 중인 편지 가게 '글월'에 가게 되었고 이곳의 점원이 됩니다.

손님들이 편지를 적어 가는 모습과 그들이 새롭게 맞이하는 이야기를 곁에서 지켜보면서 언니에 대해 그리고 효영 자신에 대해 한 걸음씩 성장하는 순간들을 맞이하게 되는데...

펜 끝으로 드디어 진심을 다해 하고 싶은 말이 고였다. 편지로만 말해야 할 것 같은,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천천히 편지지 위로 떠올랐다. 이번엔 늦지 않게 답장을 보낼 수 있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효영은 다음 문장을 적었다. - page 392

1초면 서로의 안부를 물을 수 있는 시대에 사는 우리.

편지란 무엇일까...

새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상대방을 생각하며 어떤 말을 써내려갈지 고민하고

그 진심을 펜으로 채워나가며

편지를 보내고 받을 때까지 시간들...

'마음'을 전달하는 편지를 지금은 이모티콘으로 즉흥적인 감정 표현으로 인해 따뜻하고 위로되는 말을 주고받는 것이 어색해진 것이 아닐까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분이 나서 씩씩거리며 글씨를 적다가도 이쯤 쓰니 또 마음이 퍽 풀립니다.

편지라는 게 그래요. 아무리 화가 나도 막 쏘아붙일 수가 없어요.

이 손가락이 분통 난 마음보다 늘 느리거든요. - page 101

많은 편지들 중에서 '덤벙대는'과 '성격이 급한', '그리움이 많은'에 동그라미를 한 편지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타이페이 익스체인지>라는 영화에 대한 그리움.

편지봉투에 있는 키워드 중 '그리움이 많은'에 가장 먼저 눈길이 가더라구요. 저는 그리움이 많은 사람이에요. 물건에도 쉽게 정을 쌓고 흘러간 시간도 자주 꺼내 봅니다. 가만히 앉아서 편지를 쓰는 것도 저에게는 그리운 영역 중 하나예요. 어느 순간부터는 컴퓨터와 핸드폰으로 손글씨가 많이 대체된 것 같아서요.

그래서 지금 여기, 글월에 가만히 앉아 건너편에 앉은 친구의 종이가 쓱싹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모르는 이에게 제 이야기를 적어보는 순간이 참 좋아요.

아마 오래도록 기억에 남고 그리워질 순간을 보내고 있는 건 아닐까요.

이 편지를 통해

어쩌면 '많이 그립다.'라는 말은 '많이 행복했다.'라는 뜻일지도 몰랐다. 글월에서 편지를 쓰던 날의 기억이 훗날 그리움으로 남는다면, 그 시간이 그만큼 포근하고 아름다웠던 것이리라. - page 280

'그립다'는 말이 '행복했다'라니...

순간 저도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었습니다.

'글월'은 실제 서울 연희동과 성수점에서 운영 중인, 실존하는 편지 가게라 하였습니다.

이곳은 모르는 이와 한 통의 편지를 교환하는 펜팔 서비스가 있는데 편지라는 매개를 통해 자기만의 시간 속에서 본연의 진실함과 선함을 꺼내어 상대와 자신에게 더 큰 감동을 주는...

그렇게 서로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위로하고 공감하며 감동을 주고 있었습니다.

저도 언젠간 글월에 가서 편지 한 통을 남겨보고 싶었습니다.

어릴 적엔 예쁜 편지지만 보면 사서 편지도 곧잘 쓰곤 했었는데...

이제는 무언가를 '쓴다'는 행위 자체가 어색한 거 보면...

변한 내가 씁쓸한 건지......

그래도 책을 읽으면서 편지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몽실몽실 피어났습니다.

이 마음 잃지 않기 위해 조만간 예쁜 편지지와 펜을 장만해야겠습니다.

벌써 『편지 가게 글월 2』 도 진행 중이라 하였습니다.

그 편지가 저에게 닿을 때까지...

저도 온 마음을 다해 기다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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