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의 묘생을 마치고 세상을 떠난 고양이 '후타'.
따뜻한 인간들의 품에서 천수를 누리고 왔지만, 저승에서의 삶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최소한의 생활비와 간식비는 직접 벌어야 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일자리를 찾아 어슬렁거리던 중
'임무를 완수하면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나게 해준다'
는 공고에 끌려 카페 퐁의 문을 두드리게 됩니다.
그런데 카페 퐁의 점장 니지코 씨는
"어떻게 네 말을 알아들었냐고? 나는 이곳에서 저쪽 세계와 이쪽 세계를 중개해 주고 있거든. 함께 일할 고양이들과 말이 안 통하면 일을 할 수 없잖아." - page 27
인간과는 물론 고양이들과도 소통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다리'라는 뜻의 '퐁'과 무지개('니지') 점장의 조합에서 예측할 수 있듯이 이곳은 이승과 저승을 이어주는 신비로운 장소였습니다.
손님이 '만나고 싶은 사람'의 이름을 엽서에 적어서 카페 우편함에 넣으면
점주인 니지코 씨가 그 엽서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고
고양이 배달부라고 불리는 이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손님이 '만나고 싶은 사람'을 찾아내서 만나게 해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임무 하나를 무사히 끝내면 발바닥 도장 하나를 받게 되고 이 도장이 다섯 개 받으면 특별한 보수를 받게 됩니다.
하지만 기억력도 짧은 데다 배만 따뜻하면 자꾸 잠이 쏟아지는 후타.
난관을 무사히 헤쳐 나갈 수 있을까?
책 속엔 다섯 편의 에피소드가 담겨 있었습니다.
돌아가신 아버지께 꿈을 이룬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딸
태어나지 못한 아이를 오래도록 기억하려는 부부
현실에서 도피해 첫사랑과의 재회를 꿈꾸는 여자
상처를 줬던 옛 선생님께 성공한 모습을 증명하고 싶은 청년
의절한 어머니를 애틋하게 그리는 중년의 딸
저마다 풀 수 없는 단단한 매듭 같던 상처는 고양이 배달부의 도움을 받아 점차 그 실마리를 찾게 되는데...
좌절이 없었던 인간과 실패나 후회를 경험하고 기억하는 인간. 티끌 하나 없는 아름다움을 이길 수는 없다고 하지만, 상처를 극복한 인간에게는 그 이상의 강인함이 있다. - page 192
다섯 임무를 완수하고 난 뒤 후타는 특별한 보수를 받게 되는데...
후회라는 마음의 통증은 타인에 대한 상냥함을 낳는다.
니지코 씨의 흔들림 없는 강인함과 애정이 내게 그 사실을 가르쳐주었다. - page 213
정말이지 가슴이 먹먹하고 따뜻했습니다.
곁을 떠난 이들.
그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
공감하기에 더없이 와닿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조금씩 '죽음'의 의미가 다가오곤 하는데...
언젠간 저 역시도 겪을 일이기에 마냥 슬퍼하기보다는
지금 곁에 있는 이들과 조금이라도 좋은 추억을 만들어갈 것을
그래서 남겨진 이들이 그 추억으로 삶의 원동력이 되기를
그렇게 되도록 뜨겁게 사랑하고 열심히 살아가고자 합니다.
이제는 어디서든 고양이를 만나게 되면...
반갑게 맞이할 것 같습니다.
"지금, 다시 만나고 싶은 이는 누구입니까?"
그리운 존재와 추억이 몽실 떠올랐던 소설.
이 책을 읽으며 봄 향기와 함께 소중한 기억들을 꺼내 보시는 건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