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록이 우거진 평온한 사에즈리 쵸라고 불리는 도시.
이곳에 너무도 잘 어울리는 아름다운 '사에즈리 도서관'도 있습니다.
이 도서관 대표이자 특별 보호 사서관인 '사에즈리 와루츠'씨.
그녀의 아침은 일찍 시작됩니다.
하지만 느긋하게 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도서관에는 매일 누군가가 찾아오니까.
혼이 담긴, 살아 있는 책을 찾아서.
책과는 전혀 인연 없는 삶을 살고 있었던 회사원 카미오 씨.
딸과 떨어져 사는 초등학교 교사 코토 씨.
책을 사랑했던 할아버지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청년 모리야 씨.
이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도서관을 찾아와 와루츠 씨에게 어떤 이야기를 털어놓을까?
그리고 이들이 와루츠 씨와 인연을 맺고 책을 집어 들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
"사에즈리 도서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도서관에는 책이 있다. 그 책이 이어주는 사람들이 있다. 있는 건 그것뿐이다. 고작 그것뿐이지만... 아무리 절망하고 공포에 휩싸이더라도 한 장의 종이, 하나의 글자, 고작 그것뿐이더라도 그것이야말로 자신의 전부이며 살아가는 데 필요한 전부일 거라고 와루츠는 생각했다. - page 252
개인적으로 인상적인 문구가 있었습니다.
수많은 활자로 채워진 하얀 종이를 눈으로 좇으며. 커다란 무릎 위에서, 그 따뜻한 품속에서, 나도 책이 되고 싶다고. 나도 책이 되어 당신에게 사랑받고 싶다고. - page 233
책이 되고 싶다...
참 좋을 것 같다 생각했습니다.
인류의 역사에 책이 등장한 지 수천 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종이라는 반려를 만나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을 거쳤지만 오랜 세월에 걸쳐 '책'이라는 하나의 완성형으로 인간의 곁에 존재해왔습니다.
심지어 전자원년으로 불리는 반환점을 몇 번이나 거치면서도 책이 사라지는 일은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책이 사라지는 극단적인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단지 그 가치와 의미가 바뀔 뿐.
저도 아직은 종이책이 좋습니다.
손에 잡히는 이 느낌,
책을 펼쳤을 때 마주하게 되는 종이의 냄새,
무엇보다 읽는 동안은 내가 책을 읽고 있음을 보고 알기에 그 시간을, 그 공간을 인정해 주는 것을 좋아하기에,
전자책이 있더라도 꼭 종이책을 구입해서 읽곤 합니다.
그리고 책 속에서 종이책이 좋은 이유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전자책은 무엇보다 공간을 차지하지 않고, 복사도 간편하고, 다른 자원을 사용하지도 않고, 종이책이 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을 가능하게 하죠."
그렇다면 어째서 지금 이 시대에 도서관을 운영하는가? 코토가 물으려 할 때였다.
"하지만..."
와루츠 씨가 중얼거렸다.
"하지만 저는 이곳에 보관된 게 데이터가 아닌 종이책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그러고는 코토 옆에 놓여 있던 책을 한 권 슬며시 가져와 가슴에 안아 들었다.
"영혼만 존재한다면 이렇게 끌어안을 수는 없으니까요." - page 122
그래서 저는 오늘도, 그리고 앞으로도 종이책을 읽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