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주의 행복수업
김지수 지음, 나태주 인터뷰이 / 열림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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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서 꽃들이 피어나고 살랑살랑 봄바람이 부는 요즘.

마음도 몽글몽글 해집니다.

특히나 가정의 달인 5월엔 '사랑' '행복'이란 단어가 참 와닿는데...

아무것도 아닌 것들을 예쁘게 보고, 예쁘게 말하는 시인.

고개를 떨군 풀포기 하나 업신여기지 않는 시인.

'풀꽃시인' 나태주와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의 작가인 '인터스텔라' 김지수의 봄 한철의 여행기이자 행복한 수업을 만날 수 있다기에 저도 선뜻 다가갔습니다.

'행복의 정수'가 무엇일지 저도 한수 가르침을 배우고자 합니다.

'너무 잘하려고 애쓰다 지친' 서울 사람 지수가

공주의 키 작은 정원사 태주를 만나 일어서는,

봄 한철 보살핌의 기록

나태주의 행복수업



나태주 시인이라 하면 바로 떠오르는 시.

저도 시에는 관심이 없었지만 그렇게나 많이 읊으며 위로받았던 시.

바로 「풀꽃」.



어느 비 오는 봄.

나무 냄새 물씬 풍기는 공주의 풀꽃문학관 앞에서 물웅덩이를 피해 폴짝폴짝 걸어오는 나태주 선생을 처음 만났다고 합니다.

그때 예감했던 건

아, 내 인생이 좀 더 맑아질 수 있겠구나

그리고 또 한번의 봄을 맞으며 비로소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법, 부자처럼 돈 쓰는 법, 잘 포기하는 법, 결핍보다 사랑과 선망에 집중하는 법, 헌신이 행복이 되는 비밀에 대해

배우게 되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산다는 건... 말이지요. 매우 비참한 가운데 명랑한 거예요."

'안 예뻐도 예쁜 너'라고.

비참한 가운데 명랑한 게 인생이라고.

그냥 살아도 괜찮다고.

그렇게 나태주의 이야기로부터 가만가만 피어나게 되었다는 것을...

저 역시도 책을 읽으며 '나'라는 풀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미소를 지을 수 있었습니다.

웬만한 것에서는 해방이 되었지만 해방이 안 된 게 있다는 그.

그게 바로...

"사랑!"

"사랑......?"

"연모의 마음, 호기심의 마음, 여성을 아끼는 마음, 처음 본 마음이지요." - page 24

그에게 사랑은 '처음 본 너'와 같은 말이었다고 합니다.

"처음 본 듯 봐야 예쁘게 보입니다. 처음 본 것처럼 봐야, 사랑의 시를 쓸 수 있어요. 이 봄도 그렇지 않아요? 저기 산봉우리를 보세요! 끄트머리 나무 얼굴이 살짝 부었죠? 얼마나 귀여워요. 내 일생에 처음 보는 봄이에요."

"봄은...... 80년째 보셨잖아요? 그래도 여전히 설렌...... 다고요?"

"그럼요. 작년 봄은 이미 지나간 봄이고 내년 봄은 아직 안 온 봄이니, 나하고 관계없어요. 지금 오는 봄이 내 봄이에요. 그대와 같이 맞이한 첫봄이죠. 산등성이가 저렇게 부풀어 오르는 모양을, 그 봄을 우리가 처음 보고 있잖아요. 여지껏 만나본 봄 중에, 가장 예쁜 봄이 오고 있어요." - page 24

너무 멋지지 않나요!

저는 이 문장을 몇 번이나 되뇌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시선, 이 마음이 '예쁜 씨앗'으로 간질여오는데...

정말이지...

어느 문장도 허투루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그는 틈날 때마다 강조한 것이 있다고 합니다.

"우리는 예쁘지 않아도 예쁜 사람이 돼야 해요."

어떻게 해야 할까...

"아무렴. 대신 약속해줘요. 계속 예쁘게 보려고 노력하겠다고. 노력하지 않으면 예쁜 게 생기지 않아요. 마음속에 예쁜 걸 갖고 있어야 세상이 예쁘게 보이는 겁니다." - page 122

예쁨의 본질은 '너의 예쁨'에 있는 게 아닌, '나의 의지'에 있음에.

'예쁘다'고 하면 '예뻐지는 거니까'.

저도 이제부터 예쁘게 보려고 노력해야겠습니다.

외로움에 대해 이야기를 하던 그들.

"정말 외롭지 않으셨어요?"

"외로울 수가 없죠. 나는 지식을 전하는 사람이 아니잖아요. 감정을 깨우는 사람이었지. 특히 어린 독자들에게 선택받는다는 건 그 수가 작든 크든 엄청난 겁니다. 나는 그 수가 부족하다고 느낀 적이 없었어요.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들...... 내 앞에서 우는 아이들도 많았어요.

'선생님, 한번 안아봐도 될까요?'

와서 안아주는 아이들도 많았죠. 큰 사랑을 받았어요. 아이들에게 사랑받는 것, 시인으로서 누릴 수 있는 그보다 더 큰 행복이 무엇이겠어요."

...

"그럼 불안한 적도 없으세요?"

"불안이라...... 나는 옳고 그름을 따지는 사람이 아니에요. 나는 느낌의 사람입니다. 틀려도 된다는 자신감이 있었죠."

강연 준비를 꼼꼼히 해도 어차피 무대에 서면 막막한 건 매한가지이기에

막막한 대로 일단 소리를 던지면 반응이 오고, 그렇게 조금씩 액션과 리액션이 어우러지며 감정의 파도가 일어나며...



그가 전한 '행복'은 무엇일까...



"맞아요. 배고프기에 밥을 찾고 목마르기에 물을 찾지요. 인생 그 자체는 고통입니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행복을 찾는 거예요. 예수 시대에는 긍휼矜恤이 없었고 석가 시대에는 자비慈悲가 없었고, 공자 시대에는 인仁이 없었어요. 없기에 찾는 겁니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이 잊을까, 계속 얘기해요. 억지로라도 행복해지라고. 에리히 프롬이 '사랑이 학습'이라고 한 것처럼 행복도 학습이에요. 노력해서 억지로, 한 번에 안 돼도 또 한 번 억지로, 행복해질 필요가 있어요. 그렇게 작은 기쁨들로 큰 고통을 메우다 보면 조금씩 살 만해지고 평안해지는 것, 그게 우리가 부르는 행복입니다." - page 300 ~ 301

사랑도 행복도 내가 찾아가야 오는 것을.

아끼는 마음이 쌓여서 사랑이 되고 웬만해선 무너지지 않는 행복이 되는 것을.

그런 사소한 것, 낡은 것, 익숙한 것들을 수집하는 고물 장사라는 그의 말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 시대 가장 촉촉한 어른이 건넨 안녕.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꽃을 보듯 너를 본다.'

덕분에 이런 내가,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참 잘하고 있다고, 예쁘다고 스스로에게 건네줄 수 있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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