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한때 세상을 들끓게 했던 과학 범죄 사건들을 조명하며 타락한 과학자와 의사의 심리적 동기를 파헤치고 있습니다.
클레오파트라부터 식민지 약탈, 전쟁과 냉전의 희생자들, 그리고 첨단기술로 변화할 미래의 범죄까지.
과학적 성취와 얽혀 있는 잔인하고 섬찟한 범죄를 통해 우리에게
미래에 우리가 어떤 존재로 살아가는지에(우리 몸의 절반이 생체공학으로 만들어지거나 우리가 명왕성에서 살거나 우리의 DNA가 도마뱀의 DNA와 합쳐지거나 간에) 상관없이 우리의 후손은 여전히 사람으로 살아갈 것이고, 우리가 늘 그래 온 것처럼 잘못된 행동을 저지를 것이다. 심리학자들의 말처럼, 미래의 행동을 알려주는 최선의 예측 변인은 과거의 행동이다. 하지만 언제나처럼 아인슈타인은 우리보다 더 멀리 내다보았다. 지성은 분명히 좋은 것이다. 하지만 과학이 거머쥔 힘을 감안하면, 이제는 더 이상 충분히 좋은 것이 아니다. 아인슈타인이 말한 인성이야말로 과학의 남용을 막을 수 있는 최선의 보장책인데, 과학의 이 두 가지 필수적 측면(지성과 인성)이 미래에도 공존할 수 있을지는 두고 보아야 할 일이다. - page 437 ~ 438
전문가 영역이라는 인식 때문에 접근하기 어려웠던 과학과 의학 분야에서도 이제 도덕성과 윤리 문제가 부각되고 있는 시대에, 정직과 성실성, 양심적 태도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있었습니다.
첫 이야기부터 충격이었습니다.
역사상 최초의 비윤리적 과학 실험을 설계한 사람이 누구일까...?
바로 '클레오파트라'였다고 합니다.
시의들이 하는 일에 큰 관심을 보인 클레오파트라는 여종들을 앞세워 자궁 속의 아기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별하는 실험에 동원하였고 죄수들에게 독을 시험하는 등...
그런데 이 끔찍한 실험에 관한 역사적 기록은 오직 『탈무드』에만 있기에, 여기에 기술된 이야기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의심스러운 점들이 있지만 여기서 주목해야할 점이 있었으니
전설이건 아니건, 많은 후세 사람은 뭔가 중요한 사실을 전해주는 이 이야기를 믿었다. 막강한 권력을 휘두른 클레오파트라는 미움을 많이 받았고, 섬뜩하고 생생한 이 이야기의 묘사는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끔찍한 짓을 저지르는 폭군 이야기야 누구나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이야기에는 그것을 뛰어넘어 우리의 마음을 휘어잡는 요소가 있다. 여기에는 심지어 그 당시에도 알아챌 수 있었던, 아주 극심하고 섬뜩한 행동의 원형이 숨어 있다. 그것은 바로 집착에 사로잡혀 무언가를 극단적으로 추구하는 사람이 보이는 행동이다. 오늘날 우리는 그런 사람을 '미치광이 과학자'라고 부른다. - page 9
낭자한 피와 고통의 비명을 무시하고, 인간의 희생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 '미치광이 과학자'.
이들은 논리나 이성이나 과학적 안목이 부족해서 미치광이가 된 게 아닌, 오히려 과학을 '너무 철저히' 하려고 하다가 도가 지나쳐 자신의 인간성을 도외시하면서 그렇게 된 이들이었습니다.
그런 이들이 여기 이 책에서 소개되고 있었습니다.
찰스 다윈이 존경한 당대 최고의 박물학자 '윌리엄 댐피어'가 약탈을 일삼은 괴팍한 해적이었고
시신이 필요한 해부학자들과 거래하다가 살인까지 저지른 시신 도굴꾼 '윌리엄 버크'
미국에서 영웅으로 칭송받는 발명 천재 '토머스 에디슨'은 전류 산업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개와 말에게 전기 고문을 가했고
신경과 의사였던 '월터 프리먼'은 정신질환자들의 뇌 속을 얼음송곳으로 헤집는 수술을 확산시키고
'젠더'라는 용어를 처음 만든 심리학자 '존 머니'는 생물학적 기반을 무시하고 음경이 훼손된 아이에게 성전환 수술을 강권해 한 사람의 인생을 비극으로 만드는 등
남성 악당들과 함께 첫 여성 악당인
마약 분석가 '애니 두컨'은 처음부터 학위를 조작해 업계에 발을 들인 뒤 마약 시료를 제대로 시험하지 않고 경찰의 추정 그대로 기록하면서 다른 연구자들의 두세 배가 넘는 시료를 처리해 증거를 조작까지
집착과 광기 어린 야망에 사로잡힌 과학자, 안타까운 희생자들의 사연들이 있었습니다.
당연히 대다수 과학자는 우리의 신뢰를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하지만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선을 넘어 범죄와 비행을 저지르는 이들은 지금까지도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그들에게, 그리고 우리들에게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전한 이 말을 새겨야했습니다.
"많은 사람은 위대한 과학자를 만드는 것이 지성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생각은 틀렸다.
위대한 과학자를 만드는 것은 인성이다."
역시나 믿고 읽을 수 있었던 '샘 킨'.
다음엔 어떤 과학의 이면을 보여줄지 기대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