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30년째 - 휴일 없이 26만 2800시간 동안 영업 중
니시나 요시노 지음, 김미형 옮김 / 엘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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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만 하더라도 눈만 돌리면 보이는 '편의점'들.

그곳엔 물건을 사는 것뿐만 아니라 다양한 업무들도 할 수 있기에 저에겐 중요한 곳 중 하나가 되었는데...

마냥 편리하게만 이용했던 저에게 미처 몰랐던 일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 준다기에 궁금하였습니다.

당연하게만 생각하고 편하게 애용한 편의점의 24시간 365일 영업.

하지만 그들의 피 땀 눈물의 현장 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진정한 '편의점 인간'의 생활 밀착 극한 에세이

휴일 없음, 알바 없음, 돈 없음의 쓰리 콤보

24시간이 모자란 편의점 사장의 다사다난 업무 일지

편의점 30년째



자영업자가 되고 싶었던 남편의 꿈을 위해 1990년대 중반부터 남편과 함께 편의점을 운영 중인 니시나 요시노 씨.

막 시작했을 때는 이런 손님들을 만나며 극심한 인간 불신에 빠졌다고 하였습니다.

-계산하는 손님이 길고양이에게 먹이라도 주듯 동전을 던진다.

-"도시락을 데울까요?" 하고 물으면 전자레인지를 턱으로 가리킨다. ("데워"라는 뜻인가 보다.)

-전화를 받았더니 다짜고짜 "영수증 보니까 스파게티 값이 하나 더 들어가 있잖아. 지금 당장 돈 챙겨서 집까지 사과하러 와!"

...

여태껏 살아오면서 한 번도 경험해 본 적 없는 일들로 오죽하면 동네 사람들 사이에 '항상 문제만 생기는 편의점'이라는 소리를 듣게 됩니다.

하지만 30년이란 세월동안 자신의 일과 일터로부터 도망치지 않고 맡은 책임을 다한 그녀.

그녀로부터 '꺾이지 않는 마음'보단 '꺾였는데도 그냥 하는 마음'이야말로 우리가 살아가면서 필요한 덕목임을 일깨워주고 있었습니다.

요즘 사람들이 먹는 것, 읽는 것, 유행하는 것, 그 모든 것들이 갖춰져 있는 편의점.

편의점의 변화를 보고 있노라면 시대의 움직임이 속속들이 눈에 들어오게 됩니다.

그리고 사람들의 사고방식이나 생각의 변화까지.

그야말로 편의점은 '사회의 축소판'이었습니다.

그 속의 인간 군상과 사회의 변화, 그리고 점주로 일하며 느낀 희로애락까지...

읽으면서 그 어떤 이야기보다 감동을 선사해 주고 있었습니다.

사실 저도 이런 의구심이 들곤 하였습니다.

"왜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 같은 프랜차이즈 편의점이 있는 거지?"

이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바로 도미넌트(지배적) 출점이라고 하는 편의점 전략 중 하나라 하였습니다.

편의점 본사는 어느 한 지역에 몇 군데 매장을 일부러 집중적으로 만들어 그 지역을 지배(도미넌트)하게 한다. 하나의 매장보다 물류 효율이 좋기도 하고 그 지역에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광고의 효율화나 경쟁 회사의 출점 억제 의도가 있다고 한다. - page 174

그리고 '편의점 알바'를 바라보는 시선...

"편의점 알바 정도는 할 수 있을 텐데?"

"그래 가지고는 편의점 알바밖에 못 한다"

같은 식으로 편의점 알바를 얕잡아 보곤 하는데 큰코다칩니다.

일단 처리해야 하는 업무 종류가 말도 안 되게 많다. 계산대에서만 하는 업무만 따져도 열 손가락이 모자랄 지경이다. 계산 말고도 '택배, 우편함 배달, 중고 마켓 접수', '인터넷 쇼핑 지불', '티켓 판매', '선물 배송 예약과 판매', '공과금 대행 수납', '택배 물건 대신 받아주기', '우편, 엽서, 레터 팩(일본 전국 일률 520엔으로 우표 없이 보낼 수 있는 우편.-옮긴이) 판매', '자치단체 폐기물 수거권 판매', '담배 판매', '반찬 판매', 시기에 따라서는 '연하장 인쇄 접수와 판매', '명절 선물 접수' 등등으로 끝이 없다. - page 125 ~ 126

이렇게 옮겨 적는 것도 벅찬데...

아무튼 이 모든 걸 해내기 위해선 제대로 이해해야만 해낼 수 있기에, 무엇보다 우리의 인식이 직업에 지위가 있다는 그 사고방식부터 바로잡아야 함을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옮긴이의 말에서 무척이나 공감했었습니다.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편의점을 바라보며 쓸쓸함을 느끼곤 했었는데...

동네 슈퍼에서 맡을 수 있던 '사람 냄새'를 규격화된 편의점이 지워버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을 번역하면서 그건 나의 편견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곳은 깔끔함과 편리함을 유지하기 위해 24시간 청소하고 물건을 채우는 '사람'이 있었다. 다양한 인간 군상과 부대끼고 마음을 주고받으며 진지하게 하루하루를 사는 '사람'이 있었다. _옮긴이의 말

편의점 역시도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저 역시도 편견을 깨치게 해 주었습니다.

그동안 무심히 지나쳤다면 이제부터 그들의 노고에 감사함을 느끼며 눈을 마주치며 다정한 인사라도 건네볼까 합니다.

서평단 이벤트에 참여하여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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