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 빈곤과 청소년, 10년의 기록
강지나 지음 / 돌베개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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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기회가 없었다면...

아마 읽어보지 않았을 이야기...

그렇기에 사람들이 독서모임에 들어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제목으로부터 우리는 이미 그 답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 이 책을 읽었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그 답이 아니길...

"처음 만날 때는 열예닐곱 살의 청소년이었던 이들이

지금은 서른 즈음의 청년이 되었다"

10년간 정성스럽게 기록된 가난과 성장의 시간들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2010년 본격적으로 빈곤 대물림에 대한 박사논문을 준비하면서 이십여 명의 청소년과 가족들을 만났고 2016년 논문을 끝낸 후, 이들이 어른이 된 이후의 삶까지 계속 따라가는 책을 쓰기로 했다고 하였습니다.

바로 이 책!

첫 만남부터 강렬했던, 조부모부터 대를 이어 내려온 우울증과 중독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소희'

성실하게 생활하면 그에 따른 보상을 받으리라고 믿지만 한편으론 불안한 모범생 중의 모범생 '영성'

어려운 환경에서도 정말 원하는 일을 위해 자신의 선택을 밀고 나가는, 에너지가 넘쳤던 '지현'

가족의 무관심과 방임 속에서도 사색하는 시간을 통해 좋아하는 일을 찾은 '연우'

어머니의 병과 빚 때문에 꿈을 포기하다가 독립하게 된 '수정'

전과자라는 편견과 오해 속에서도 자신을 끊임없이 바꾸고 채워나가려는 '현석'

'돈 좀 만지는 사장님'이 되기 위해 아르바이트에 전념하는 '우빈'

학교 밖 청소년으로 자존감이 많이 낮았지만 이제 자기 자리를 찾은 '혜주'

이렇게 여덟 명의 청(소)년을 만나 인터뷰하며 이들의 가족 문제와 진로 고민, 우울증, 탈학교·가출과 범죄, 그리고 사회 진출과 성인으로서의 자립, 청(소)년의 노동 경험 등의 심층적인 이야기를 기록하며 마지막에는 교육·노동·복지 정책에 대한 날카로운 진단과 제안으로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가난'이라는 굴레...

벗어날 수 없는 건 가난한 가정의 부모는 사회적 지지체계가 약하기 때문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여타의 다른 수단이 없어 대물림되고...

그 가정에서 성장한 아이들은 정신적으로 취약해지기 쉬우며 삶에 여러 제약이 많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빈곤은 "단순히 낮은 소득이 아니라 기본적 역량의 박탈로 규정해야 한다." 여기서 역량은 "개인이 가치 있게 여기는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실질적인 자유"이다. - page 146

가난을 벗어난다는 것은 역량을 되찾는 과정이며, 이 과정에서 가난, 가족, 다른 사람들과 사회에 대한 인식의 폭을 확장하고 자기 자신을 고유한 욕망을 지닌 독립된 개인으로서 이해하게 될 때 아이들은 부쩍 성장하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이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계속 언급되는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돈이 많지 않지만 화목하고 평범한 가정'.

이들은 모두 가정 내에서 일정 정도의 가난을 경험했지만 그것이 반드시 불행과 연결된다고 보지 않았습니다.

풍족하지 않은 경제생활과 세상살이의 신산함 때문이라고.

가난해도 가족 간에 충분히 화목하고 행복할 수 있다고.

그래서 그 누구보다도 껍질을 깨고 나오는 아픔을 크게 느끼지만 사회는 너무도 냉정하였습니다.

자신의 욕구 실현이 번번이 좌절되는 경험을 하게 되고 그러면서 자신이 누구인가 하는 사회적 존엄성에 침해를 입고, 이렇게 침해된 존엄성은 주체를 불안정한 상태로 만들며, 건강한 사회적 관계를 맺는 데 질곡이 됩니다.

결국, 오랜 시간 축적된 빈곤은 자신의 욕구를 실현하고, 거기서 만들어진 능력을 발휘해 사회에 기여하고 이를 통해 개인적이며 사회적인 행복감을 추구하려는 가능성을 모두 훼손합니다.

그렇기에 더 이상의 외면해서는 안 될 우리들의 문제임을 저자는 우리에게 일러주었습니다.

누구보다 먼저 철이 든 이들.

그럼에도 이들을 통해 자신의 처지에 안주하지 않고 나아가는 '용기'와 '희망'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고 나니 제 자신이 너무나 부끄러웠습니다.

사회적 제도 이전 우선 저부터 그들을 마주했을 때 다정히 손을 건네줄 수 있는 어른이 되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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