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임수의 섬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김은모 옮김 / 북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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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 미스터리'라는 특출한 영역을 개발하여 일본 신본격 미스터리의 대부 아리스가와 아리스로부터

"저도 모르게 빙긋 미소를 짓게 만드는 재미있는 소설을 쓰는 작가"

라는 평을 받은 '히가시가와 도쿠야'

사실 저자의 작품을 읽은 건 없지만...

드라마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는 재미나게 보았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것도 이번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작가에 대해 아무런 정보는 몰랐고 그저 '유머 미스터리'라는 점에서 끌렸습니다.

그러고 나서 눈에 띄었던 히가시가와 도쿠야 데뷔 20주년 기념작으로 그동안 그가 쓴 작품들 가운데 가장 스케일이 크고 분량도 길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번 작품이 그동안의 전작으로 쌓은 작가만의 무기가 고스란히 담겨있을 것이기에!

큰 기대감을 안고 읽어보았습니다.

본격 미스터리의 정수를 펼치면서도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 낸 수작

모두의 예상을 벗어난 상상을 초월한 사건의 진상!

"범인은 이 책을 읽는 독자라는 뜻이지.

야, 거기 너 말이야, 너!"

속임수의 섬



"실례합니다, 벤텐마루호의 선장님 계세요? 야노 법률 사무소에서 나왔는데요."

외딴섬에 가게 된 변호사 사야카.

그곳에 가는 이유는 복숭아에서 태어난 아이가 주인공인 『모모타로』 그림책으로 유명한 출판사의 오너가 사망하자 고인의 유지에 따라 외딴섬에 모여 유언장을 개봉하기 위함이었습니다.

푸른 바다에 외따로 떠 있는 섬 하나.

섬 전체가 커다란 점프대를 연상시키는 특징적인 실루엣.

그 광경에 시선을 빼앗기고 있을 때 조타실의 선장이 큰 소리로 말합니다.

"다들 잘 봐 둬. 저게 비탈섬이야."

유언장 개봉을 위해 모인 이곳은 섬의 유일한 건축물이자 돔 모양 전망실과 헬기 착륙장을 갖춘 가족 별장이었습니다.




스님의 염불이 마쳐지고 드디어 공개된 유언장.

어떤 사람은 심각한 표정, 어떤 사람은 상쾌한 표정으로 저마다 방을 나섰고 사야카는 막중한 임무를 마쳤다는 안도감과 함께 이젠 모처럼 방문한 외딴섬에서 느긋하게 여가를 만끽하려 합니다.

하지만...

오전 1시.

문밖에서 외마디 비명이 들립니다.

"꺅!"

에이코의 외동딸 사이다이지 미사키가

"얼굴이 새빨간 남자 도깨비였어요. 두 발이 땅에서 몇십 센티 떠 있더라고요!"

"공중에 떠 있었다고?"

"네."

"공중에 떠 있었다면 역시 귀신 아닐까?"

"에이. 귀신이 어디 있다고 그래요."

"빨간 도깨비도 있을 리 없잖아!"

"있을지도 모르죠. 비탈섬은 오카야마의 섬이니까." - page 105

오카야마의 외딴섬에 도깨비섬 전설은 으레 따르기 마련이기에 그저 헤프닝으로 끝냈는데...

오전 8시.

"에이코 씨? 혹시 미사키 말고 다른 사람도 찾으시나요......?"

에이코는 고개를 똑바로 끄덕였다.

"맞아요. 제 사촌 오빠 쓰루오카 가즈야의 모습이 안 보이는 것 같아서요. 어디로 간 걸까요?" - page 112

이마에 쩍 벌어진 상처로 바닥에 누운 쓰루오카 가즈야.

충격을 받은 미사키는 잠꼬대하듯 중얼거립니다.

"그건 빨간 도깨비가 아니었어...... 그때 쓰루오카 씨는 이미 죽은 뒤였던 거야......"

하필 태풍으로 꼼짝없이 섬에 갇히고 만 그들.

유언장 개봉을 담당한 변호사 야노와 쓰루오카를 찾아 섬에 데려온 사립탐정 고바야카와는 경찰을 대신해 사건을 수사하려 합니다.

하지만 사건은 점점 더 미궁에 빠져들고...

이 과정에서 23년 전 섬에서 벌어진 또 다른 살인사건이 더해지면서 영원히 풀리지 않을 것 같았던 수수께끼의 베일이 하나둘 벗겨지는데...

"확실히 그렇게 볼 수 있는 상황이군. 발이 미끄러져서 실수로 떨어진 건지, 아니면 죽을 각오를 하고 뛰어내린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렇다면 23년 전 사건 때와 완전히 똑같은 전개인데. 정말로 그럴까?" - page 274

과연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지...

그리고 그 끝은...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 공중에서 떨어지는 불티. 새빨간 혀를 연상시키는 불길이 청동으로 만든 모모타로와 그의 동료들을 집어삼켰다. 도라쿠 스님은 합장한 자세를 유지한 채 그 모습을 바라보며 말했다.

"오오. '화강장'의 머리가 떨어졌군...... 이걸로 이 저택도 운명했어......" - page 456 ~ 457



고립된 외딴섬, 기묘한 저택, 살인사건.

여느 추리소설에서도 볼 수 있는 스토리 라인이지만 이 소설의 매력은 그야말로 가끔 사건의 정곡을 찌르는 역할을 하는 '유머'였습니다.

흠뻑 빠져들 수밖에 없었고 더 짜릿했고 그래서 소설의 마지막을 마주하기가 싫었습니다.

저자의 필력에 전작들이 궁금하였습니다.

'유머 본격 미스터리'라는 그만의 독특한 작풍.

그 매력에 빠져 그의 작품들을 역주행해 보려 합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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