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 염불이 마쳐지고 드디어 공개된 유언장.
어떤 사람은 심각한 표정, 어떤 사람은 상쾌한 표정으로 저마다 방을 나섰고 사야카는 막중한 임무를 마쳤다는 안도감과 함께 이젠 모처럼 방문한 외딴섬에서 느긋하게 여가를 만끽하려 합니다.
하지만...
오전 1시.
문밖에서 외마디 비명이 들립니다.
"꺅!"
에이코의 외동딸 사이다이지 미사키가
"얼굴이 새빨간 남자 도깨비였어요. 두 발이 땅에서 몇십 센티 떠 있더라고요!"
"공중에 떠 있었다고?"
"네."
"공중에 떠 있었다면 역시 귀신 아닐까?"
"에이. 귀신이 어디 있다고 그래요."
"빨간 도깨비도 있을 리 없잖아!"
"있을지도 모르죠. 비탈섬은 오카야마의 섬이니까." - page 105
오카야마의 외딴섬에 도깨비섬 전설은 으레 따르기 마련이기에 그저 헤프닝으로 끝냈는데...
오전 8시.
"에이코 씨? 혹시 미사키 말고 다른 사람도 찾으시나요......?"
에이코는 고개를 똑바로 끄덕였다.
"맞아요. 제 사촌 오빠 쓰루오카 가즈야의 모습이 안 보이는 것 같아서요. 어디로 간 걸까요?" - page 112
이마에 쩍 벌어진 상처로 바닥에 누운 쓰루오카 가즈야.
충격을 받은 미사키는 잠꼬대하듯 중얼거립니다.
"그건 빨간 도깨비가 아니었어...... 그때 쓰루오카 씨는 이미 죽은 뒤였던 거야......"
하필 태풍으로 꼼짝없이 섬에 갇히고 만 그들.
유언장 개봉을 담당한 변호사 야노와 쓰루오카를 찾아 섬에 데려온 사립탐정 고바야카와는 경찰을 대신해 사건을 수사하려 합니다.
하지만 사건은 점점 더 미궁에 빠져들고...
이 과정에서 23년 전 섬에서 벌어진 또 다른 살인사건이 더해지면서 영원히 풀리지 않을 것 같았던 수수께끼의 베일이 하나둘 벗겨지는데...
"확실히 그렇게 볼 수 있는 상황이군. 발이 미끄러져서 실수로 떨어진 건지, 아니면 죽을 각오를 하고 뛰어내린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렇다면 23년 전 사건 때와 완전히 똑같은 전개인데. 정말로 그럴까?" - page 274
과연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지...
그리고 그 끝은...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 공중에서 떨어지는 불티. 새빨간 혀를 연상시키는 불길이 청동으로 만든 모모타로와 그의 동료들을 집어삼켰다. 도라쿠 스님은 합장한 자세를 유지한 채 그 모습을 바라보며 말했다.
"오오. '화강장'의 머리가 떨어졌군...... 이걸로 이 저택도 운명했어......" - page 456 ~ 4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