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혼술이다 - 혼자여도 괜찮은 세계
이나가키 에미코 지음, 김미형 옮김 / 문학수첩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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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한때 꿈꾸었던 것이었습니다.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발길이 닿은 가게에 들어가 직장에서 생긴 일들은 안주 삼아 술을 즐기는...

딱 일본 드라마 <와카코와 술>과 같은 삶을 꿈꾸었던...

어느덧 그 꿈은 Once Upon a Time이 되었지만...

간간이 드라마를 보며 적지 않은 위로를 받곤 합니다.

그렇다고 혼술을 안하는 건 아닙니다.

이제는 주부로써, 엄마로서의 역할을 끝내고 모두가 잠든 밤.

캔맥주 하나와 함께 혼술을 즐기며 나만의 시간을 즐기며 하루를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와닿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혼술'의 매력을 서로 공유하며 무엇보다 더 당당히 혼술을 즐기고 싶은 마음에 저자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과연 저자에게 혼술은 어떨지...

'혼술'을 애타게 동경하다가 수행을 거듭한 끝에

드디어 '혼술 마스터'가 된 어느 독신 여성의 유쾌한 경험담

인생은 혼술이다



그녀가 혼술을 동경하게 된 원점에는 바로 '도라 씨'가 있었습니다.

40대 중반 무렵 어느 날 문득, 텔레비전에서 재방송하는 <남자는 괴로워>를 뚫어져라 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아마도 회사원의 삶에, 끝없는 소소한 경쟁에 좀 지쳤던 거겠죠...

그렇다고 거기서 빠져나올 용기도 없는 자신으로부터 도라 씨는 초인처럼 보였던 겁니다.

그러면서 자신을 돌아봅니다.

독신이기는 하지만 집도 있고 일도 있고, 그럭저럭 돈도 있어요. 그런데 언제나 아직 모자라다고, 잃기 싫다고 고민하고 두려움에 떨었던 그녀.

뭘 어떻게 하면 도라 씨처럼...... 하고 생각하다가 불현듯 떠오르게 됩니다.

그래, 우선 '혼술' 수행을 해보자.

하지만 마음만큼 쉽지 않았습니다.

남성들도 주저하기는 마찬가지겠지만 여성 혼자 술집에 들어가는 데는 많은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이건 마치 '맨몸으로 혼자 세계와 마주하는' 경험과도 같은!

집안일도 하고 취미도 있다는 것. 그게 뭐 대수인가. 결국 '뭔가를 할 수 있는 나'에 기대어 사는 것이다. 일을 할 수 있는 나, 집안일을 할 수 있는 나, 요가를 할 수 있는 나, 그래서 남들과 다른 나...... 결국 직함에 기대어 사는 것과 뭐가 다른가.

하지만 그런 건 술집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술집에서 열심히 명함을 돌리거나, 난데없이 요가 교사 자격증이 있다는 설명을 늘어놓을 수 없는 노릇이다. 그대로의 나. 아무것도 아닌 나. 그렇게 되면 대체 어떤 표정을 짓고 술을 마시면 좋을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난 술집에 들어가기가 무서운 거다. - page 27

스스로를 다그치며 굳은 결심을 한 뒤 눈을 질끈 감고 문을 열게 됩니다.

실로 새로운 인생의 문을 연 순간이었다.

어찌어찌해서 혼술 데뷔를 마친 상태에서 사장님에게 말을 꺼내게 됩니다.

"앞으로 '혼술'을 잘해보고 싶은데요......"

"혼술! 좋잖아요, 꼭 해보셔야죠!"

네? 너무 쉽게 말씀하시는데, 여자 혼자 술 마신다, 그 말인데요?

"뭐가 어떻습니까? 저희 집에 혼술 하러 오시는 여자분 꽤 많습니다. 으음, 여자분들이 훨씬 용기가 있어요. 남자는 되레 그러지 못하죠."

그, 그런가요?

"얼마나 좋습니까! 인생이 변할 겁니다!"

그,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는 건 좀......

"모르는 사람하고도 얘기를 나눌 수 있잖습니까? 그럼 인생의 폭이 넓어질 테니까요......" - page 40 ~ 41

'혼술'을 할 수 있게 되면서 고독하지도 않고 고립되지도 않은 채 살아갈 수 있음을 깨닫게 되었고 인생의 두려움이 대부분 사라졌다고 하였습니다.

혼술이 사람을 '어른'으로 만든다고 말하는 그녀.

그러니 꼭 혼술에 도전해 보라며 우리에게 '혼술의 비기 12조'를 일러주었습니다.



우리는 쭈뼛거리면서도 서로를 느끼고 공감과 관심을 가지고 식탁을 함께한 것이다. 우리는 혼자지만 혼자가 아니었다.

누구나 그렇게 느낄 수 있는 곳을, 다시 말해 혼자지만 혼자가 아니라고 느낄 수 있는 곳을, 낯선 사람들끼리 만들어 가는 게 바로 혼술이다. 이런 시대를 살아가고 있기에 더욱, 혼술은 보석과 같이 빛나는 행위가 아닐까. - page 143

혼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 영향으로 더 고립과 고독이 가까운 요즘.

'집술'에 대해서도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집술은 나를 알아가는 여정이다. 검을 수행할 때 목검을 휘두르는 것과 같다. 다시 말해 일상 속 단련이랄까. 그런 축적을 통해 진검승부(=밖술)에 도전하더라도, 그야 물론 멋지게 이길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기본을 갖춰야 적어도 단칼에 쓰러져 즉사하는 일은 피할(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집에서 마시려면 무슨 술을 고르고 무슨 안주를 고를지, 선택할 게 무한대로 많다. 그건 무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말. 그리고 결과는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술도 안주도 별로인 저녁 술상을 앞에 두고 가게가 별로여서, 메뉴가 꽝이어서, 요리하는 사람이 센스가 없어서, 경영 태도가 영 아니올시다여서, 이렇게 비난할 수 없다. 전부 다 내 탓이다.

그게 바로 집술의 묘미다. - page 172 ~ 173

그저 단순히 마셨는데 이렇게나 깊은 뜻이 있었다고!

앞으로 어디 가서 아는 척을 좀 해야겠습니다.

그냥 집술하는 것이 아니라고.

'나'를 찾아가는 길 가운데에 서 있다고.

(심오하다...ㅋㅋ)

유쾌했습니다.

자신이 수행을 거듭한 끝에 맺은 결실.

실로 경이롭고 아름다웠다고 할까.

그렇기에 저는 오늘도 당당히 '혼술'을 하겠습니다.

맛있는 인생을 살기 위한 혼술 라이프가 시작된다!

"인생은 혼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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