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혼술을 동경하게 된 원점에는 바로 '도라 씨'가 있었습니다.
40대 중반 무렵 어느 날 문득, 텔레비전에서 재방송하는 <남자는 괴로워>를 뚫어져라 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아마도 회사원의 삶에, 끝없는 소소한 경쟁에 좀 지쳤던 거겠죠...
그렇다고 거기서 빠져나올 용기도 없는 자신으로부터 도라 씨는 초인처럼 보였던 겁니다.
그러면서 자신을 돌아봅니다.
독신이기는 하지만 집도 있고 일도 있고, 그럭저럭 돈도 있어요. 그런데 언제나 아직 모자라다고, 잃기 싫다고 고민하고 두려움에 떨었던 그녀.
뭘 어떻게 하면 도라 씨처럼...... 하고 생각하다가 불현듯 떠오르게 됩니다.
그래, 우선 '혼술' 수행을 해보자.
하지만 마음만큼 쉽지 않았습니다.
남성들도 주저하기는 마찬가지겠지만 여성 혼자 술집에 들어가는 데는 많은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이건 마치 '맨몸으로 혼자 세계와 마주하는' 경험과도 같은!
집안일도 하고 취미도 있다는 것. 그게 뭐 대수인가. 결국 '뭔가를 할 수 있는 나'에 기대어 사는 것이다. 일을 할 수 있는 나, 집안일을 할 수 있는 나, 요가를 할 수 있는 나, 그래서 남들과 다른 나...... 결국 직함에 기대어 사는 것과 뭐가 다른가.
하지만 그런 건 술집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술집에서 열심히 명함을 돌리거나, 난데없이 요가 교사 자격증이 있다는 설명을 늘어놓을 수 없는 노릇이다. 그대로의 나. 아무것도 아닌 나. 그렇게 되면 대체 어떤 표정을 짓고 술을 마시면 좋을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난 술집에 들어가기가 무서운 거다. - page 27
스스로를 다그치며 굳은 결심을 한 뒤 눈을 질끈 감고 문을 열게 됩니다.
실로 새로운 인생의 문을 연 순간이었다.
어찌어찌해서 혼술 데뷔를 마친 상태에서 사장님에게 말을 꺼내게 됩니다.
"앞으로 '혼술'을 잘해보고 싶은데요......"
"혼술! 좋잖아요, 꼭 해보셔야죠!"
네? 너무 쉽게 말씀하시는데, 여자 혼자 술 마신다, 그 말인데요?
"뭐가 어떻습니까? 저희 집에 혼술 하러 오시는 여자분 꽤 많습니다. 으음, 여자분들이 훨씬 용기가 있어요. 남자는 되레 그러지 못하죠."
그, 그런가요?
"얼마나 좋습니까! 인생이 변할 겁니다!"
그,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는 건 좀......
"모르는 사람하고도 얘기를 나눌 수 있잖습니까? 그럼 인생의 폭이 넓어질 테니까요......" - page 40 ~ 41
'혼술'을 할 수 있게 되면서 고독하지도 않고 고립되지도 않은 채 살아갈 수 있음을 깨닫게 되었고 인생의 두려움이 대부분 사라졌다고 하였습니다.
혼술이 사람을 '어른'으로 만든다고 말하는 그녀.
그러니 꼭 혼술에 도전해 보라며 우리에게 '혼술의 비기 12조'를 일러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