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부 종합병원.
그 지하에는 정신과가 있습니다.
고급 호텔 분위기인 1층 로비와는 달리 지하는 정반대로 살풍경한 분위기인 이곳.
복도를 지나는 사람도 없어 '정신과' 팻말이 없으면 창고로 잘못 들어왔나 착각할 정도로 복도에는 종이 상자가 쌓여 있고, 벤치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곳을 찾아온 손님(?), 아니 우리 모두가 한 번쯤은 겪었거나 견디는 문제들을 안고 있는 이들이 있었습니다.
융자를 얻어 집을 마련한 세일즈맨은 어렵사리 쌓아 올린 삶이 무너질까 화가 나는 상황에서 화를 내지 못하다 과호흡증이 오는,
자신이 착실하고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피아니스트에게 갑자기 찾아온 광장공포증이 찾아온,
비대면 수업 후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대학생이 자기 자신처럼 사는 방법을 잃어버린...
이들이 노크를 하고 들어서면 정면으로 보이는 책상에 살이 뒤룩뒤룩 찐 중년 의사가 맞이합니다.
의자를 빙그르르 돌려 만면에 미소를 머금고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들어오세요-"
바로 그는 닥터 이라부입니다.
여느 의사와는 사뭇 다릅니다.
화를 내지 못하는 이에게
"이건 일본 사람들에게 특히 많이 나타나지. 타인의 규칙 위반이나 부도덕한 행동을 봐도 대립을 피하기 위해 입을 다물어버린다. 그렇게 계속 분노가 쌓여서, 결국은 자기 안에서 폭발해버리는 거지. 후쿠모토 씨의 과호흡이나 공황장애는 거기에서 온 거야. 그러니 쉽게 고칠 수 있어. 화를 내면 돼." - page 91
공연을 망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피아니스트에게
"차라리 한 번쯤 무대를 펑크 내보면 어떨까? 뭐든 다 경험이 중요하거든."
이라부가 어처구니없는 말을 꺼냈다.
"펑크를 내요? 말도 안 돼요. 손해배상 청구가 회사로 날아와서 저는 바로 해고될 거예요."
도모카가 즉시 고개를 저었다.
"또 그렇게 바로 나중 일부터 걱정하지. 후지와라 씨의 경우는 세상사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버릇과 강한 책임감이 광장공포증으로 이어진 거야. 좀 더 대담해져야지." - page 241 ~ 242
오히려 우리가 듣고 싶었던 말을 대신해 준다고 할까!
그래서 통쾌한!!
하지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의사의 모습이 아니기에, 틀을 깨는 이라부의 기상천외한 행동요법에 처음엔 모두 믿음이 가지 않고 의심의 눈초리를 하지만 서서히 치유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들은 깨닫게 됩니다.
괜찮아. 괜찮아. 적당히 해도 괜찮다는 것을...
그래서 뭐 어떻다는 건가. 사람에게는 저마다의 그릇이 있다. 자기 그릇에 맞게 살아가는 게 행복 아닐까. - page 215
솔직히 예전엔 그저 신선하다, 유쾌하다, 재미있다 가 주된 감정이었다면 이번 이야기에선 공감된다, 위로된다 가 주였습니다.
정말 저 역시도 스스로 옥죄었던 문제들이 있었지만 마주하지 않았던...
누군가 나에게 해 주었으면 하는 말들을 닥터 이라부로부터 듣게 되어서 몸과 마음의 긴장이 풀어지고 편안해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최고의 처방전을 주었던 이라부.
앞으로도 종종 찾아보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