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 마이애미
그때 그 말들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남편의 비행기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나는 우리의 마지막 대화가 떠올랐다. 하지만 으레 그렇듯 후회는 일이 이미 틀어지고 난 후에 하기 마련이다. - page 9
아버지 두 번째 기일로 저녁 식사 초대를 하는 엄마.
사실 딘이 유복한 집안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아빠는 그와 결혼하면 경제적 지원을 끊겠다며 으름장을 놓았었고 결국 이 둘은 마주칠 기회조차 없었기에 어색한 사이였고 엄마 역시도 그를 인정하지 않아 초대에 응하고 싶지 않았지만 가겠다 결심하게 됩니다.
하지만 마이애미를 왕복하는 프라이빗 제트기 조종사인 딘에게 갑작스런 유명인을 태워줘야 하는 일이 생겼고 이미 돌아왔어야 했던 다음 날 아침...
"이걸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어요. 딘의 비행기가...... 실종됐어요."
...
"지금 알려드릴 수 있는 건 그가 세인트 토머스를 출발한 직후에 푸에르토리코의 산후안 항공 교통 관제소와 연락을 취했다는 것, 그거뿐이에요. 그리고...... 그냥 그렇게 사라져 버렸어요." - page 28
비행기 파편도 발견되지 않았고 그가 죽었는지 살았는지조차 알 수 없는 이 상황.
뉴스에서는 버뮤다 삼각지대로 사라진 것이 아닐까란 추측성 보도와 미연방에선 수색을 중단하고 사망 처리를 하는 바람에 지칠 대로 지쳐버린 올리비아.
딘이 남긴 마지막 선물이 배 속에 자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서야 그녀는 그의 사망신고서를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리고 과거에 헤어졌던 첫사랑 가브리엘과 결혼을 하며 나름 안정적인 새로운 삶을 꾸려가던 어느 날.
어두운 롱코트를 입은 두 명의 남성이 이들의 집에 찾아왔습니다.
"얼마 전 젊은 여성의 시체가 발견되었어요. 뉴저지의 오클랜드 북쪽 숲에서요. 혹시 뉴스에서 들어보셨나요?"
...
"희생자의 신원을 확인한 결과 멜라니 브라운이라는 이름의 여성이었습니다. 혹시 이름을 듣고 기억나는 게 있으신가요?" - page 393
시체가 발견됐다는 무시무시한 사실이 자신과 어떤 연결고리가 있다는 건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는데...
"고인이 되신 남편분은요? 딘 로빈슨. 그분이 혹시 그녀를 언급한 적이 있었나요?"
나는 약간의 충격과 함께 고개를 뒤로 젖혔다.
"아니요. 한 번도요. 왜죠?"
그들이 딘이 이것과 무슨 관련이 있다고 여기는 걸까.
"그녀가 실종된 게 언제라고 하셨죠?"
"1986년 10월 14일이요." - page 394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남편이 살인사건 용의자로 지목된 것이었습니다.
남편이 실종된 자리에서 돋아난 불가해한 사실들로 하여금 올리비아의 딘을 향한 강렬한 사랑, 심지어 그녀가 굳게 믿고 있던 세계를 완벽하게 뒤흔들기 시작하는데...
그녀가 사랑했던, 전부였던 그는 누구였던 것일까...!
소설은 남편의 실종을 기점으로 세상이 무너진 올리비아를 중심으로 그녀의 남편 딘, 딘과 엮인 멜라니 브라운이라는 여성, 세 사람의 시선이 교차로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인물들은 각자의 서사를 조금씩 드러내면서 독자들에게 작고 미묘한 의심의 불을 지핀 다음, 교묘하게 연결해 내어 종국에서는...
예상치 못한 충격이 몰려왔다. 아주 오래전부터 내면 깊숙한 곳에서 숨어있던 흥분이 삽시간에 불꽃처럼 튀어 올랐다. 이게 바로 한때 내가 꿈꾸던 순간이었다. 간절했던 바람이 현실이 되는 순간.
하지만 나는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부정이 사방에서 달려들었다. 그것들은 마치 원자폭탄처럼 내 안에서 폭발했다.
"그럴 수 없어. 아마 실수가 있었을 거야. 다른 사람에게 갔어야 할 메일을 잘못 보냈을지도 모르고...... DNA 결과를 잘못 입력했을지도 몰라."
내가 최대한 차분하게 말했다.
"어쩌면, 그게 가장 납득할 만한 설명일 수도 있어. 하지만 뭐가 어떻게 됐든 진실을 알고 싶어. 엄마는 안 그래?"
"당연히 나도 그렇지." - page 454
정말 순식간에 몰입하였고 마지막의 짜릿함이란...
결국 누구나 완벽할 수 없음을,
과거에 연연하기보단 놓아주며 앞으로 나아가야 함을,
일러주었습니다.
소설이 우리에게 던진 질문.
과연 당신은 두 가지 선택지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그로 인한 결과에 당당히 마주할 수 있을 수 있는지...
덕분에 지난 나의 선택들을, 그리고 지금의 나를 되짚어보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