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리와 대나무 토토의 그림책
마리 티비 지음, 제레미 파예 그림, 이세진 옮김 / 토토북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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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 그림책이 끌렸던 건 아름다운 그림체로였습니다.

섬세하고도 아름다운 수채 삽화.

그다음으로 눈을 돌리니 제목이 조금 특이했습니다.

고사리?

대나무?

도대체 무슨 이야기일까 갈피를 잡지 못했기에 더 끌렸던 이 책.

어떤 이야기가 그려질지 바로 펼쳐보았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포기하지 마세요.

어쩌면 지금 단단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고사리와 대나무



어느 지혜로운 노인이 죽음을 앞두고 두 아들을 부릅니다.

형에게는 '고사리' 씨앗을,

동생에게는 '대나무' 씨앗을

주면서

"이 씨앗을 심고 가꾸며 나를 기억해 주렴."

마지막 말을 남기곤 숨을 거두게 됩니다.

두 아들은 정성껏 씨앗을 심고 싹이 트기를 기다립니다.



형의 고사리 씨앗은 곧 싹을 틔우고 쑥쑥 자랐지만 동생의 대나무 씨앗은 몇 년이 지나도 아무런 소식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동생은 실망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포기하지 않아."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동생을 놀리고 비웃었습니다.

"네 씨앗은 이미 죽었어. 너희 아버지처럼 말이야."

그래도 동생은

"나는 포기하지 않아."

하며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오 년째가 된 어느 날 아침.

동생은 늘 그랬듯이 대나무 씨앗을 심은 자리를 보러 숲으로 가니 어?!

그 작고 여린 싹이 돋아난 게 아니겠어요?



마침내 고사리와 대나무가 아름답게 어우러져 숲을 이루자, 아버지는 형제의 꿈속에 나타나 중요한 말을 해 줍니다.

동생에게

"네가 묵묵히 버틴 시간은 바로 뿌리를 내리는 시간이었단다.

단단하게 자리 잡은 뿌리가 대나무를 굳건히 세워 주고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들을 주지."

아들들에게

"대나무와 고사리는 서로 다르단다. 그렇지만 모두 필요하지.

둘 다 이 숲을 멋지게 만들어 주거든. 인생의 어떤 날도 아쉬워하지 말아라.

좋은 날은 너희를 행복하게 하고, 힘든 날은 너희에게 경험을 준단다.

인생에는 둘 다 있어야만 하는 거야."

서로 다르지만, 모두 필요한 인생의 '고사리와 대나무'.

빠르게 번성하지만 따가운 햇볕에 쉽게 시들어버리는 '고사리'

싹이 트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한 번 뿌리를 내리면 단단하고 튼튼하게 자라는 '대나무'

'인생'이라는 숲을 가꾸기 위해선 싱그럽고 무성하게 퍼지는 고사리처럼 밝은 날도 필요하고, 인내의 시간을 거쳐 싹을 틔우는 대나무처럼 힘들지만 견뎌야 하는 날도 필요함을 보여준 그들.

이 묵직한 울림은 아이보다 저에게 와닿았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갈피를 못 잡고 흔들리는 저에게 인내해야 하는 날이 있기에 좋은 날은 더 행복하게 다가온다는 것을 일러준 대나무 씨앗을 심은 동생.

"나는 포기하지 않아요."

이 한마디가 괜스레 울컥하였습니다.

아직 아이에게는 크게 와닿지는 않았지만 아이의 곁에 이 책을 놓아주며 언젠간 그 의미를 알게 될 때 큰 울림을 받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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