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로 오기 전 다른 일을 하던 그들.
제주로 이주하면서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찾아 나섰고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자신에게 맞는 일을 선택하게 된 그들.
그들로부터 '브랜딩'이란 '나'라는 사람이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고민하여 나답게 살아가는 방식을 터득해나가는 것이라는 것을 일러주었고 덕분에 스스로 '브랜드'가 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책에는 열여섯 브랜드 대표들의 인터뷰가 담겨있었습니다.
토박이 삼대가 함께 일하는 떡집, 소임을 다한 밀랍으로 양초를 만드는 부부, 도심에서 오랜 역사를 지닌 연필을 파는 가게, 저녁 8시면 모든 불빛이 사라지는 제주 끝자락에서 연주하고 노래하는 펍, 한 시간에 오직 한 팀만 받는 예약제 책방...
'제주'라는 공간으로부터 자신만의 브랜드를 꾸려나가면서 '경쟁'보다는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상생'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하윤이네농원>으로부터 '농산물'에 대한 경종을 울려주었습니다.
정말 세상은 농업을 산업으로 치고, 자본주의 논리에 빗대어 보는데 사실 농업은 자본주의적 합의가 이뤄질 수 없음에.
특히나 수입 농산물로 인해 국내 농가가 위태로워짐은 안타까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이 어려운 농사를 하는 그의 모습.
우리가 사는 세상이 계속 나빠지기만 하는 게 아니듯 농사도 그렇다고 생각해요. 사회가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다가 벽에 부딪히면 다시 서너 걸음 후퇴해요. 하지만 그 다음에는 또 한 발 나가려고 하잖아요? 그러면 좋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 때문이에요. 그런 마음이 내게 있어요. 사실은 얼마 전에 저희 밭이 해걸이를 한데다 태풍이 세 번 오면서 감귤 출하를 거의 못 했어요. 밭에서 나온 걸 모두 가공으로 보냈어요. 너무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그다음 해 목표가 '너무 열심히 살지 말자'예요. 근데 그것도 쉽지가 않아요. 지금 상황이 경제적으로 나아지지 않았지만, 우선은 마음의 여유를 가지려고요. - page 45
그가 있기에 우리의 농산물이 꿋꿋이 자리하고 있음에 멀리서나마 응원을 건네봅니다.
그리고 <목리>.
목리의 의미가 참 멋졌습니다.
뿌리를 지닌 나무로서의 생기는 없지만, 사람의 온기와 손길이 계속 지나간 나무는 그 나뭇결이 짙어지고 은은한 빛과 부드러움을 지니게 되죠. 관계의 시간과 변화들이 사람과 사람 사이, 사람과 공간 사이에도 존재한다고 생각했어요. 이를 나타낼 표현을 찾고 있었는데, 가구를 만드는 목수에게서 자재를 고를 때 나뭇결을 '목리'라고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한자로 뜻이 '나무에 새겨진 이치'라고 느껴져서 이 이름을 주저 없이 선택하게 되었어요. - page 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