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세 번, 동네문화센터에 놀러 갑니다
정경아 지음 / 세미콜론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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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영부영 보내다 보니 어느새 나이는 마흔에 접어들었고...

그러다 문뜩 그 중심엔 제가 없다는 걸 느꼈습니다.

이 공허함...

그렇다고 뭔가 도전하는 게 두려워 움츠리고 있었는데......

그러다 이 책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순간 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마냥 움츠렸던 저는 그녀로부터 도전을 배우고자 합니다.

지구생활 60년 기념 사업으로 시작한 공부!

문화센터라는 놀이터에서 배움의 즐거움을 찾아나가는

68세 K-그랜마의 명랑 노년 탐사기

일주일에 세 번, 동네문화센터에 놀러 갑니다



언젠가 저도 그럴 것이고 누구나 때가 되면 '노인'이 됩니다.

나는 어떤 노인이 될까...

내 노년은 어떤 모습일까...

어떻게 해야 잘 늙을 수 있을까...

겪어보지 않았기에 두려움이 있음이 사실입니다.

'이 나이쯤 되면 배우는 게 최고 놀이'라는 그녀.

지구생활 60년 기념사업으로 동네문화센터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노년에도 노인이기에 느낄 수 있는 설렘과 재미를 꾸밈없는 목소리로 들려줌으로써 수많은 선택의 가능성이 있음을, 끊임없이 성장할 수 있음을, 그래서 우리 모두 노인의 삶을 멋들어지게 살아갈 수 있음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우리 세대는 단군 이래 최초로 백세 시대를 맞았다. 남은 생을 무엇을 어떻게 채워야 할까. 노년에 이른 모두의 큰 숙제다. 해답은 바로 지금, 노년기를 바라보는 자신의 생각을 바꾸기만 하면 된다. 우리 생애 '세 번째 30년'으로 정중하게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을 장착하자는 말이다. 노년을 늙고 병들어 죽는 일밖에 남지 않은 여생 또는 죽음의 대기실로 생각하지 말고, 숨 쉬는 마지막 날까지 삶이라는 무대에서 자신이 주인공임을 잊지 말자는 것이다. - page 14 ~ 15

전혀 모르는 외국어를 배우는 게 치매 예방에 좋다고 말한 친구의 말에 중국어 공부를 시작하게 됩니다.

동네문화센터의 '중국어 첫걸음' 강좌에 등록하고는 '매년 한 가지씩 지금까지 해보지 못한 일 저지르기'를 부르짖으며 60대 초반에 배우기 시작해 어느덧 햇수로 7년 차.

물론 중국어를 배워 취직할 것도 아니고 승진 요건이 되지도 않지만 느슨한 학구열로 월요일과 수요일 오후, 중국어 교재 한 권과 돋보기를 넣은 배낭을 메고 문화센터로 걸어가는 그녀의 모습은 자신만의 '갓생'을 살아가는 열정에 절로 박수가 나왔습니다.

나뿐 아니라 누구에게든 노년은 오래 벼르거나 미뤄왔던 것을 시작하고 이어가기 좋은 시기이다. 그러니 그게 무엇이든 우선 찾아내기를 추천한다. 시작은 반이다. 나머지 반은 웃는 얼굴로 오래오래 가보는 것. 혼자보다는 관심사를 공유한 이들과 어울려 가는 방법이 더 좋겠다. - page 32

동네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고, 나이 제한이 없으며, 경로 할인까지 제공하고, 진도가 빠르지 않아 부담 없이 무리하지 않고 배울 수 있는 동네문화센터 프로그램의 매력.

그동안 아이들이 어릴 때에만 갔었는데 새삼 그 매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서로 잘하지 말자고 서로의 발전을 은근 방해하며 양꼬치맥 뒤풀이를 즐기는 이들의 모습은 이것이야말로 인간미가 느껴지는 대목이었습니다.

중국어뿐만 아니라 전통춤, 댄스스포츠, 펜화 블로그 만들기 등

마음속에 새로움이 결핍될 때 인간은 늙고 낡아가는지도 모른다. 배움은 부족해진 새로움을 채워 넣으려는 안간힘일 것이다. - page 89

무엇이든 배우는 삶으로부터 노년에도 성장할 수 있음을, 노년에 대한 두려움을 덜어내고 희망과 용기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눈물 나게 예쁜 봄을 다시 한번 맞은 엄마. "들여다볼수록 봄꽃들이 기특해. 약하고 작은 것들이 겨울을 견뎌내고 연둣빛 이파리를 피우는 걸 봐라. 세상에 제일 힘센 건 바로 봄이야."

90대 엄마의 느릿느릿한 일상 궤적을 따라가면 그곳에 미래의 내가 보인다. 머지않아 다가올 내 70대와 80대의 날들은 어떤 모습일까? 그 알 수 없는 시간들을 무엇으로 채우게 될까? 길례 씨가 말한다. "몸은 해마다 늙고 낡아가도, 오는 봄은 모두 새봄이더라. 이런 예쁜 봄날에 내 두 발로 걸을 수 있는 오늘이 너무 좋다. 특별히 나랄 게 하나도 없어." - page 210

그녀의 모습은 사실 우리 엄마에게서도 볼 수 있었습니다.

딸들이 결혼을 하고 나서 '일본어' 공부를 시작하신 엄마.

뭔가 배운다는 즐거움을 나에게 얘기한 적이 있었지만 그땐 귓등으로 흘려버렸던...

새삼 우리 엄마도 멋진 분이셨다는 것을, 힘찬 응원의 박수와 건네봅니다.

저도 동네문화센터를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어떤 걸 배워볼까...?!

즐거운 고민에 빠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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