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기 좋은 말 하기 싫은 말 - 더 나은 어른이 되기 위한 기록
임진아 지음 / 뉘앙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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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견 평범해 보이는 일상의 반짝이는 순간들을 맑고 섬세한 눈으로 포착하여 찬찬하게 담아 온 저자 '임진아'.

그래서 그녀의 에세이집을 개인적으로 참 좋아합니다.

작고 귀여운 삽화와 함께하기에 일상에서 작교 귀여운 행복의 순간들을 마주하게 된다고 할까...

읽고 나면 덕분에 세상이 다정하면서도 애틋하게 느껴져 몸과 마음이 지칠 때면 책을 꺼내 읽곤 합니다.

이번엔 그녀가 우리가 사는 세상이라는 커다란 숲으로 눈을 돌리며 한층 넓고 깊어진 시선을 보여 준다고 하였습니다.

숲에서 보다 많은 예의와 배려와 존중이 스며든 세상을 그리며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를 비롯하여 나와 세상과의 관계, 자기 자신과의 관계까지 두루 돌아보는 가운데 자신이 경험한 일상의 편린들...

또다시 그녀의 말에 마음을 기대어봅니다.

보다 많은 예의가 스며든 관계를 그리며

세상이라는 큰 숲에서 작은 걸음으로 나아가는 이의 이야기

듣기 좋은 말 하기 싫은 말



첫 이야기부터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침 출근길에 다른 차의 부주의로 경미한 접촉 사고가 났는데 당황한 상대 운전자를 향해 건넨

"우리 그냥 가요. 우리 오늘 좋은 하루를 보내는 게 더 중요하니까."

라며 서로를 '우리'라 칭하며 우리의 하루를 바라보자고 말한 엄마의 에피소드.

그녀로부터 누군가의 하루를 단번에 꼿꼿하게 세워 줄 줄 아는 어른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좋은 하루를 보내는 게 더 중요하니까."

이 문장으로부터 무엇인가를 결정할 때, 일을 선택할 때, 관계 문제에 휘둘릴 때, 알 수 없는 분노가 들끓을 때, 괜히 마음이 내려앉을 때 무엇이 더 중요한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도 잘 사용했던, 이제는 바꿔야 했던 말이 등장하였습니다.

"별 거 아니에요."

"에휴. 아니에요. 절대 아니에요."

칭찬에 유독 약한 사람에게 존재하는 겸손 커튼이 쳐지는 순간.

타인에 더해 심지어 나 또한 존중하지 않고 자기를 내세우지도 않는 태도.

겸허와 겸손, 그 사이 어딘가에 있을, 그녀는 이를 '그늘진 겸손'이라 하였습니다.

이 그늘진 겸손은 못생긴 그림자를 만들고 말을 하는 사람과 말을 들은 사람의 자리에 의외로 꽤 오래 따라다닌다고 하였습니다.

뱉어진 말은 들은 사람에게 남아 각인이 된다. 이미 생긴 자국에는 속마음 문장이 들어갈 틈이 없다. 속마음을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 또한 그늘진 겸손과 견줄 정도로 못생긴 것은 매한가지다.

남을 존중하는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우선 나를 낮추지 말아야 한다. 마음을 내세우고 사랑을 표현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마음은 전해질 준비를 마치고 오래도록 닿는다. - page 30 ~ 31



울림을 준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작은 알림창으로, 핸드폰 속 뉴스로, 밥을 먹으며 본 텔레비전에서 갑작스럽게 만나게 되는 저마다의 괄호.

나 또한 나도 모르게 누군가를 슬프게 만들어 놓고 그런 줄도 모른 채 웃어 보였을지도 모른다. 모두의 괄호를 알지는 못하겠지만, 그럴지도 모른다는 사실 또한 가끔 떠올리며 살고 싶다. 사람을 잃은 사람의 일상에는 너무나 세세하고 복잡한 슬픔이 꾸준히 더해지고 섞인다. 마주해야 하는 슬픔이 있고, 가려져야 덜어지는 슬픔이 있다. 여전히 잊지 않고 기억한다는 마음은 더욱이 보여야 하고, 이제는 그만할 때 됐잖아 하는 식의 태도는 드러나지 않아야 마땅하다. - page 109

그렇기에 우리가 해야 하는 건...

보이는 애도와 숨기는 애도. 어디까지나 이어져야 하는 우리의 단단한 캠페인. 나는 되도록 많은 우리의 괄호를 챙기고 싶다. 그렇게 우리의 애도는 이어지고 이어진다. 나의 날을 살면서도 또 다시 슬픔을 마주해야 하는 삶은 계속되겠지만, 비어지는 괄호와 채워지는 괄호로, 남아 있는 사람의 하루는 내일로 이어진다. - page 110

각자가 품고 있을 괄호 안의 마음을 최대한 헤아리며 살아가는 것.

그렇게 서로 보다 많은 예의와 배려와 존중이 스며든 세상을 만들어갈 것을.

묵직이도 다가왔었습니다.

세상의 타인들, 그리고 다른 존재들과의 관계보다도 무엇보다 자기 자신과의 관계가 나을 것을.

'좋은 어른'이 되는 길...

우리는 저마다

자신이 듣기 싫은 말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그 말만 내뱉지 않아도

우리는 좋은 어른이 될 수 있다.

타인에게도 나에게도 좋은 사람이.

듣기 좋았던 말을 선명히 기억하며 내일을 쳐다보고 하기 싫은 말을 삼키며 나를 지키는 것.

저자가 우리에게 들려주고자 했던 이야기였습니다.

더 나은 어른이 된다는 거...

그 중심엔 '말'이 자리하고 있음을 일러주었습니다.

듣기 좋은 말

하기 싫은 말

나는 어떤 말을 하고 있을까...

스스로 점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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