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것이 괴로운가? 이 세상이 미운가? 이 세상이 변하기를 바라지만 그 징조조차 보이지 않는 현재의 상황에 실망하고 있는가? 이부자리 위에서 꼼짝도 못 하는 채로, 딱히 보고 싶지도 않은 SNS나 천장, 이불 안쪽을 끝도 없이 바라보며 스스로도 정체를 알 수 없는 불안을 견디고 있는가? - page 7
신자유주의 , 능력주의, 젠더 차별, 가부장제...
삶을 옥죄어오는 사회 권력과 부조리 앞에 청년들이 이불 속으로 숨어들고 있습니다.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않고 쉬는 2030 청년이 63만 명, 고립 청년이 54만 명으로 집계된다고 하니 쉬이 넘어갈 일이 아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바닥에 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청년층을 '탕핑족'이란 말이 유행하고, 일본에서는 '히키코모리'라 하니...
저자 다카시마 린은 이불 속에 웅크린 한 명으로 놀라운 제안을 건네었습니다.
일단은 살아갈 것. 살아남음으로써 저항운동 또한 궤멸하지 않고 이어질 수 있다. 뒤집어 말하자면 저항의 의지를 유지하면서 살아가는 삶 자체가 이미 혁명에 가담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혁명'이라는 단어에 놀라서 '그런 과격한 행동은 따를 수 없어'하고 생각한 사람도 걱정할 필요 없다. 나는 손가락 하나, 시선 하나 움직이지 않고서 권력에 저항할 수 있다고 약속한다. - page 10
신자유주의, 능력주의, 가부장제, 의례와 통념 등 보이지 않는 권력이 우리 일상의 생활 습관과 가치관에 어떻게 교묘히 숨어 있는지 밝히면서
'당신은 잘못이 없다'
고,
'그러니 용기를 내자'
고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저자는 이불 속 혁명을 위해 자신을 '아나카 페미니스트'라 하였습니다.
그냥 페미니스트이기만 해서는, 혹은 그냥 아나키스트가 되기만 해서는 약자의 입장에 놓인 삶을 광범위하게 끌어들이는 혁명을 일으킬 수 없기에 동시에 아나키즘과 페미니즘이 양쪽 바퀴를 하나씩 맡아야 한다는 점을 가시화하며 일상 속 최소한의 저항법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지금도 사회는 통속 도덕이 뚜렷하게 남아 있습니다.
그렇기에 나 한 사람이 사고방식을 바꿔봤자 날마다 부딪치는 가치관은 언제나 버겁기만 합니다.
내가 욕실 타일 모양을 까먹는 날이 언젠가 올까? 그런 날을 한시라도 빨리 맞이할 수 있도록, 나는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말하고 다닌다. 그건 당신 탓이 아니야. - page 165
위로받지 않나요!
저자로부터 위로와 용기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소리 지르지 못하는 존재들을 위해: 애도와 기도>의 이야기였습니다.
이미 세상에 없는 이들.
지금 살아 있는 사람들이 이 세상이라고 부르는 장소에 물질적 신체를 두고 있지 않기에 그들의 존재를 시인하기가 불가능하기에 이미 이 세상에서 사라진 사람의 존재는 대체로 무시되는데...
그래도 괜찮은 걸까?
저자는 이야기하였습니다.
괜찮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전혀.
말하자면 우리는 전부 인간 엠프가 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시즈에가 상자에 넣은 물건들이 박물관에 진열될 일은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기록에서 누락될 법한 작은 목소리야말로, 그 목소리를 들은 산 사람이 채집해 모으고 때로는 상상력을 발휘해서 이어받아야 하지 않겠는가. 채집할 수 있는 사람이 적은 목소리일수록, 채집한 사람이 앰프가 되지 않으면 그 목소리는 사회에서 간과되고 만다. 인생에서 언젠가 스쳐 지나는 죽은 이. 그것은 가까운 사람일 때도 있고 한없이 먼 사람일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런 죽은 이의 흔적과 마주쳤다면(목소리를 들었다면), 그 목소리를 자신의 힘으로 진지하게 다시 서술할 책임이 있다. - page 299 ~ 300
보이지 않는 타자의 의지를 존중하는 것.
이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자세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우리에게 외쳤습니다.
기왕 태어났으니 다른 사람을 위해, 조금이라도 이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움직이자. 자기 자신에게 살의를 내뿜지 말자. 목을 감싼 손을 풀고, 천천히 사회를 향해 주먹을 고쳐 쥐자. 온갖 것들로 인해 궁지에 몰려 이부자리 위에 드러누운 채 꼼짝하지 못하는 몸은, 당신의 의지 하나로 봉기에 참여시킬 수 있다. 나는 당신과 함께 그런 투쟁을 해보고 싶다. - page 15
힘겨운 세상 살이 속에서 저자가 내민 손이 참으로 따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