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중반, 전 지구적 전쟁과 환경오염으로 출생률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미국은 극심한 혼란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이때를 틈타 가부장제와 성경을 근본으로 한 전체주의 국가 '길리어드'가 일어나 국민들을 폭력으로 억압하는데, 특히 여성들은 여러 계급으로 분류하여 교묘하게 통제하고 착취하기 시작합니다.
특히 여자는 아이를 낳는 자궁의 역할로 가임 여부가 이들의 사회적 위치를 결정하게 됩니다.
높은 직급인 사령관의 '아내'들은 푸른색 계열의 드레스를,
'딸'들은 흰색드레스를,
임신능력이 있는 여자는 '시녀'로 붉은색 드레스에 흰색 가리개를,
임신할 수 없는 여자는 '하녀'로 녹색 드레스를,
'아주머니'들은 갈색 드레스 등
모든 여성들은 색깔로 계급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세 번의 기회가 주어지는 동안 출산하지 못하면 시녀는 비여성이 되어 죽음을 담보한 노동현장으로 유배당하게 됩니다.
소설은 시녀 오브프레드의 독백으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남편과 딸을 키우며 도서관 사서로 일하며 평화롭게 살던 그녀.
하지만 극우성향의 기독교집단이 쿠데타를 일으켜 세운 길리어드로 모든 것이 변하게 됩니다.
오브프레드(자신의 이름은 잃어버린 채 사령관 이름으로 프레드의 시녀는 '오브프레드'가 됩니다. 하지만 'of Fred'는 'off red'로 해석될 수 있음에...)로 살아가면서 그저 버티며 살아남아 언젠간 자신이 알고 있는 이야기를 다른 이에게 전하겠다고, 그러니 평상시와 다름없이 무시하며 살아간다고...
어쩌면 이 모든 일은 통제의 문제가 아닐지 모른다. 누가 누구를 소유하고, 누가 누구한테 어떤 짓을 해도, 심지어 살인을 해도 벌을 받지 않아도 된다던가 하는 그런 문제가 아닐지 모른다. 누구는 앉을 수 있고 누구는 꿇어앉거나 일어서거나 다리를 활짝 벌리고 드러누워야 한다는 문제가 아닐지 모른다. 진짜 문제는 누가 누구한테 어떤 짓을 저질러도 용서받을 수 있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결국 다 마찬가지라는 말만큼은 절대 내 앞에서 하지 마라. - page 235
그렇기에 오브프레드는 탈출을 결심하게 됩니다.
벗어난다고 해서 암흑일지 빛일지도 모르는 상황 속에 그녀는 어떻게 될까...
그래서 나는 차에 오른다. 그 속에서 기다리고 있는 암흑으로 아니 어쩌면 빛으로 - page 508
부디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 읽어가 보시길...
솔직히 읽기 힘겨웠습니다.
독백으로 이루어진, 그리고 그녀가 처한 상황이, 거북하면서 도통 희망이 보이지 않아 도중에 포기하고 싶었습니다.
그럼에도 끝까지 읽었던 건 아주 희미하더라도 빛을 엿보고 싶었기에 호흡을 가다듬으며 마지막 장을 덮었습니다.
역시나...
조지 오웰의 『1984』를 읽을 때도 힘겨웠는데...
디스토피아 소설은 나와는 맞지 않다는 것을, 아니 이런 상황을 마주하고 싶지 않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왜 후속작인 『증언들』이 궁금한 건...!
단순히 아이를 낳는 도구였던 여성들.
그 기능을 상실했을 때 가해졌던 비인간적인 처사.
마냥 과거의 일일까? 란 의문이 들었습니다.
지금의 우리 사회...
그렇기에 이 소설에 귀를 기울여야 함은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였습니다.
그렇지만 이 이야기를 하고, 또 하고, 되풀이할 때마다 나는 고통스럽다. 단 한 번만으로도 충분했으니까. 그때도 단 한 번으로 충분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나는 이 서글프고 굶주리고 황폐하고 절뚝거리고 사지가 절단된 이야기를 계속하려 한다. 왜냐하면 그래도 나는 이야기를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기회가 닿는다면, 미래에든 천국에서든 감옥에서든 지하에서든 다른 어떤 곳에서라도 당신을 만나거나, 당신이 탈출했을 때 내가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테니까. 미래, 천국, 감옥, 지하, 거기가 어디든 여기가 아닐 것은 분명하다. 무슨 이야기라도 털어놓다 보면, 적어도 당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거기 있어서 내 말을 듣고 있다는 것을, 구체적인 사실로 믿을 수 있다. 이 이야기를 당신한테 털어놓음으로써, 당신이 존재할 것을 의지로 명하는 바이다. 나는 이야기한다. 고로 당신은 존재한다. - page 460 ~ 461
오히려 그녀의 이야기는 책을 덮고 난 후 더 진하게 남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