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와 르네상스, 절대군주제, 제국주의, 양차 세계대전, 68혁명을 거쳐 금융자본주의라는 노골적 착취와 갈등의 시대에 이른 프랑스 사회의 언어 속엔 그 역동적 역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것은
끝나지 않은 전쟁터의 혈흔이자,
현실을 덜 고통스럽게 건너게 해주는 지혜의 결실이며,
지배계급이 자신을 정당화하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
이기도 했던 프랑스어.
이러한 단어들을 살펴보니 프랑스적 가치의 중심에는 '홀로 그리고 '함께'가 있었다고 하였습니다.
개인주의를 고수하면서도 필요할 때면 함께 뭉치는 프랑스적 삶의 태도.
그 모습으로부터 개인과 공동체 모두 존중하는 그들만의 지혜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나아가 우리에게 말속에 담긴 보배들을 소중히 보듬고 살펴야 하는 이유를 일러주기도 하였습니다.
그렇기에 '말'의 중요성을 되새겨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말은 각각의 공동체가 경험과 성찰을 통해 빚어낸 열매다.
열매의 껍질을 벗겨내면 싱싱한 과육이 풍미와 함께 모습을 드러내고, 그 속엔 더 단단한 씨앗이 웅크리고 있다. 과일이 품은 색깔과 향기, 풍미는 이야기고, 씨앗은 공동체가 여러 세대에 걸쳐 전승해온 지혜와 철학, 경험이 응집된 정보의 결정체다. 다음 세대에게 전해져 발아하기를 기다리는. - page 4
책은
1부 <달콤한 인생을 주문하는 말>에서는 '견디는' 생존(survivre, 쉬르비브르)을 넘어 '누리는' 삶(vivre, 살다)을 추구하는 프랑스인들의 일상을 14개의 언어를 통해,
2부 <생존을 조각하는 말>에서는 '공화국'을 완성한 프랑스적 가치와, 한국과 프랑스의 문화 정치적 차이를 11개의 언어를 통해,
3부 <풍요로운 공동체를 견인하는 말>에서는 모두의 권리를 위해 연대하고 뭉치는 프랑스의 끈끈한 공동체성을 9개의 언어를 통해
살펴보며 우리의 일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고, 어떻게 살아내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함께 전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언어로 그 나라를 바라본다는 점에서 또 하나의 시선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다른 외국어보다는 왠지 모르게 부드러운 음성을 가졌다는 단순한 생각을 했던 저.
그렇지 않아도 아름다움을 포착하고 찬미하는 'Il fait beau(일 페 보: 아름다운 날씨로군요)를 통해 일상에서 경탄을 느낀 대상을 향해 아낌없이 표현하는 그들로만 생각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