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탐정 사무소 - 제10회 브런치북 특별상 수상작
이락 지음 / 안녕로빈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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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탐정?

솔직히 새로웠습니다.

'시'가 단서가 된다고?

시로 심리를 추리하는 과정이 무척이나 궁금하였습니다.

'시'라고 하면 어렵게 생각하기에, 읽으면 꼭 함축된 의미만 찾으려고 하기에 시의 매력을 놓치곤 하였는데 이번 소설을 통해

시를 어떤 방식으로 감상하며,

시와 소설의 문학적 만남이 어떤 매력을 주는지

한번 살펴보고자 합니다.

시를 공부하는 청소년, 시를 읽고 공부했던 모든 이들을 위한

현직 국어 선생님의 본격 시(詩) 추리 소설

"사람의 마음을 읽는 건 어렵지 않네.

그 사람이 좋아하는 시에 다 숨어 있거든."

시 탐정 사무소



오후 2시 30분.

언제나처럼 응접실 한가운데 놓인 사인용 면피가죽 소파의 왼쪽 끝에서 팔을 기댄 채 왼손엔 시집을 들고 앉아있습니다.

그러다 눈을 감고 10초 뒤 말을 걸어오는데...

"그런데 말이야, 완승 군."

빙고!

"네, 선생님. 무슨 일이신지?"

"밖에 빗소리가 들리는군. 오늘 비가 온다고 했던가?"

...

"비도 오고 하니 「우리가 물이 되어」라는 시가 떠오르는군. 좀 읽어 주겠나?" - page 8 ~ 9

시 탐정이자 시 해독 전문가 '설록'이었고 그의 조수 '완승' 군은 그 옆에서 시를 읽으며 시 속 화자의 심리를 알아내고 그 시를 좋아하는 사람의 마음과 처해 있는 상황을 읽어 냅니다.

그렇게 이곳엔 의뢰인들이 시를 가지고 찾아오면 시를 해독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몰랐던 소중한 사람들의 마음과 진심을 알게 됩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제가 하는 이 일이 민아 씨에게 실례가 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시를 읽는 건 그 사람을 읽는 거니까요."

"네?"

"사람마다 즐겨 읽는 시가 다르지요. 그건 그들의 삶이 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시가 자기 삶에 온전히 들어올 때야 비로소 그 시를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겁니다. 아마 민아 씨는 기형도 시인의 시에 자신의 감정을 이입시켰을 겁니다. 그러니 시를 통해 민아 씨의 삶이나 고민을 읽어 낼 수도 있겠지요. 어떻게 보면 안토니 씨의 의뢰는 민아 씨의 사생활을 읽어내는 것이 될지도 모릅니다. 민아 씨의 동의 없이요." - page 49

"어떤 시가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는다는 것은 시에 그 사람의 마음이 깃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 page 85

책 속엔 재벌가 무남독녀의 가출, 매너리즘에 빠진 아이돌, 형의 잠적 의도를 알 수 없는 고백 편지, 취준생의 자살 미수, 금고 절도 사건 등.

사건을 풀 단서는 의뢰인들이 들고 온 '시'였으며

시 탐정 설록으로부터 시 속에 담긴 화자의 마음을 냉철하게 파악하는 동시에 그 시를 좋아하는 사람의 마음과 사정을 추리하게 됩니다.

소설을 읽으면서 '시'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감성적으로 다가왔고 그 과정을 통해 인물들에게 몰입할 수 있었으며 마침내 '시'라는 감성이 위로로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이래서 시의 매력에 한번 빠지면 중독되는구나...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누구나 좋아하는 시 한 편쯤 마음속에 품고 있잖아요?"

저는... 아직... 없...

이번을 계기로 서점에 들러 나를 사로잡을 시집을 한 권 사볼까 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시가 어울리는 계절인 만큼...

왠지 이번엔 떨어지는 낙엽과 함께 시 한 편이 제 가슴속에 찾아올 것 같았습니다.

p.s. 이 책에 소개된 시 중 이 시가 유독 제 가슴을 두드렸습니다.

내 마음이었을까...?!

빈집

기형도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문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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