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죽음을 안전가옥 쇼-트 21
유재영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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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제목에 이끌렸습니다.

그래서 소개 글을 찾아 읽어보니

법망 사이로 빠져나가는 젠더 범죄자, 몸소 단죄에 나선 피해자

그렇지 않아도 최근에 일면식 없는 여성을 상대로 한 무차별 폭행과 성폭행, 대낮에 서울 시내 한 공원에서 발생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피의자는 흉기에 의식을 잃고 입원하지만 깨어나지 못했고 그에 따른 피의자는...

결국 이런 흉악범죄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나를 지켜줄 사회 시스템이 허약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특히 여성들이야 이로 말할 수 없습니다.

에휴...

아무튼 이 소설에서는 어떻게 풀어나아갈지 한 번 지켜보려 합니다.

사랑과 욕망의 이름 아래 자행되는

무례하고도 파괴적인 행위들

당신에게 죽음을



설희는 다가올 날을 준비했다. - page 7

도서관 문헌정보실에서 일하던 설희는 휴직 후 다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다시 돌아왔을 때 '길 위의 인문학' 사업에 선정되어 총 8회로 구성된 강연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악인과 광인》, 인간의 악의와 광기에 관한 질문들

이 강연의 강사로 책의 저자인 '이수혁'을 만나게 됩니다.

"사실 악의나 광기는 분류 기호 없이 뒤섞여 있잖아요. 주로 사회의 도덕률이나 법정에서의 판단에 따라 갈리죠." 이수혁은 잠시 생각하다가 계속 말했다. "이렇게 생각해 봤어요. 나쁜 사람과 아픈 사람. 아프면 판단력이 흐려지니까 나쁜 선택을 하는 빈도가 높아지는 데 반해 나쁜 사람은 여간해선 아파하지 않죠."

"그래서 결론이 뭐예요? 나쁜 사람에게 고통을 안길 장치가 필요하다는 건가요?"

설희가 추궁하듯 물었다.

"아픈 사람을 치료해야 사회가 건강해진다는 말을 하려던 참이었는데, 설희 씨 주장이 더 매력적이네요. 형벌이 필요하죠. 죗값을 제대로 치르려면." - page 18

그와 얘기를 하면 할수록 이끌리게 되었고 급기야 연인 사이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가 숨기고 있던 진실이 드러나면서 이 둘의 관계는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하고

그리고 몇 분 뒤 메시지가 왔다. 안부를 묻는다거나 사과를 한다거나 이혼 저차를 매듭지었음을 전하는 내용이 아니었다. 이수혁, 본인의 부고였다. 보낸 이는 이수혁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모든 번호에 보내는 메시지라며 장례 일정과 빈소 위치를 알려 왔다. 유가족은 이수혁의 아내, 오은수였다. - page 37

장례식장에 간 설희는 그곳에서 이수혁의 부인 오은수를 만나게 되고 여기서부터 이 둘의 묘한 관계가 이루어지는데...

"부검 결과가 나오는 날, 경찰이 인스타그램을 보여 주더군요. 저는 몰랐어요. 그 사람이 그런 걸 운영하는 줄은."

"인스타그램이요?"

"거기에 유서 같은 게 있더라고요." 오은수는 설희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떨구고 말했다. "제가 선생님에게 별말을 다 하네요."

"괜찮습니다. 자책, 하지 마세요."

연기하지 마세요. 설희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이었다. - page 73 ~ 74

석연치 않았던 죽음으로부터 소설은 두 여성에게 포커스를 맞추며 젠더 권력을 등에 업고 악행을 벌이는 이들, 악인이라는 딱지를 개의치 않고 단죄에 나선 이들이 얽힌 짜릿한 스릴러를 그려내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이 소설에서 인상적인 건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치는 유디트>를 바라보며 나눈 그녀들의 이야기였습니다.

이탈리아 화가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는 이 소재로 여러 작품을 그렸는데, 스승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모욕적인 재판에 참석해야 했습니다.

재판은 아르테미시아의 승소로 끝나지만 사회는 그녀를 암흑에 가두게 되고 결국 그림으로 자신의 상처를, 분노를, 그럼에도 꺾이지 않은 삶에 대한 의지를 기록하였는데...

"여성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여 줄 거야. 사람들은 내 그림 속에서 카이사르의 용기를 가진 한 여자의 영혼을 볼 수 있겠지." - page 80

서로의 문제 해결 방식을 썩 달가워하지 않지만 한 가지 사실만은 동의하게 됩니다.

바로 법정은 인과응보가 구현되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죽어도 싼 자들이 있지만 그들은 죽지 않고 뻔뻔하게 선처를 구한 뒤 풀려나 짓던 죄를 이어 짓는 이들을 향해 보여주었던 오은수의 모습은

"죽인다고 끝이 아니에요. 죽고 나면 금방 잊히거든요. 그래서 무대를 만들고 극으로 재구성하는 거예요. 사람들이 기억하게 만드는 거죠. 쓰지 않으면 금방 잊히잖아요. 아무것도 아닌 게 되죠." - page 139

과연 그녀를 탓할 수 있을까...

만약 나였다면 어땠을까...

여전히 무심한 폭력이 난무하고 납득할 수 없는 죄의 형량 속에 무엇부터 바로잡아야 할 것인지 사회에게, 아니 우리 개개인에게 던진 질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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