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본 적 없던 바다 - 해양생물학자의 경이로운 심해 생물 탐사기
에디스 위더 지음, 김보영 옮김 / 타인의사유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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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라 하면...

에메랄드 빛 푸른 바다를 떠오르곤 합니다.

하지만 막상 바닷속을 들어가면 어둡기만 합니다.

그런데...

또 신기하게도 아주 작은 빛만 주어도 형형색색의 바다생물들을 볼 수 있음에 신비롭기만 한 바닷속 이야기.

가보지 못해 더 궁금한 그곳의 이야기가 펼쳐진 이 책에 저도 한번 빠져들고자 합니다.

"깜깜한 심해에 어떻게 이토록 밝은 빛이 있을 수 있을까?"

지구의 깊은 바다로 떠난 한 과학자의 놀라운 모험과

스스로 빛을 내뿜는 심해 생물들의 비밀

아무도 본 적 없던 바다



첫 시작이 <눈으로 본다는 것>이었습니다.

응? 뭐지?

우선 의문이 들었습니다.

아무튼 '본다는 것'의 의미를 보면

볼 수 있다는 것은 삶이라는 게임에서 엄청난 이점을 제공한다. 그것이 지구상의 모든 동물 종 중 95%가 눈을 가진 진화론적 이유다. 그중에는 지름이 머리카락의 10분의 1밖에 안 되는 단세포 조류의 눈도 있고, 인간의 머리만큼 큰 대왕오징어의 눈도 있다. 이처럼 제각각인 눈은 세상을 보는 방식도 서로 달라서, 그 방식을 살펴보면 해당 종의 생물학적 요구에 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눈이 무엇을 보는 데 최적화되어 있는지 알아내는 것은 생명의 본질을 탐구하는 귀중한 도구로, 이 때문에 시각생태학이라는 연구 분야도 탄생했다. - page 25

이렇게나 의미심장한 것이었군... 하면 놀라웠던 그때!

왜 저자가 이 이야기를 했는지 그 뒤에 알게 되었습니다.

해양생물학자이자 인기 TED 강연자인 '에디스 위더'.

그녀는 대학 때 척추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되는데, 수술 합병증으로 인해 일시적인 시력 상실까지 찾아오게 됩니다.

수십 차례 진행된 수술의 고통과 언제 회복될지 모르는 실명의 두려움 속에 그녀는 눈앞의 작은 것들에 집중하는 낙관주의적 태도를 배울 수 있었고 이때의 영향으로 당시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심해 생체발광에 대해 연구하기로 결심하게 됩니다.

우리가 세계를 어떻게 지각하기로 선택하는가에 따라 우리 존재의 모습이 결정된다. 우리는 우리가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본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가 보고자 하는 대로, 즉 우리 존재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세계가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는 대로 본다. 과거에는 그것이 참이었다. 그러나 우리 세계가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면서 무엇이 생명을 살아 있게 하는가에 대한 더 큰 그림이 필요해졌다. 자연계의 복잡한 작동을 이해하려면 나무만 바라보고 있을 수 없다. 이제 우리는 바다 그리고 그 안에서 무수히 일어나는 경이로운 현상들까지 시야에 담아야 한다. 깊은 바닷속까지 이어진 반짝이는 생명의 그물을 알지 못한 채 수면 위만 바라보는 것은 바다의 경이로움과 우리 존재를 가능케 하는 바다의 역할에 눈 감는 것과 마찬가지다. - page 44

그리하여 힘든 훈련을 받은 뒤 다이빙 복장을 하고 바닷속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그리고

"깜깜한 심해에 어떻게 이토록 밝은 빛이 있을 수 있을까?"

에 대해, '생물발광'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었습니다.

밝은 빛을 내는 생물들!

운이 좋아 수영이 허용되는 생물발광 만에 가게 된다면, 온몸을 담가 볼 수도 있다. 거기서 헤엄을 치면 반짝거리는 별가루들로 만들어진 후광에 휩싸일 것이다. 눈앞에서 손가락을 까딱거릴 때마다 손끝에서 불꽃이 나오는 것을 지켜보면 마법적인 초능력을 가진 기분이 든다. 어떻게 보면 그런 셈이다. 수많은 생명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고 자연은 어디에나 있지만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은 얼마 안 된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숨어 있던 생명의 에너지가 눈앞에 펼쳐지는 것이다. 이 장면을 보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기쁨과 경외감이 절묘하게 혼합된 감정을 경험한다. - page 173

너무나 황홀한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

그동안 미지의 영역이었던 심해.

그 속에 자신만의 생존방식으로 살아가는 이들.

특히나 비현실적으로 기묘한 모습을 지닌 동물들 중 '대왕오징어' 를 통해 전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는데...

꼬리 끝에서 다리 끝까지의 길이는 약 3m로 추정되고

그 2배가 넘는 길이의 촉완을 최대호 뻗으면 2층 건물 높이만큼 길어질 수 있는

희귀한 동물, 아니 겁이 많은 이 동물, 대왕오징어.

우리는 그들이 죽어서 떠오르는 것을 보고서야 그 존재를 알게 되었는데...

우리가 탐험하지 않은, 혹은 잘못된 방식으로 탐험해 온 저 깊은 곳에는 얼마나 많은 놀라운 생명체들이 살고 있는 것일까?

또한 우리는 얼마나 많은 동물들을 오해하고 있는 것일까? 크라켄은 수 세기 동안 무시무시한 괴물이라고 매도되었지만, 가까이에서 본 그것은 괴물이 아니라 멋진 동물이었다. 인류는 역사적으로 자연을 싸우고 격퇴해야 할 괴물로 보아 왔다. 『모비 딕』에서 에이해브는 희고 커다란 향고래를 악으로 보고, 그것으로 상징되는 장연의 지배에 굴복하기를 거부했다. 멜빌은 또 다른 포경선 선장의 반대되는 관점도 제시한다. 에이해브가 한 다리를 잃었듯이 그 또한 모비 딕에게 한 팔을 잃었지만 고래에게 악의가 있었던 것은 아니라며 에이해브에게 고래를 내버려 두라고 충고한다. 하지만 결국 에이해브는 자기중심적인 집착 때문에 몰락한다. 고래는 에이해브와 그의 배, 그리고 단 한 명을 제외한 모든 선원을 파괴한다. 인구가 증가하고 인간의 파괴력이 점점 커지는 것을 보며, 나는 우리가 자연을 정복해야 할 괴물로 보는 관점을 고집하다가 에이해브와 같은 운명을 맞이할까 두렵다. - page 316

책은 심해 깊은 곳에서 스스로 빛을 내는 여러 해양생물과 그들 행동에 숨겨진 비밀을 통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충고도 해 주었습니다.

어획 남획, 해파리의 포식자인 장수거북이나 황새치 등 중요한 피드백 루프 제거, 환경오염으로 수온과 해류 패턴의 변화 등 우리가 자연계를 학살하고 있으며 그러면서 우리 자신의 존재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우리에게 가장 귀중한 자원이 석유나 광물이 아니라 생명이라는 것을 확신하고 완전히 수용해야 하는 자세를 일러주고 있었습니다.

'바라본다는 것'

그 의미를 되새기게 되었습니다.

우주와도 같았던 바다의 심연.

그래서일까.

『코스모스』에서 느꼈던 감정과도 많이 닮아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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