씁쓸한 기억에 사로잡혀 있던 '연우'.
새벽 5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전화벨이 울립니다.
무슨 일이 생겼나...?
"선양에서 살인 사건 하나가 접수됐어. 살해 주청 시간은 새벽 3시 전후. 피해자는 에덴 종합병원 원장이야."
"설마 강원도 선양 말씀하시는 겁니까? 거긴 서울에서 족히 네 시간은 달려야 도착하는 곳인데요?"
"그래. 자네가 좀 가줘야겠어." - page 15
과거 파트너로 함께 활약했던 후배 상혁과 함께 도착하게 된 선양 살인 사건 현장인 에덴 병원 정문 앞.
피해자는 에덴 종합병원 차요한 원장은 지역 주민들의 무한한 신뢰와 존경을 받는 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네요......"
"왜 그러시죠?" 심재훈의 질문에 연우가 답했다.
"아까도 조금 이상하다 싶었는데, 피해자 얼굴이 약간 웃음을 짓고 있는 것 같지 않습니까? 저만 그렇게 느끼는 걸까요?"
피해자의 얼굴은 평온하게 생을 마감한 사람처럼 보였다. 사방에 튄 피와는 대조적이었다.
"아, 네. 그건 피해자가 식물인간 상태였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고통을 느끼지 못한 것 같습니다. 저도 이런 사건은 처음이라 확실하지는 않습니다만......"
연우가 심재훈을 돌아봤다.
"아니, 그럼 범인이 굳이 식물인간인 사람을 공격해서 살해했단 말입니까?"
"그뿐이 아닙니다."
"또 뭐가 있나보죠?"
"네. 피해자 차요한 원장 말입니다, 어차피 오늘 오전 9시경에 연명 치료를 중단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답니다."
"그렇다면 범인은 어차피 몇 시간만 지나면 죽을 사람을 굳이 살해한 겁니까?" 상혁이 끼어들었다. - page 46 ~ 47
어차피 죽음을 맞을 피해자에게...?!
범인은 반드시 제 손으로 죽이고 싶어 한 '원한 사건'임을 직감하게 됩니다.
주변 탐문 수사를 하지만 심증만 있을 뿐 물증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범행 도구가 발견되고 살해 용의자로 유민희 간호사를 추궁하게 됩니다.
한편 변호사 '차도진'에게 편지봉투 한 통을 받게 됩니다.
강원도 선양군 에덴 종합병원
지워버리고 싶었던 이 이름.
15년 전 끔찍한 사건으로 등져버렸던 고향.
아버지가 병원장으로 있는 이곳으로부터 익명의 누군가가 선양 경찰서에 잡혀 있는 살해 용의자 유민희를 변호하라 적혀있었습니다.
만약 변호를 하지 않는다면 15년 전 사건의 진실을 낱낱이 밝히겠다는 협박에 결국 선양으로 향하게 됩니다.
선양 경찰서에 도착한 도진.
사건의 전말을 모른 채 변호를 하고자 했던 도진은 뜻밖의 끔찍한 소식을 듣게 됩니다.
"뭐라고 하셨습니까?"
연우는 그렇게 묻는 변호사의 눈동자가 급격히 흔들리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왜 그러시죠?"
"방금 차요한 원장 살인 사건이라고 하셨습니까?"
"네, 그렇습니다."
차도진 변호사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하게 질렸다. - page 112
연우와 상혁은 경찰이 용의자를 미처 특정하기도 전에 변호 의뢰를 받고 선양에 미리 도착해 있던 도진을 의심하고
도진은 진범이 마지막으로 죽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자신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눈치채게 됩니다.
이렇게 연우와 도진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동안, 15년 전 '그날'이 새겨진 기억의 파편들이 서서히 수면 위로 떠오르는데...
"당신은 복수를 위해 친구들도 모두 짓밟았습니다! 당신도 똑같은 괴물이 된 겁니다!" - page 330 ~ 331
15년 전 과연 이곳에선 어떤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그리고 진범은 누구일까...
현재와 과거를 번갈아가며 인물들로부터 추리를 해 보시길 바랍니다.
어쩌면 어느 소설에서 접했을 법한 소재였고 범인을 추리하기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이 소설이 매력적이었던 것은 이 스토리를 끌고 가는 작가의 필력이었습니다.
시간과 인물의 교차 서술은 좀 더 몰입감을 주었고 최근에 읽었던 소설 『악의 유전학』의 연장선으로 인간의 욕망, 악에 대한 이야기가 저를 매료시켰습니다.
악은 끝없이 악을 낳고 있다. 돌고 도는 순환선처럼. - page 348
비뚤어진 욕망과 자기 과신으로 타락하였던 이들.
추악한 진실을 덮다가 결국 파국에 이르렀던 이들.
과연 우리는 그들과 다르다 할 수 있을까... 란 의문을 남긴 채 이 사건을 마무리해 보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