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STRA-14'
중독성이 없고 부작용이 없이 이 진통제의 등장으로 고통에 대한 패러다임이 바뀌게 됩니다.
하지만...
고통이 사라지자, 오히려 고통을 추구하는 신흥 종교 '교단'이 등장은 벌써부터 아이러니함을 일으키고 있었는데...
굳이 겪지 않아도 되는 조그만 고통을 겪고 극복하지 않아도 되는 단계들을 극복한 사람들에게 교단이 주는 인정과 치하는 삶의 의미 혹은 그에 가까운 어떤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동서고금을 통틀어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그것이었다 - 삶의 의미. 그 삶이 고통이라도, 거기에 의미가 있고 목적이 있다면 사람은 어떻게든 견뎌낸다. 그리고 그러한 경험이 오래 지속되면 고통을 견뎌내는 것 자체가 삶의 의미가 된다. 고통에서 벗어나거나 더 건강하고 자학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삶의 의미를 다른 곳에서 찾을 능력과 자원은 고통을 견디는 데 이미 소모되어 사라진다. - page 31
고통은 곧 영혼이자 인간의 정수이고,
고통의 근절은 영혼의 멸절이자 신에 대한 거부이며 구원에 대한 모독이라는...
이 사이비 종교로부터 신도들은 고립되어 고통을 받았고 고통을 견디는 과정에서 고립되었으며, 그 고통의 끝에서 그들의 삶에는 교단 외에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었습니다.
아무튼 이들은 고통을 줄여주는 약을 개발하는 제약회사는 없어져야 한다며 테러를 하게 되고 이는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듭니다.
이 테러를 일으킨 범인을 형사 '륜'과 파트너가 잡게 되고 그는 바로 '태'였습니다.
'태'는 형인 '한'과 교단의 시설에서 자라게 됩니다.
고통의 무게를 모든 사람들에게 지우려 했던 '태'의 신념은 제약회사를 경영한 '경'의 부모도 이때 목숨을 잃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태'의 도움으로 교단에서 떨어져 나와 은거 중이던 '한'을 붙잡지만 어떤 진실도 밝히지 못한 채 풀어주게 되고 '태'도 형은 범인이 아닌 것 같다고 했지만 무수한 증거가 '한'을 범인으로 지목하게 있었음에 다시 잡히게 됩니다.
토네이도가 들이닥친다며 기후 경보가 울리던 때, 유치장에 갇혀 있던 '한'이 시체로 발견됩니다.
이때 CCTV는 3분 동안 작동을 멈췄었고 그 3분은 전후로 유치장을 드나드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단 한 명, '태'의 담당 정신가 의사 '엽'을 빼고.
유치장에 혼자 남겨진 '태'.
그는 '엽'에 대해 떠올려봅니다.
테러에 관한 질문, 교단을 향한 냉철한 태도, 고통에 관한 특별한 통찰력...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듯했던 '엽'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교단과 제약회사의 싸움에서 그는 무얼 얻고자 했던 것일까?
한편 자신의 부모를 죽인 '태'에게 분노를 느끼는 '경'.
하지만 '경'은 오히려 '태'에게 동질감 아닌 그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되는데...
사람의 삶은 모두 다르고, 고통의 경험도, 고통에 대한 대응도 각각 달랐다. 자신의 고통은 자신만의 것이었다. 비일상적인 삶의 경험과 강렬한 고통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타인과 즉각적인 유대감을 맺기는 불가능했다. 고통과 고통의 탐색은 오히려 경을 타인으로부터 고립시켰다.
고통의 탐색에 매몰되면 결국 과거의 고통을 끊임없이 되돌아보아야 했다. 그러다 보면 어떻게든 벗어나려 했던 그 고통으로 돌아가 결국 다시 그 속에서 살아가야 했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과거에 발목을 잡히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던져야 할 질문들을 모두 던지고 나면 같은 질문에 더 이상 머무르지 말아야 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경은 그 사실 또한 확실히 깨달았다. 태가 상처 입은 방식은 그녀와 유사했으나 같지 않았다. 회복의 과정과 고통의 기억을 이해하는 그녀의 방식과 태의 방식은 하늘과 땅만큼 달랐다. 그러므로 더 이상 과거를 헤집기 위해 같은 질문을 되풀이하면서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었다. - page 301 ~ 302
고통과 구원, 삶...
그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볼 소설이었습니다.
이 묵직한 한방에 잠시나마 어지러웠습니다.
이 소설을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이것이 아니었을까...?!
고통과 쾌락은 근원은 같은데, 너는 어디로 가려는 거지? - page 63
-인간은 고통에 의미를 부여하여 삶을 견딥니다.
고통에 초월적인 의미는 없으며 고통은 구원이 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무의미한 고통을 견디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생존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 삶을 이어 나가기 위해서 인간은 의미와 구원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 page 284 ~ 285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던진 고통에 관하여...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