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
최은미 지음 / 창비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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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부터 뭐라고 할까...

마주한다는 따스함이라 할까...

그냥 이끌렸었습니다.

우리 문학의 설레는 이름, 현대문학상 수상 작가 '최은미'가 선사하는 깊은 아름다움에 한 번 빠져들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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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을 껴안고서라도 마주 보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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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너왔으나 온전히 건너지 못한 시절

우리가 잃어버린 마음들을 다시 마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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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



새경프라자에 캔들과 비누를 만드는 홈 공방 '나리공방'을 운영하던 '나리'.

구 년 만에 마련한 열 평짜리 공간의 문을 매일 여는 것이 그녀의 낙이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이 퍼지게 되고 나리공방의 손님 중 한 명이자 또래 아이들을 키우며 친해진 '수미'가 확진이 됩니다.

확진자의 동선이 공유되던 시기였기에 수미의 이동 경로가 공개되며 나리공방은 주목을 받고 결국 새경프라자의 다른 가게들에도 손님이 뜸해지게 됩니다.

그러던 중 코로나19로 소상공인들이 겪는 어려움을 취재하러 온 기자 앞에 선 나리는 그만 '과호흡'으로 병원에 실려 가게 됩니다.

그리고 병원에서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나리가 이전에 결핵을 앓았고 지금도 잠복 결핵이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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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행주를 짜자 오종수도 휴대폰 화면을 껐다. 뒤로 와서 내 어깨를 주물주물하더니 오종수가 진짜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근데 자기는 누구한테서 옮은 거야?" - page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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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조 아줌마...

어린 시절 비탈진 사과밭을 운영하던 부모와 그 사과밭의 일꾼으로 오던 만조 아줌마가 결핵약을 복용했던 기억이 났고 만조 아줌마네 팀 일꾼들이 바로 결핵 환자들이 모여 살던 '딴산마을'의 사람들이었다는 것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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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수미가 확진되기 이틀 전, 나리는 딸 은채의 부름에 달려가 학원의 줌 수업 화면을 보게 됩니다.

화면 속엔 무언가를 내리치고 부수는 소리가 났었는데 다름 아닌 수미가 거실을 깨부수는 소리를 수미 딸 서하가 송출하고 있던 것이었습니다.

다급히 서하를 데리고 공방으로 갔고 수미가 새경프라자 앞에서 울면서 서하를 부르지만 나리는 공방의 문을 열어주지 않았습니다.

그리곤 이틀 뒤 수미는 확진 판정을 받게 되고 그렇게 어떤 사과나 변명도 하지 못한 채 서하와 헤어지게 된 수미.

서하는 온전히 수미 것이었기에 그 사이의 단절을 낸 나리에게 적대심을 갖게 된 수미, 나리 역시도 아이를 지나치게 억압하는 수미에게 증오를 느끼게 됩니다.

그렇게 이들은 가까스로 참던 격한 감정을 마주한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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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을 좀 해줘야겠어."

나는 수미한테 말한다.

"갈 데가 있는데 내가 지금 운전을 못하거든."

내겐 초대장이 있었다.

2020년 이후로 온 마을의 축제가 금지되었는데 호수 너머에서 나를 초대한 사람이 있었다. - page 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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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산에 가자고.

함께 만조 아줌마가 일구고 있는 사과밭에 가자고.

그리하여 떠나게 된 나리와 수미.

이곳으로부터 이들은 서로를 마주하며 조금씩 벌어졌던 관계의 회복이 이루어지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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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공방에 와서 울던 날에 대해서나 수미가 입원해 있던 한 계절 동안 자신이 보낸 시간에 대해서, 수미가 퇴원한 뒤의 시간에 대해서는 아무런 얘기도 하지 않았지만 나는 서하와 수미가 그들의 집이 아닌 곳에서, 그들 둘만의 고립 속에서가 아니라 사람들 사이에 섞인 채 서로를 의식했다는 것이, 대면의 시간이 다시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하더라도 그 시간을 짧게나마 경유했다는 것이, 그것이 고마웠다.

만조 아줌마가 예전의 나에게 그런 시간과 공간을 내주었던 것처럼. - page 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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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덤히 그려나간 문체가 오히려 더 뭉클하게 다가왔던 이 소설.

무엇보다 지난 우리의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던 팬데믹으로부터 아니 그 전부터겠지만 단절과 소외 속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문장으로 '마주'하니 안타깝고도 연민이 느껴지곤 하였습니다.

결국 이들은 서로를 '마주'하며 비로소 나아갈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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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한다는 것...

그 의미를 오롯이 새겨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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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는 수미의 그 토로들이 수미가 겪고 넘어가야 하는 시간이라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 지난봄처럼 그 시간을 부서뜨리기만 하진 않을 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마음이 수없이 헤집어지더라도 나는 수미와 서하가 겨우내 서로를 충분히 겪길 바랐다. 두려움을 껴안고서라도 마주 보길 바랐다. 수미가 실감할 수만 있다면 나는 언제까지고 내 공방 문을 열어놓을 수 있었다. 서하를 보고 있는 어른이 너뿐이 아니라고, 너만이 아니라고, 가족이어서 해줄 수 없는 게 있다는 걸 받아들이라고, 가족이 아니어서 할 수 있는 게 있다는 걸 믿어보라고, 가족 아닌 그이들이 저기 있다고, 수미가 체감할 때까지 나는 언제까지고 말해줄 수 있었다.

보라고. 서하는 해변에 가려 한다고. 마음을 접어버리지 않았다고. 너한테 계속 자기 자신을 얘기하고 있다고. 너한테 순응하지 않았다고. 너를 포기하지 않았다고. - page 303 ~ 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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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전한 저자의 메시지가 모두의 가슴속에 새겨졌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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