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는 80억에 가까운 사람들이 다채로운 자연환경에 적응하며 각자의 독특한 전통문화를 만들어내고, 또 상호교류를 통해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며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계절이 뚜렷한 중위도 온대 지역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열대'는 친숙하면서도 낯선 곳이고, 그만큼 많은 편견과 오해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마치 열대나 한대 지역 같은 곳에 사는 건 힘들고 고통스러운 삶이라 결론짓곤 하는데 이는 역사적으로 유럽의 식민지배 이후 널리 퍼진 서구 중심적인 시각이 한 원인일 것이며, 근본적으로는 우리가 편하고 익숙하게 느끼는 온대 기후가 아닌 다른 기후 지역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지레짐작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이와 같은 관점이 어떻게 잘못되었는지를 평가하면서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비로소 보이는 열대의 숨겨진 매력을 이야기하며 이를 통해 열대의 자연환경이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더 나아가 우리 삶터인 지구 전체의 지속가능성 유지를 위해 얼마나 소중한지에 대해 일러주고 있었습니다.
총 3부로 나누어져 있었습니다.
1부 '우리는 열대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에서는 열대 지역에 대한 우리의 인식에 적잖은 편견과 오해가 쌓여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열대 지역에서 실제로 경험할 수 있는 독특한 지리적 현상, 열대의 각 기후대(열대우림 기후, 열대몬순 기후, 열대사바나 기후)별 특성에 대해 말하고 있었습니다.
2부 '열대의 장연은 아름답고 풍요롭다'에서는 본격적으로 가장 전형적인 열대 기후 특성이 나타나는 보르네오섬, 아마존, 빅토리아호, 세렝게티와 옹고롱고로, 열대 고산지대, 열대 바다휴양지의 여섯 지역을 중심으로 열대 자연의 매력을 한껏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3부 '열대의 삶을 그들 입장에서 바라보다'에서는 인류 탄생의 요람이었던 이곳이 어느 순간 역사의 구석으로 내몰려 시양에서 벗어나 있어야만 했던 이유를, 유럽 대항해 시대 이전과 이후를 나눠 타 지역 간의 문화 교류 흔적을 쫓아보고 열대 지역의 유일한 선진국인 싱가포르의 성장과정도 살펴보았습니다.
또한 우리 역사 속 남방 열대의 교류가 간헐적으로 꾸준히 이어져온 흔적도 엿볼 수 있어 책의 재미를 더해주었습니다.
열대라 하면 단연코 '열대우림'이 떠오릅니다.
바닥을 뒤덮은 초록의 음습한 이끼류부터 커다란 잎을 드리우며 하늘 높이 치솟아 있는 장대한 나무에 이르기까지 이 울창한 숲, 그리고 그 속에서 삶을 꾸려가고 있는 형형색색의 동물들을 마주하다보면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익히 뉴스에서도 접했듯이 식량 생산을 위한 농경지 조성을 위해, 연료를 확보하기 위해, 그리고 최근에는 글로벌 시장에 수출할 열대작물을 생산하기 위해 열대우림이 빠른 속도로 잘려나가고 있습니다.
생명의 보고인 열대우림의 전례 없는 위기 속 감춰진 진실을 마주하니 열대여행이 우리에게 즐겁고도 우울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서구 중심적 사고로 인해 열대 지역은 인간에게 결코 우호적인 자연환경이 아니고, 따라서 그 속에서 수렵-채취에 의존했던 미개와 야만의 단계가 삶의 행복과는 거리가 멀었으리라는 문명발전론의 추론.
과연 이들의 삶이 불행하다고 단정 지을 수 있을까?
이와는 달리 열대 지역에서는 비록 문명에 다다르지는 못했을지언정 집단의 규모를 적절하게 제한하는 방식으로 개인과 공동체가 채워야 할 욕망의 그릇을 작게 빚음으로써 오히려 풍요와 행복을 취할 수 있었다. 이러한 '원초적 풍요 사회'는 자연환경과의 조화, 공동체 생존을 추구하는 평등의 정신 등이 그 바탕에 깔려 있다. 이러한 전통적 생활방식은 오늘날 아프리카에도 이어져 '우분투'라고 하는 공동체 지향적 정신의 뿌리를 이룬다. 이 정신의 핵심은 자연환경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공동체 모두가 함께 생존을 위해 노력하는 조화롭고 평등한 관계다. '우리가(당신이) 있기에 내가 있다'는 집단지향적 인식은 개인보다 공동체를 먼저 생각하는 정신이다. - page 231 ~ 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