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 시들을 만나면 땀이 삐질 하지만 김상욱 교수님의 이야기가 문뜩 떠오르게 되면서
"점을 찍어서 행렬을 만든 것...!
양자역학의 중요한 개념 행렬을 이용한 게 아닐까!"
라며
'원자는원자이고원자이고원자이다, 생리작용은변이하는것인가, 원자는원자가아니고원자가아니고원자가아니다, 방사는붕괴인가, 사람은영겁인영겁을살수있는것은생명은생도아니고명도아니고광선인것이라는것이다.'
에서
"파인만에 따르면 모든 물질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으며, 원자의 속성은 변하지 않은 채 끝없이 재배치된다.
이것이 물리학의 핵심 내용이다."
라며 이상이 현대 물리학을 몰랐다면 결코 나오지 않았을 표현이라고 하였었는데...
이 사실을 몰랐다면 그저 지나쳤을 테지만 알고 읽으니 새삼 새롭게 느껴졌었습니다.
(김상욱 교수님의 찐행복했던 모습이 그려지고...)
이공계에 일가견이 있다면 그의 시가 더 재미있었을까...
나중에 이상의 시를 다시 읽게 될 때면 더 공부를 하고 읽어보는 걸로...!
책 속엔 그의 시를 비롯해 소설 '날개'와 수필 '권태', '슬픈 이야기', '동경'을 함께 실어 그의 전반적인 문학성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시보다는 읽기 쉬웠고 이해가 되었으며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느낄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아무래도 <날개>라는 작품이 자꾸만 곱씹게 되었습니다.
매춘부인 아내에게 기생해 살아가는 '나'.
무료한 일상을 지내던 어느 날 정신없이 거리를 쏘다니다 미쓰코시 백화점 옥상에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외쳤던 이 말.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
날개를 달고 자유와 해방의 세계로 향하고자 했던, 하지만 현실은 그러지 않음에 더 간절히 들리던 이 말이 책을 읽고 난 뒤 저에겐 이 한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
역시가 역시였고 넘사벽이었지만 그럼에도 아련히 남아 맴도는 그의 문장들.
그래서 '천재'라 일컬어진 것일까...
저처럼 그의 시에 대한 벽을 지니고 있다면
이상의 시에서 정답을 찾으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시가 어려운 이유는 정답이 있다고 믿고 찾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정답이 없는데 찾으려고 하니 당연히 시를 읽는 게 어려울 수밖에 없다. 시의 답은 시인에게 있지 않고 독자에게 있다. - page 8 ~ 9
그저 읽어내려가보는 건 어떨지.
그러다 보면 어느샌가와닿는 무엇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