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초봄, 오랜만에 키티의 친가쪽 가족들이 다 모여있을 때였습니다.
항상 이상한 양말을 신어서 모두를 웃게 했고, 사랑스러운 빨간 머리에, 수다스럽고 주근깨가 많았던 '키티'가 말을 하지 않았고, 산만해졌으며, 창백하고 슬퍼 보이기 시작하였습니다.
막내 키티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옥스퍼트에 있는 아동 청소년 정신건강서비스 센터에서 상담을 받은 후부터 키티에게는 이것이 자극제가 되었는지 애써 용감한 표정을 지어 보이던 가면을 하룻밤 사이에 벗어 버리고는 커다란 절망과 두려움에 휩싸여 결국 일상생활조차 버거워하게 되었습니다.
자의식에서 더없이 자유로웠던 아이.
그러다 급작스럽게 들이닥친 사춘기가 아이를 무겁게 짓눌렀고 이제는 키티가 완전히 무너지는 걸 막기 위해 앨과 케이티는 고군분투를 하게 됩니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시간을 한참 흘려보내고 나서야 우리는 '왜'라는 질문을 하지 않게 되었다. 대신 '어떻게' 하루를 무사히 보낼 수 있을지 이야기했다. - page 14
뭔가 키티가 집중할 수 있는 활동을 찾아주고 싶었던 앨.
여러 활동을 해 본 끝에 '빵 굽기'를 하게 된 키티와 앨.
뉴욕의 유명한 제빵사 짐 레이히가 알려주었던 반죽 없이 빵을 굽는 '무반죽 레시피'를 활용하게 됩니다.
돌맹이처럼 아무것도 아니던 것이 정말 찬란하게 변신했다. 지푸라기로 금을 만들어내는 동화 속 소녀처럼, 나도 그렇게 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다시, 다시, 그리고 또 빵을 구웠다.
그렇게 키티가 흰 밀가루와 통밀가루로 실험을 시작한 지 2주만에 빵은 보관함 뚜껑을 닫지 못할 정도로 산더미처럼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케이티는 조심스럽게 이웃에게 혹시 빵을 원하는지 물어보고는 이웃에 배달하기 시작합니다.
미용실, 정육점, 옛 선생님들의 집, 언덕 꼭대기에 있는 보육원, 소방서, 특이한 우체부 아저씨의 집, 아는 친구들과 그냥 좋아하는 집 등 모든 곳에 따끈한 빵 봉투를 보냈다. 그러나 다음 날까지 아무 소식이 없었다. 사람들이 빵폭탄을 맞았다고 생각할까 봐 걱정이 됐다. 그러다 문자가 도착하기 시작했다. '빵 맛있었어요. 더 먹고 싶네요. 얼마인가요?' 하루에 열 덩이까지 주문이 들어왔다.
이렇게 빵 구독 서비스가 탄생했다.
오렌지 베이커리의 출발이자 시작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