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슨트 정우철의 미술 극장 2 - 라이프, 오늘보다 더 눈부시게 살고 싶은 당신에게 EBS CLASS ⓔ
정우철 지음 / EBS BOOKS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23년 현재 대한민국 미술 전시 기획자들과 관람객들이 가장 먼저 찾는 전시 해설가 '정우철'.

그의 첫 번째 미술 극장을 재미나게 읽었기에 이 책 역시도 구입을 해 놓고 있다가...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그가 나오는 걸 본 뒤 바로 이 책을 집어 들게 되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고전을 읽고 있는데 고전하는 중이라...

잠시 머리도 식힐 겸 읽어보려 합니다.

산다는 것은 하루하루 나를 발견하고 되찾는 일

오직 나에게 귀 기울이는 조용한 시간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도슨트 정우철의 미술 극장 2



"나는 오늘도 미술관에서 사는 법을 배웁니다"

폭풍과도 같은 젊음을 지나 최후의 시간에 이르기까지.

삶의 순간을 그림 속에 빠짐없이 기록한 화가들.

저 그림만큼 행복할 수 있다면...

저 사람만큼만 용감할 수 있다면...

거듭 희망하고 거듭 다짐하게 해 주는 화가와 그림들.

책에서는 12명의 예술가들의 예민한 눈과 부지런한 손과 얼음 같은 영혼을 통해 그려낸 180여 점의 명작에 대한 감상을 전하고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예술은 온갖 고통을 잘게 씹어 으깨는 찬란한 분투임을 보여주며, 산다는 것은 하루하루 나를 발견하고 되찾는 일이라는 사실을 우리에게 일러주고 있었습니다.

눈물이 흐르는 날엔 고흐를.

역시나 그를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겠지요.

저에게 고흐는 '해바라기'였습니다.

노란색이 이토록 찬란할 줄이야... 하며 감탄하며 그때부터 고흐와 관련된 책이라든지 전시를 찾아다니곤 했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이 그림이 자꾸만 제 시선을 붙잡고 있었습니다.

<별이 빛나는 밤>



요양원 창 너머 밤하늘을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눈앞에 보였을 창살을 지우고 앞에는 사이프러스 나무를 채워 넣고 아를과 고향의 풍경을 그린 그가 편지에 이런 글을 썼다고 합니다.

별이 비치는 모습은 나에게 항상 꿈을 꿀 수 있도록 해줘. (......) 저 별에 가기 위해서는 죽어야 하겠지. 확실한 것은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별에 가지 못한다는 사실이야.

그의 속내가 저에게도 참 묵직하게 다가왔습니다.

37년이라는 짧은 인생 속 가난은 그림자처럼 따라왔지만 그릴 때만큼은 모든 것을 잊고 행복했고 밤 하늘의 별이 주는 위로를 느낄 줄 아는 사람이었던 그.

그런 그가 우리에게 물었습니다.

고흐의 삶은 예술가란 먹고사는 문제를 고민하느라 정작 중요한 문제에는 소홀한 사람들에게 '인생이란 무엇인가?'를 질문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상기시킵니다. 고흐는 여전히 우리에게 묻는 듯합니다.

당신은 생의 마지막 순간 후회하지 않을 삶을 살고 있나요?

그리고 19세기 그림 중 사람들에게 가장 많은 욕을 먹은 작품과 화가는 누구일까?

바로 <풀밭 위 점심 식사>를 그린 '인상파의 아버지'로 알려진 '에두아르 마네'였습니다.

모델의 포즈, 강렬한 색채의 대비, 회화적 표현에서 예술적 전통을 깨는 것에 거침이 없었던, 논란과 비난을 두려워하지 않고 기꺼이 마주했던 마네.

그중에 이 작품이 제 인상에 남았었는데 <폴리 베르제르 술집>.



그냥 바라보았을 땐 아름답다는 느낌뿐이었는데 여기엔 안타까운 사연이 있었습니다.

노년에 건강에 이상이 생겼는데 마비 증세가 나타났다고 합니다.

친구들은 마네를 위로하기 위해 꽃을 보내줬고 마네는 그 꽃들을 그렸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이 그림에서도 꽃만 따로 봐도 정물화 작품처럼 보일 정도로 섬세하게 표현했는데 그 시기 그곳에 자신이 그리던 꽃을 그려두었던 것으로 아픈 몸으로 마지막 열정을 불살랐던 마네의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리고 마네가 죽음이 다가왔을 때 과거 비평가들의 수많은 조롱으로 인한 상처를 고백했다고 합니다.

그 누구도 욕설이 어떤 느낌을 주는지를 모른다.

새삼 그를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위대함 뒤에 감춰진 아픔을 들여다보게 되는 시간입니다. 용기를 잃지 않는 용감한 사람이 되어야겠습니다. 지나온 것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지혜를 연습해야겠습니다. 그 용기와 지혜가 비범한 일을 이룬다고 믿으면서 말입니다. 그리고 그 고단한 인생에 대한 위로와 환대는 지금 당장이 아니더라도 적절한 때에 찾아오리라 믿으면서 말입니다.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정우철 도슨트가 이야기했던 '에드바르 뭉크'.

우리에겐 <절규>로만 익숙했지만 덕분에 알게 되었던 <태양>이란 작품.



어떻게 20대 후반의 나이에 <절규>를 그린 사람이 이렇게 찬란한 <태양>을 그릴 수 있었을까요? 죽음과 불안을 이겨내기 위해 그는 얼마나 분투했던 걸까요? 자신이 받은 고통을 얼마나 간절하게 전하고 싶었던 걸까요? 전 국토의 90퍼센트가 야생의 상태로 남아 있는 노르웨이, 그 척박한 곳의 사람들에게 뭉크는 생명과 자연, 즉 우리의 삶에 대한 예찬을 전했던 것입니다.

이 그림은 훗날 노르웨이의 국민 화가가 되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되고 노르웨이 지폐에 그의 초상과 함께 여전히 찬란하게 빛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나는 예술로 삶과 그것의 의미를 설명하고자 노력한다. 그래서 내 그림들이 다른 이들에게 자신의 삶을 좀 더 명확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어느새 그의 그림이 다정한 안부를 묻는 것 같았습니다.

뭉클하고도 가슴 아팠던...

그럼에도 그 속에서 큰 위로를 받았던 그들의 이야기.

두고두고 곱씹어 보려 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